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차 테린이 대회 후기
글을 쓰지 못한 지 4개월 여 지났다. 여기서 정말로 집중해야 할 일이 하나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로 2025년 12월 13일에 있었던 대한테니스협회에서 주최하는 테니스 대회. 10월부터 같은 아파트에 사는 형님의 나가보자는 권유와 함께 거의 매일의 시간을 투입하며 준비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 감사한 형님이다. 배운 지 3개월 밖에 안되었을 때, 게임을 하는 모임에 초대를 해줘서 함께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는데, 이후 3개월 뒤에 있는 대회에 완전 테린이인 나에게 함께 나가자고 하시니 참 용기가 있으셨다. 그리고 나가겠다는 나도 참 용기가 가소롭지만 결정은 쉬웠다.
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주일에 5일을 2시간씩 테니스를 치며 집안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대부분 저녁 시간에 나가야 했는데, 이때에는 일하고 온 아내가 애들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대회에 나가기 2주 전부터는 아내한테 '작작 해라'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엄청 무리해서 치기도 했고,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빼야 했다. 그래도 12월에 장기간 우리 집에 머물게 된 처형 덕분에 아내의 부담을 덜어 조금 더 연습할 수 있었다.
학교 다닐 때에도 운동에 대해서는 큰 자신이 없었다. 태권도를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때까지 한 것이 가장 오래 한 운동이다. 대회에 나가본 기억은 없다. 그냥 3단을 따고 끝났다. 축구는 키퍼나 수비수를 도맡아 했고, 군대에서 병장 때 공격수로 겨우 나섰다. 가장 재밌었던 운동은 화천의 산 능성에 있던 부대에서 아침마다 군화를 신고 상반신을 벗은 뒤 30분 동안 산 아래를 내려갔다가 다시 산 위로 올라가는 산악구보였다.
운동에 빠지게 된 건 군대에서 구보를 좋아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과 대회를 나가게 된 것은 또 새로운 일이다. 네모 반듯 그어진 작은 네모 칸 안에서 둘이서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재미난 경험이다. 축구, 농구, 족구 이런 몸으로 공을 치는 운동은 정말 잼병이던 내가 도구를 들고 하는 구기 종목에는 나름 자신이 생긴 것도 나를 알게 된 좋은 경험이다.
대회 날, 아침 7시부터 모여 다들 몸을 푼다. 예선에서 붙은 팀은 모두 3팀. 3경기를 연달아 이겼다. 남녀 혼복 2개 팀, 남복 1개 팀과 초 3경기를 했지만 모두 나보다 오래 하신 분들이다. 첫 경기에서 몸이 너무 굳어있던 나머지 서브 실수를 많이 했다.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다고 응원해 준 형님 덕이 컸다. 6개월 차에 이뤄낸 오랜만의 성과와 보람이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조 1위로 본선 진출. 16강부터 만만치 않다. 다들 조 1,2위로 올라왔다. 예선에서 다 어렵지 않게 이겨 긴장이 풀렸다. 40대 형님이신 분들과 쳤는데 처음부터 4:0. 실수가 많고 받아야 할 것을 못 받았다. 역시나 같이 나간 파트너 형님이 외친다. 괜찮아요. 우리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요. 그렇게 정신을 다잡았다.
이젠 드래곤볼 만화에서 나오던 것처럼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 몸의 시간은 축적되어 반응이 바로 나오는데 현실의 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경기는 끝이 났다. 경기는 4:6으로 우리 팀의 승리. 이만한 쾌감이 어디 있을까. 내리 6점을 내어 파이팅이 하늘을 찔렀다. 경기가 끝나고 우리는 말이 없었다. 말없이 가벼운 하이파이브를 하고 코트 밖으로 나갔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있지만, 우리 모두 전 경기를 통틀어 가장 가쁜 숨을 참았다.
8강. 남녀 혼복팀. 코트에서 연습하는 것만 봤는데도 상위레벨 플레이어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테린이었다. 그렇게 결과는 6:1로 패. 하지만 두 분 다 매너가 좋고, 처음으로 코트 위에서 사진을 남겼다. 강력한 서브에 내리찍는 발리. 꽉 찬 테린이어서 그런지 경험의 차이가 많이 났다. 그리고 우리는 로브나 여성 플레이어를 공략했어야 했는데, 머리가 그렇게 돌아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8강에서 졌지만 6개월 차 태린이로, 이 정도 성과를 냈으면 만족한다. 함께 나가자 해주고, 옆에서 실수해도 계속 일으켜주는 형님이 있었고, 테니스를 치러 가도 이해해 준 아내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년 차 해외생활에서 잊지 못할 경험. 이걸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 점 하나를 찍었다. 수많은 점들 중에서도 두껍게 남겨진 점. 이런 점들이 가끔씩 채워지는 덕분에 삶이 재밌는 것 같기도 하다.
더 열심히. 다음번엔 우승을 목표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