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의 국제학교 입학
8월 11일 자로 첫 째 수나가 입학을 하였다. 한국의 강당이나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 말씀을 듣는 입학식은 없었다. 등교 전 주 금요일에 교실에 가서 담임선생님과 만나 오리엔테이션을 듣는 것으로 입학이 진행되었다. 여전히 엄마와 아빠를 찾고 유치원에서 조금 공부하고 노는 게 좋은 첫 째가 학교에 가는 것이 많이 낯설다.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학교 가는 전 날 밤인데, 수나는 엄마와 잠에 들러 가면서 그래도 씩씩하게 기대를 안고 잠이 든다. 입학, 입사와 같이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은 항상 긴장감이 돈다. 학부모가 되어서 자녀의 시작도 괜스레 내가 긴장이 된다.
모두가 잠에 든다. 의미부여를 좋아하는 아빠는 새 교복을 서랍에서 꺼내어 옷걸이에 걸고, 스팀다리미의 전원을 콘센트에 꽂았다. 수나가 깔끔한 옷으로 학교에서 즐거운 시작을 바라는 마음이 계속 들었는데, 표현할 길 없는 이 마음을 옷과 함께 다려 넣었다. 수나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만족이다. 다음 날 옷을 다렸다고 하니 아내가 나를 유난이라고 한다.
시작의 날이다. 통학버스 탑승이 7시 15분이라 6시에 미리 일어났다. 열대과일과 요거트, 빵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아파트 로비로 학교 버스를 타러 간다. 이상하게 수나는 첫날인데도 긴장감보다는 기대가 더 커 보인다. 버스에 오르기 전, 포옹을 해주고 파이팅을 외치며 수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앉고 출발하여 갈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어 주었다.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아내는 수나를 함께 배웅해 준 뒤 바로 회사차를 타고 출근을 했다. 그러고 보니 둘째 순준은 같은 학교가 아닌 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1시간 30분이나 뒤에 등원을 한다. 아차차. 순준은 누나 배웅을 위해 먹다가 끊고 온 아침밥을 마저 먹고, 손도 잘 못 대게 하던 누나의 책을 책장에서 꺼내어 그림을 얼른 후루룩 훑어본다. 누나의 이른 등교 덕분에 길어진 순준의 등원시간에 나도 여유를 조금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첫날이라 그런지 많은 수나의 학교 생활이 어떨지 생각이 났다. 옆에 앉은 친구들과 인사는 잘 나누었을까. 부끄럼이 조금 있는 성격이라 혼자서 점심을 먹지는 않을까. 선생님이 영어로 질문하면 잘 알아듣고 대답을 해낼까.
생각만 하다 보니 결국은 수나를 믿는 것이 정답이다.
3시 30분. 하교를 하고 통학버스를 타고 아파트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내리는 손을 잡고 가방을 건네받는다. 가장 궁금했던 것을 수나에게 물었다.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고 공부하는 건 어땠어, 수나?"
"응. It's fun today!"
좋았어. 첫날. 성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