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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Jun 18. 2024

무장해제

너 앞에 나.

"저 예요"

" 어서 오세요 " 하면서 발딱 일어나는 내게 그가 웃으며 말했다.

군대도 다녀오고 늦깎이 대학생인 내 제자이다.

덩치도 작았고 교복은 촌스러웠고 치아교정기를 했었고

여드름 가득했었던 그는 남자가 되었다.

우리 둘은 잠시 웃었고 안부를 묻고 점심 먹었냐 묻는 내게 먹었다 하더니 " 두 시간 전에 "라 했다.

얼른 파스타 하나를 내어주고 마주 앉아서 하는 옛 학생과 선생의 대화.

스물다섯의 그를 좋아하는 스무 살 담배 피우는 여학생 이야기  전에 사귀다 박살 난 여자 친구 이야기.

" 난 오십 둘에 남자한테 까였어'"

그가 슬쩍 놀라고 웃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경고받고 카톡 도 차단되고 에브리띵 차단되었다"

그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나 들이대지 않았거든 카톡 한번 했다. 참 좋은 정가는 손님이었는데 그 경고받는 순간 손님에서 남자로 등극되더라 그리고 오래 생각하니까 좋아했구나 싶고 "

일 년이 넘은 일인데 나도 모르게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그가 "  연락해 봐요"  하는데 "  다 까였다니까 "

날 잡아갈걸  했다.

옛날 제자  앞에서 아직 한 번도 정직하게 꺼내놓지 못했던 내 마음은 쉽게 드러났다.

편안했고 가릴맘도 부끄러움도 없었다.

나의 학생들은 유난히 정직하다.

내가" 너희 나한테 거짓말 안 하는 거 귀찮아서지?"라고 물으면 잽싸게 "예스" 했었다.

내가 이리 말한들 이리 믿어주지 않았고

저리 말한들 저리 알아줄까 싶어서 넣어놨던 내 속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며 끄덕거려 주는 그에게 다가갔다.

싱그럽게 웃어주는 그가 고마웠었다.

나랑 너랑 나와 내 학생들은 그냥 이해해 주는 사이다.

어느 스물다섯의 남자가 오십둘  여자의 까인 이야기를  다정한 표정으로 들어주는가.

계속해보라고 응원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나 잡혀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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