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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주재원] #29. 한국 가는 비행기

대한항공 탈래요.

by 남산

지난주 개인적인 일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가는 날, 악명 높은 LCC비행사의 비행 편을 밤 비행기로 타고 한국에 새벽 6시에 도착하는 일정. 역시나. 항공사에서 메일이 왔다. 30분이 늦어진단다. 어학당에 같이 다니는 말레이시아 친구한테 연착되었다고 메시지를 보내니 아주 양호하단다.


출국장에 들어서서 졸린 아이들에게 미리 준비해 둔 필수품, 아이패드를 꺼낸다. 오프라인으로 재생이 되도록 저장한 페퍼피그와 넘버블락스를 틀어준다. 아주 구석진 자리에서, 소리를 키워도 신경 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다시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항공사 메일이다. 1시간 추가 지연이다. 아 역시. 다음엔 웬만하면 국적기를 타야겠다. 대한항공이나 베트남에어라인으로.


졸음으로 고개를 떨구는 아이들을 데리고 버스를 타 이동 후 비행기로 올라서니, 진짜 한국에 간다는 느낌이 든다. 명목상 부동산 거래를 위한 목적인데, 한국에 가는 게 조금은 나에게는 기대가 되는 일이었나 보다. 괜한 설렘이 난다. 아이들도 한국 가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친구들을 볼 생각에 들떠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잠이 더 무겁다. 자리에 앉자마자 가져온 이불을 덮고 그대로 잠에 든다.


냉탕과 미온수를 왔다 갔다 하는 기내 어에컨의 미세 컨트롤로 수시로 잠에서 깬다. 춥다가도 땀이 나는데 깼다 다시자면 또 추워진다. 아이들이 감기에 안 걸릴까 걱정했는데, 내릴 때 돼 보니 졸린 것 말고는 멀쩡하니 다행이었다. 만약 아팠다면 한국에 있는 일주일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물도 주지 않는 곳에서 공항에서 10배 가격으로 팔고 있는 생수를 사고, 먹을 걸 준비하고 이것도 해보니 일이다. 내 것만 준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있으니 조금 더 준비되어 있는 곳을 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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