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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주재원] #27. 베트남 운전면허 신청기

속에 열불이 난다

by 남산


베트남에 살면서 한국의 서비스를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을 매일 먹지만, 이미 한국화 된 몸과 마음에 베트남 패치가 쉽게 적용이 되지 않는다. 특히 공공기관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기에 기분까지 나빠지지만, 실상을 알게 되면 그러려니 하게 된다. 그래도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은 정말이지 치가 떨린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시스템이 문제로 보인다.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현지 면허증을 취득하거나, 공안(경찰)이 관리하는 교통국에 가서 한국운전면허증을 현지 면허증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다시 면허증을 취득하기보다는 한국 운전면허증을 교환하기로 결정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과연 얼마만큼의 기간이 걸렸을까.


신청을 접수하기까지 한 달 반. 이 정도로 걸릴 일인니 미처 알지 못했다.


1. 인민위원회(구청의 개념)에 가서 한국 운전면허증을 베트남어로 번역공증받고 서류 2부 받기

2. 교통국에 가서 번역공증본과 여권 등 서류를 제출하고 사진 찍어 교환신청 접수하기


특히 교통국에는 3번을 방문했는데, 첫 번째 방문했을 때는 외국인 담당 공안이 그만둬서 자리를 비워 2주 뒤에 오라고 했을 때에는 정말 베트남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제대로 신청은 되어 있지만, 운전면허증의 플라스틱카다는 재고가 없어 2~3달 뒤에 나오니 운전면허 번호를 받으러 오라 해서 갔다. 플라스틱카드의 재고가 없다니...


그다음 억울한 부분은 여기가 공안이 관리하는 사무소인데, 당일 접수할 수 있는 번호표가 없어도 200만 동(약 10만 원) 돈만 사무실 바깥 입구를 서성이는 브로커에게 내면 기다리는 사람보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해준다. 공항에서 봤던 패스트 트랙이 더 비싼 금액으로 여기서도 존재했다. 공항에서는 온라인 신청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술 취한 것 같은 얼굴이 검붉은 아저씨에게 은밀하게 다가가야 한다.


이 돈은 현지분들에게는 매우 매우 커다란 금액이다. 월급의 1/6 정도의 금액을 내라는 건데, 그래서 시간 없는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브로커들은 이걸 잘 알아서 외국인에게만 거의 들러붙는다. 이렇게 낸 돈은 각자의 뒷주머니로 들어가겠지. 월급이 적은 공무원인지라 이런 뒷돈을 받는 게 21세기인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것을 보면 아주 쏠쏧해보인다.


과연 플라스틱 카드는 언제 내 손에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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