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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May 22. 2024

나의 번역사 실패기.

다행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인생에서 한 번에 합격한 시험  최고의 점수를 받은 시험은 운전면허인데 난 운전을 못한다

대학도 내리 떨어져서 엄마가 미국 보냈고 미국에 가서도 망할 토플 시험은  나를 볶아댔다.

무려 여덟 번의 도전 끝에 토플 점수 획득.

덕분에  난 영어에세이를 잘 쓴다.

그때는 토플에 에세이 쓰는 게  필수였고 난 문법보다는 에세이점수가 확연하게 높았다.

후에 이 길었던 학습의 효과는 영어 과외에  어느 학습지에도 나오지 않는 간단 천박한 설명을 가능하게 했다

우아하고 어려운 ebs영어 오라그래 킬러? 웃긴다.

"다 읽지 마 너흰 어차피 틀려  "

그리고는 나의 필살기 발사.

잘 먹혔었다.


십몇년전 번역사가 하고 싶어서 시험 접수를 하고 서울까지 가서 시험을 봤었다.

늘 그렇듯이 한 번은 2점 차로 또 한 번은 4점 차로 나를 거부했다.

문학 부분은 내가 다시 봐도 우수했는데 실용문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세탁기 내부단면도 "

어쩌란 말이지?

난 기계치다.

한글로 읽으라 해도 난 헤맬 텐데...

실패!

얼마 전에 책 사면서 이 댓글을 보고 감사했었다.

'아마도 세탁기로 집 날릴 번역이 나왔겠다'싶어서.

미국생활 암흑기.

난 요리책에 빠져 있었다.

돈이 없으니 재료 사서 실습 불가능 했고

맨해튼 링컨센터 앞 반스 앤 노블스는 스타벅스 커피와 쿠키 하나를 사서 열 시간도 책 보면서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안식처였다. 히터도 빵빵 에어컨도 빵빵.

쿠킹북 영어는 쉬웠고 그림은 황홀했다.

틈틈이 플레이 보이도 보고 보이 봤으니  걸도 보고 여행책도 보고

암흑기였으나 견딜만했었다.

요리용어는 애매하다.

보글보글과 부글부글이 물방울 크기로 표현되는데

그걸 어찌 구분합니까?

내 생각과 네 생각이 다르겠지요.

말은 글은 조심스럽다.

어 다르고 아 다르고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글과 말이 많아서 생각과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을 때가 있다.

계란 28이 bbc 유엔 회의장 뉴스 장면에 찍혀서 내가 왜 뛰어다니니 라 물으니

"나 욕하는 건 안 나왔지? 중동계 직원이 무기 관련 발표하는데 내가 그리 주의 줬는데도... 그렇게 발표하면 위험해 내가 아슬아슬해서 돌아가시겠다"

단어 두 개 때문에 그 단어를 읽는 직원의  중동스런 억양 때문에 오십 대 상사가 팔 걷어붙이고 달리기를 하고  말 한마디에 오해가 생기고 너 죽어라 나 죽인다 싸우고.

돌이켜 생각하건대 잘 떨어졌다,

실패가 실패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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