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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도피처

안개가 걷히다

by 채도해

성인 연간 평균 독서량은 대략 3.9권이라고 한다. (조사처에 따라 편차는 있을 것이다) 24년도에는 50권의 책을 읽었었다. 평균량과 비교해 본다면 많이 읽고 있는 사람인 것 확실하다. 이전엔 책을 읽으면 뭐가 좋은지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땐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으며,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는 일이 좋다고 꼽았었다. 그 대답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지금은 날 지키기 위해 책을 읽는 것 같다.


사람들 간에 감정소모가 심한 날엔 심리학과 인문학 책을 읽고 현실의 고단함이 쌓인 날엔 판타지 소설을 읽는다. 감성이 촉촉해지고 싶을 땐 시집 또는 시인이 쓴 산문집을 읽기도 한다. 이처럼 책은 나에게 도피처가 된다. 읽고 나면 읽기 전의 내가 아니다. 그렇기에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애초에 놓을 생각이 없지만..)


내 안의 결론짓지 못한 생각과 감정들은 무수하다. 그렇게 자주 안갯속에 머물게 되는데 책을 읽고 나면 그 안개가 생활이 가능하도록 걷히게 된다. 내가 가진 알고리즘은 말과 행동을 하고, 또는 상대의 말과 행동을 보고 그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을 명명하기도 하고 때론 타인이 느끼고 있는 감정까지 끌어와 느껴버린다. 이건 의식하지 않고 이루어 지기에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망각된다. 이처럼 나의 성향은 생각과 감정에 잠식되기 쉽다. 그래서 그것들을 이렇게 대응하면서 산다. 그렇게 책은 이젠 내 생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나는 이런 성향의 내가 가끔 버겁긴 하지만 싫진 않다. 그리고 이런 방향의 인생이 꽤나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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