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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미스 Dec 14. 2016

0. 이건 무슨 느낌?

느낌에 깨어 있기

지금의 느낌 3가지를 표현해보세요!


출근 3일째. 처음으로 참석하는 주간 회의였다. ‘여기서는 어떤 식으로 회의를 진행하지?’하는 궁금함이 막 올라온 참에 “돌아가며 지금 또는 오늘의 느낌 3가지를 표현해주세요!”하며 회의가 시작되었다. 주간 회의 치고  별스러웠다. 지금의 느낌을 말해보라니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느낌? 무슨 느낌을 표현하라는 걸까? <기쁘다>, <슬프다>, <우울하다>, <고맙다>, <화나다>, 이거 말고 또 어떤 느낌이 있었던가?’


그 순간의 느낌을 표현하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느낌인지 나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날 결국 한참을 궁리한 끝에 ‘출근 첫 주라 설렌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졸리다’, ‘아침에 눈떴는데  햇살이 밝아 기분이 좋았다’라는 다소 궁색한 답을 내놓고 말았다.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 것인가? 이후 회의 시간은 항상 난감했다. 쉽사리 느낌을 표현하기는 어려웠고, 나는 회의 때마다 매번 다른 이유로 ‘슬프’ 거나, ‘피곤’하거나, ‘기쁘’ 거나 ‘우울’했다. 참 바보스러웠다.


가만 돌이켜보니 꽤 오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구분해 표현하지 못하고 살았다. 어릴 적에는 쉽게 <즐겁다>, <기쁘다>, <슬프다>, <행복하다>와 같이 감정을 표현했는데, 언젠가부터 제대로 느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와 같다’라는 ‘느낌'인지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슬프면 슬픈 것인데 ‘슬픈 것 같아’라고 말했고, 재미를 느낄 때에도 ‘재미있다’가 아닌 ‘재미있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느낌이 아니라 평가하고, 판단하기도 했다. 또 느낌을 말해야 할 자리에 생각을 말하거나 생각을 말할 자리에 느낌을 말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나 스스로도 내가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였다.



느낌이 왜 중요한가?


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가 창시한 '비폭력대화'는 느낌을 외부나 내부의 자극에 대해 우리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반응으로 정의한다. 느낌은 우리 안에 내재된 욕구가 충족되었는지 그렇지 못한 지의 상태를 알려주는 경보기나 메신저이고, '느낌을 나누는 것'은 서로의 욕구가 충족되었는지 아니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본 것이다. '느낌'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면,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내 느낌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이 충족되지 못한 것인지?'를 알 수 없다. 


느낌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욕구를 해결하고,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 해방되어 행복해질 수 있다. 또 타인과 유대 관계를 맺으며 기쁘고 즐거운 소통을 위해서도 나의 현재 느낌을 정확히 전달하고, 상대의 느낌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한 삶을 위해 느낌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용타 스님이 설파하는 '동사섭'에서도 느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느낌을 행복과 불행을 구분하는 요소로 보고, 좋은 느낌이 곧 행복이며 나쁜 느낌은 불행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해지기 위해 '좋은 느낌'이 필수적이며, 이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항상 느낌에 눈을 떠야 한다고 말한다. 내 느낌에 관심 갖고, 내 느낌을 감지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느낌에 눈 뜨는 것을 영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현재 내 느낌에 깨어 있는 것이 필요하다.



느낌 말!


이렇게 중요한 '느낌'이지만 정작 내 느낌을 표현하고, 깨닫는 것은 쉽지 않았다. 늘 느낌보다 생각이 앞서고, 지금의 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느낌을 나타낸다고 '~ 같아' 또는 '~처럼 느껴져'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했지만 이는 생각, 판단 또는 평가가 포함된 말이다. '무시당한 느낌이다', '이용당한 느낌이다'와 같은 표현은 느낌이 아니라 상대 행동에 대한 나의 해석(생각)인 것이다. 나는 느낌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몰랐던 것이었다.


나를 난감하게 만들었던 주간 회의의 경험 이후 '비폭력대화'수업을 접한 일은 행운이었다. 이 수업을 통해 느낌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고, 내 느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느낌에 좀 더 집중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일었다. 분석, 비교, 비난, 해석 등을 배제하고, 실제의 내 느낌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느낌말'로 말이다.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감동받은, 뭉클한, 감격스런, 벅찬, 환희에 찬, 황홀한, 충만한, 고마운, 감사한, 즐거운, 유쾌한, 통괘한, 흔쾌한, 경이로운, 기쁜, 반가운, 행복한, 따뜻한, 감미로운, 포근한, 푸근한, 사랑하는, 훈훈한, 정겨운, 친근한, 뿌듯한, 산뜻한, 만족스런, 상쾌한, 흡족한, 든든한, 흐뭇한, 홀가분한, 편안한, 느긋한, 담담한, 친밀한, 친근한, 긴장이 풀리는, 차분한, 안심이 되는, 가벼운, 평화로운, 누그러지는, 고요한, 여유로운, 진정되는, 잠잠해진, 평온한, 흥미로운, 재미있는, 끌리는, 활기찬, 짜릿한, 신나는, 용기 나는, 기력이 넘치는, 기운이 나는, 당당한, 살아있는, 생기가 도는, 원기가 왕성한, 자신감 있는, 힘이 솟는, 흥분된, 두근거리는, 기대에 부푼, 들뜬, 희망에 찬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걱정되는, 까마득한, 암담한, 염려되는, 근심하는, 신경 쓰이는, 뒤숭숭한, 무서운, 섬뜩한, 오싹한, 겁나는, 두려운, 진땀나는, 주눅 든, 막막한, 불안한, 조바심 나는, 긴장한, 떨리는, 조마조마한, 초조한, 불편한, 거북한, 겸연쩍은, 곤혹스러운, 멋쩍은, 쑥쓰러운, 괴로운, 난처한, 답답한, 갑갑한, 서먹한, 어색한, 찜찜한, 슬픈, 그리운, 목이 메는, 먹먹한, 서글픈, 서러운, 쓰라린, 울적한, 참담한, 한스러운, 비참한, 속상한, 안타까운, 서운한, 김빠진, 애석한, 낙담한, 섭섭한, 외로운, 고독한, 공허한, 허전한, 허탈한, 쓸쓸한, 허한, 우울한, 무력한, 무기력한, 침울한, 피곤한, 노곤한, 따분한, 맥 빠진, 귀찮은, 지겨운, 절망스러운, 실망스러운, 좌절한, 힘든, 무료한, 지친, 심심한, 질린, 지루한, 멍한, 혼란스러운, 놀란, 민망한, 당혹스런, 부끄러운, 화나는, 약 오르는, 분한, 울화가 치미는, 억울한, 열 받는, 짜증나는




행복은 '좋은 느낌'입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풍부하게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 느낌의 표현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참고: 비폭력대화 N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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