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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그것이 중요하다

최악의 결론은 탈직장인?

by 채도해

주 5일 40시간 직장인이다. 압도적인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라는 곳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이 시간들 은 대체로 요구하는 일을 해야 한다. 돈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빚을 갚기 위해,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여행을 가기 위해 등등 ••• 낭만을 쫒는이 이지만 살아가기 위해, 주어진 현실을 소화해 내기 위해선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러기 위해 직장이 아니었다면 엮일 일 없던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야 하기도 하고 부당한 일을 겪기도 한다. 그렇다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과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 외에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보인다는 건 그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내 행동과 생각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 멋대로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이렇게 행동하게 되는 건 아마도 직장 내 위치나 존재감의 유무에 대한 불안정한 마음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하지만 관계가 형성된 후엔 쉬이 누군가를 그만두게 할 순 없다 여긴다. (물론, 자발적으로 보이게 누군가를 내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외한다.) 고용주와 나는 서로 필요로 인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하니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나의 노동력과 돈의 필요가 다해지거나 나의 존재가 지워져서 그만둔다거나 하는 큰 이유가 아니라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쉽게 버릴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필요가 다해진 다면 탈직장인 엔딩이라니. 인생 전체를 봤을 땐 최악의 엔딩도 아니다. 물론 재취업이라는 무거운 현실이 눈앞에 다가오겠지만 ‘어떻게든 살아지더라’라는 말을 앞에 두고 주어진 현실에 잠시 타협한다면 못 살건 뭐 있을까 한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 외의 일은 되도록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특히 누군가에 잘 보인다는 일은 더욱이. 그리고 직장 외에 시간엔 최대한분리된 생활을 하려 한다. 내 생에 압도적 시간을 보내긴 하나 그것이 내 인생을 대변할 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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