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 이게 뭐야. 음.. 음... 음?... 음!
낯선 땅에 머물며 느끼는 재미 중 하나는 여기서만 자라는 음식들이다. 특히 과일은 너무나 색다른 경험을 준다. 한국에서는 아이들 덕분에 과일을 집에 쟁여두며 먹이고 있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동남아 여행을 할 때에만 먹을 수 있었던 무척이나 시고 달고 또는 표현할 수 없는 맛을 지난 과일들은 내가 낯선 곳에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망고, 망고스틴, 패션프룻, 리치, 람부탄, 잭프룻, 드래곤프룻, 아보카도... 정말 다양한 과일을 사 먹어 보기도 하고, 과일아주머니께 얻어먹기도 했다.
오늘은 한국에 가기 전에 바로 맞은편에 사시는 집주인아주머니께 선물을 드렸다. 한국에서 온 라면들이 유통기한이 되기 전 남은 양이 꽤 되어 처리해야 하고, 아내의 회사에 방문한 화장품 회사에서 준 마스크팩도 여기서는 인기가 많으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딸 둘과 나누면 좋겠기 때문이다. 특히 둘째 딸이 싱가포르에서 살다와서 그런지 영어도 꽤 잘해서 영어를 전혀 못하시는 집주인 대신에 중간에서 많은 것을 해결해 주어 고마운 것들이 많기도 했다.
신라면 4개, 짜파게티 4개, 그리고 마스크팩 10개. 여기서 산 지 3개월이 되었지만 지나가다 인사만 나눴지 사실은 교류가 많이 없었지만, 맞은편이 살면 이웃이니(그리고 집주인이니 ㅎㅎ) 먼저 생각이 났다. 띠링띠링. 집주인집의 문이 열리고 둘째 딸과 할머니가 나온다. 선물을 드리고 한참 이야기하다가, 먹으라고 또 선물을 주신다. 이런 걸 바란 건 아닌데, 그래도 감사히 받았다. 받은 것은 두리안과 베트남 토종닭이다.
둘 다 베트남에서는 비싼 과일과 고기에 속한다. 주신 그 마음을 헤아려보면 감사함이 더 커진다. 들어보니 스토리가 있는 과일과 닭고기다. 모두 가까운 친척들이 하는 두리안 농장에서 화학성분을 넣지 않은 유기농 두리안이고, 닭도 그냥 길에서 키운 큰 닭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토종닭을 키우는 것도 비슷하다. 닭은 또 인삼을 넣어 먹으라고 한다. 백숙을 만들어야겠다.
내일 한국에 가기 때문에 닭으로 요리는 하지 못하고, 두리안을 아내와 함께 맛보았다. 나에겐 처음 맛보는 경험이다. 누렇고 하얀 끈적한 덩어리들이 커다란 씨앗을 싸고 있다. 먹어본 경험이 있는 아내가 먼저 든다. 손가락이 노랗고 끈적한 과육을 포옥 누르며 입에 들어간다. 나도 같이 먹어본다.
!!!!!!!!!
불고기 맛이 난다. 바깥에 오래 놓아 식은 서울식 불고기의 작은 자투리 고기들이 간장에 푹 담겨 있던 향과 짭짤함이 느껴진다. 그다음에는 마늘과 고춧가루의 날 것의 매운 향이 입안 가득 맴돈다. 후추향이 느껴지기도 하다. 처음 입에 넣을 때 느껴지던 향과 맛이 사라지고, 달콤함이 입에 남는다. 과육도 안 쪽 씨에 가까운 부분은 아삭함도 살아 있다. 한입을 먹었을 뿐인데,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먹은 느낌이다.
5개 덩어리 중 2개를 해치웠다. 아직 큰 게 3조각 정도 남았다. 집안이 두리안 냄새로 가득 찼다. 첫째는 냄새를 맡아보더니 싫다고 했다. 하지만 내일 아침 먹을 때 함께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만 이런 경험을 해보긴 아깝지. 내일 아이들의 반응을 보아야겠다. 이건 포크로도 집을 수 없고 손으로 먹어야 하는데 그 촉감을 견딜 수 있을까. 하하하. 이렇게 베트남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