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내가 주재원] #31. 첫째가 곧 입학한다

학교 입학에 앞서 가져보는 생각과 나의 마음가짐

by 남산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잘 안다. 아침에 일어나 잠에 들기까지 부모의 손이 안 닿는 곳이 없다. 5살, 3살 아이가 있는 나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고, 내가 기꺼이 손을 내밀어 도와줄 수 있는 존재가 어디에 있겠나 생각하면 행복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이제 "컸으니까 혼자 할 수 있잖아"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려 하다가도 힘껏 목구멍으로 넣기도 부지기수다.


여전히 둘 째는 아침에 이를 닦는 것부터 옷 입는 것까지 아직은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가끔씩은 말보다는 짜증과 부탁이 섞인 투정 소리로 내기도 하고, 가르쳐준 대로 "아빠, 저 도와주세요"라고 한다. 옷의 앞뒤가 아직 헷갈리고, 급한 마음에 신발의 좌우를 바꿔 신는다. 나는 하나하나 옷을 다시 벗기고 어디가 앞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을 가끔은 상냥하게, 가끔은 퉁명스럽게 알려준다. 그러면 돌아오는 대답도 상냥하게 또는 퉁명스럽게 되받아치는 스킬도 이제는 할 줄 안다.


첫 째딸은 일찍이 혼자 하는 것이 많았다. 스스로 해내는 것이 자신에게 주는 만족감과 성취감에 몰두하고 기뻐했다. 주변에서 이를 본 부모와 친척들이 손뼉 치는 모습에도 스스로 콧대가 높아졌으리라. 이제는 피아노 학원에 갈 때도 스스로 가방을 챙길 수 있다.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아도 혼자 해결할 수 있다. 혼자서 샤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숙제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다.


2주 뒤면 첫 째 딸이 학교에 간다. 유치원과 학교는 어감에서도 나는 큰 감정의 차이가 느껴진다. 아직 어릴 것만 같던 딸이 학교에 가는 것은 이제 스스로 생각에 따라 행동하고,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나 <가정 <학교 <사회] 순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항상 도움이 준비되어 있는 집과 유치원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 능력을 보여주고 살아가야 하는 사회의 첫 단추로 학교로 가게 된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때랑은 확연히 다른 국제학교의 분위기와 시스템이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가 도움을 받아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친구나 가족에게는 언제든 편하게 도움을 부탁할 수 있는 용기가, 스스로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아무리 어려운 벽 앞에서도 이를 넘길 수 있다는 믿음과 지혜가 함께 하길 바란다.


혼자 해낼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부모가 줄 수 있는 도움이 적어지고, 그 종류도 달라질 것이다. 손가락 한마디 씩 키가 커가는 순간마다 한 발자국씩 부모에게서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니, 스스로 단단하지만 세찬 바람의 흔들림에도 꺾이지 않는 유연함을 가질 수 있게 응원해야겠다. 우리 딸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망설임에도 용기를 가지고 한 발자국 내딛는 도전을 할 수 있게 든든한 뒷배가 되어줘야겠다. 아무래도 조금은 오래 살아야 하지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내가 주재원] #30.베트남 주부(夫) 상반기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