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플랫 화이트와 크랜베리 아몬드 쿠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의 어느 목요일 저녁, 최근의 한파에 비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양재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데 시원한 바람이 길을 안내해 주는 듯했다. 과천에서 시작해 학여울역까지 3호선 라인을 따라 탄천까지 이어지는 양재천은 굉장히 정비가 잘 되어있다. 늦은 밤까지도 넓은 도로와 밝은 불빛이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며 바로 근처의 '강남 지역'에서 느낄 수 없는 탁 트인 시야가 길을 이동하는 내내 펼쳐진다.
양재천 바로 옆 길에는 각종 문화시설과 레스토랑, 카페들이 줄을 서있기 때문에 데이트 코스로도 자주 언급된다. 자전거를 타기 굉장히 좋기 때문에 시간이 난다면 꼭 양재천에서의 라이딩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천에서 나와 대치역에서 삼성역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경로로 가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중에 하나인 은마 아파트를 지나치게 된다. 실제로 마주하면 1979년에 준공된 아파트라고 하기엔 동나이대의 건물들보다 상당히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4,424세대의 초대형 단지가 모두 흰색으로 칠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6시가 넘었음에도 여전히 퇴근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불이 켜지기 시작하는 아파트들과 벌써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하는 학원들을 지나치면 눈이 부시게 반짝거리는 대형 건물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나는 이 지역이 강남역에서 선릉역으로 이어지는 지역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삼성역 근방은 큰 경사 없이 평지 지형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온 방향에서 삼성역에 도달하기 전 현대백화점이 자리 잡고 있다. 챔프커피 제4작업실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층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챔프커피는 재밌게도 제1작업실.. 제2작업실.. 같은 표현을 쓰는데, 제1작업실은 우사단로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엔 서초동에 제6작업실을 HQ(Head Quater)로 새로 만들기도 했다. 챔프커피는 드립커피를 하지 않고, 밀크 베리에이션을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페라떼와 플랫화이트로 시작해서 코르타도나 스패니쉬 커피도 맛볼 수 있고, 각 지역마다 이름을 붙여 강남커피, 이태원 커피 등도 판매하고 있다.
나는 일행이 한 명 있었기 때문에 '챔프커피' 한 잔과 '코르타도', '강남커피'를 한 번에 시켜 모두 마셔볼 수 있는 기쁨을 누렸다. 챔프커피는 베이커리를 운영하면서 정말 맛있는 쿠키를 같이 판매한다. 카페라떼와 쿠키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니 시도해 보시길.
우리는 세 잔 중 챔프커피(플랫화이트)만 A원두(알리 블렌딩)를, 나머지는 B원두(토크 블렌딩)를 택했다. 두 블렌딩 모두 산미가 화려한 블렌딩은 아니다. A원두는 다크 초콜릿이, B원두는 견과류가 느껴지는 원두로 우유를 이용한 메뉴가 많다 보니 이와 같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산미가 뛰어난 원두를 플랫화이트로 마시는 것도 즐기지만, 이렇게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커피라면 그렇지 않더라도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쿠키와 같이 마셨을 때는 맛있는 술과 음식이 페어링 된 것처럼 커피와 과자 모두가 맛있어진다.
퇴근시간에 맞춰 백화점을 들고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그 사람들을 잡으려는 인사소리, 그리고 매장마다 다르게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소음이 만들어진다. 활기차고 많은 돈이 오가는 이곳에서 눈을 감고 있으면 마치 시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챔프커피 제4작업실은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이런 아름다운 소음에서 약간 벗어날 수 있다. 바깥에 비해 의외로 한산했던 매장 내부는 우드 인테리어가 더해져 안정감을 주었다. 친절하고 밝은 직원들 덕분에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근처에는 현대백화점뿐만 아니라 스타필드와 코엑스 등이 있으니, 카페에서 나와 구경할 곳도 많다. 코엑스 스타필드에는 2017년부터 '별마당 도서관'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스타필드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서점이 아닌 도서관. 나는 이 속에서 책을 읽기 부담스러워 한 번도 이곳의 책을 만져본 적이 없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인파 속에서 책에 빠져있곤 하다. -앉을자리를 찾기 힘든 건 당연할 정도로..- 하지만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 도서관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은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자동으로 핸드폰을 꺼내게 될 것이다. 또 바로 근처에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 쇼핑을 즐기기도 부족함이 없다. 나에게 있어 이런 복합문화시설에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커피가 있는 것은 썩 괜찮은 장소라는 뜻.
나의 가장 큰 취미생활인 카페 투어를 글로 적어내면서 가장 먼저 이 카페가 선정된 것은 별다른 이유가 없다. 바로 글을 적는 오늘 다녀왔기 때문이다. 서울의 수많은 카페들을 다니며 어떤 곳이 가격에 부합하는 커피를 하는 곳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나는 그중에서 개인적인 기준을 충족하는 카페들을 다시 한번 여행하며 내가 느낀 점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바리스타를 통해서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