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 대화였는데, 문득 마음이 머물렀다
요즘 사람들은 성격을 MBTI로 이야기한다.
나는 INFJ. 굳이 테스트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전형적인 내향인이다.
나에게 약속을 잡는다는 건 꽤 큰 결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그런 내가 지난 주말 약속을 두 건이나 잡았다.
A는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요즘 자주 만나고 통화하는 사이다. 생각의 결이 비슷해 대화가 잘 통한다. 항상 우리 둘은 삶의 방향성과 철학적인 고민들을 주고받는다.
B는 몇 년 전 함께 교육을 받으며 가까워진 사람이다.
그 당시, 서로 의지할 사람이 우리 둘 뿐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교육이 끝난 뒤에도 안부를 나누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 두 사람을 만난 날, 신기하게 느껴진 순간이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며 해준 말이, 놀랍도록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위로받는 느낌이야.”
“따뜻함이 느껴져. 그런 게 미옥 님의 가장 큰 강점인 것 같아.”
“요즘은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 마음을 잘 들어주는 일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입을 모아 ‘나라는 사람’에 대해 같은 이야기를 해주는 그 순간이 조금은 놀랍고, 조금은 따뜻했다.
가만히 떠올려보면 예전에도 비슷한 말을 종종 들었다.
“저 이런 사람 아닌데, 미옥 님한테는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되네요.”
“처음 만났는데 어떻게 이런 말까지 하지?”
“일상적인 대화조차 어려운 내가, 이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도 미옥이에게는 상처받은 적이 없어.
그건 네가 더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기 때문이야.”
“가족도 모르는 비밀을 미옥 님한테는 하게 돼요.”
“미옥이랑 이야기하면, 꼭 주지스님이 옆에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던 사촌 동생조차 가족들에겐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내게는 스스럼없이 털어놓으며, 가족 여행을 가도 나와 함께 방을 쓰고 싶다고 할 만큼 날 따르고 좋아해 준다.
나는 그냥, 내가 나인 그대로의 모습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좋다’, ‘잘한다’고 말해준다.
때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일이 있는 반면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을 때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그것이 때로는 나를 더 빛나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나는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사람들이 말해주는 나의 강점을 믿고,
그걸 조금 더 갈고닦아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스트레스받아가며 노력해도 안 되는 것과 싸울 시간에 그게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애쓰지 않아도 잘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그런 나를 믿고 사랑할 수 있을까?
오늘도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군분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