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이사장 Sep 06. 2024

체리잼

사람과 시간이 만든다.

지난 이 년 정도 불면증이었다.

새벽에 벌떡벌떡 일어나 어두운 새벽길을 걸었었다.

올해 오월말쯤 새벽산책 중 들린 맥도널드에서 재승오빠와 통화를 했었다.

시답지 않은 대화 내용이었는데 맥도널드 창으로 슬쩍 비치는 햇살이 어둠을  걷어내는 풍경이 아름다워서 인상적이었다.

"오빠 나 체리잼 먹고 싶네"

"맛있지. 아미쉬마켓 체리잼 맛있었는데 여기도 없어  그만한 맛이 성준이한테 사 보내라 해볼까?"

"바쁘던데 무슨 "

"야 인마. 넌 네가 만들어 "

" 정말 해볼까?"

"하면 보내라. 잼이라 괜찮을 거야. 오랜만에 느껴보자 경남이 맛"


통화 후. 한 주지나 체리잼두병은 밀봉되어서 텍사스로 갔고

재승오빠. 들뜬 전화

"  기가 막힌다. 아미쉬것보다 더 맛있어"

아미쉬는.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침례파 사람들인데 전통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콜럼버스 서클에 아미쉬마켓이 한 달에 한번 열리면 빵도 사고 우유도 사고 체리도 사곤 했었다.

빵은 하루 지나면 곰팡이가 올라오곤 했으나

맛이 귀했다,


그 후로 재승오빠는 전화할 때마다

  "서울에서 샵하자"  보챘다, "

오빠답지 않게 갖은 달콤한 말을 섞어서.

" 팝업샵 내가 투자할게. 알아본다

알아봤는데 빨라도 일월이더라. 경남아"

"오빠 돈으로는 싫어 투자 안 받아"

"이 새낀 돈 없는 게 좌우명이네. 하자"

"하다 보면 길이 있겠지 내 몫만큼 할래"


그렇게 시간은 지났고 난 아이디어스라는 플랫폼에

지원을 했고 하루 만에  통과되었다,

이리되었다는 전화를 오빠와 했다.

" 큰 그림 그렸네"  하시더라는.

"돈 투자 필요하면 말해 얼마든지 네가 절대로 말 안 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이 새끼야"

아이디어스준비하면서 기적 같은 도움 많이 받았다. 끝에 제작과정 동영상 찍어야 했는데 기계치인 나는 멍해졌는데 나의 첫 과외 학생인  소영이가 난데없이 유모차를 끌고 들어왔다.

"조엔 나 커리 사려고요"

" 사긴 뭘 사 신랑 오라 해 여기서 먹으면 번거롭지 않잖아 그리고 넌 할 일 있어 영상 찍어"

그 순간 난 내가 될 거라는 걸 확신했다.

치마 어깨끈이 흘러내렸는지도 모르고 ㅋㅋㅋ

"내가 이거 하려고 왔구나"

소영이는 브런치 작가 지원 할 때도 있었다.

소영이의 말에 한바탕 웃으며 마무리.

제출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과 더불어 고객님들이 보내주신 디엠사진을 첨부했고

기획안은 귀찮아서 동생에게 그려달라 했더니

의뢰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카톡 와 있었다..

제품 소개글은 재승한테 보여줬더니 " 노벨 가자 이 사기꾼 "이란다.

대학교 때 동아일보. 미주섹션에 광고 카피 알바 했었는데 그때도 다들 "널 어쩜 좋니"라 했었다.

미국 대학 지원 하는데. 광고학과 원한다 했더니

"영어가 모국어여도. 힘들다고"  담당자가 말해서 난 빠른 포기를 했다.

이것저것 생각도 나고

아이디어스 소식 알리자마자 우리 고객님들 포장 도와주시겠다고 해서 흐뭇했다,

난 익히 알려진 포장 똥손이다.

아이디어스에도 포장 걱정 하다가 그냥 편하게 하자 싶어서 요렇게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몰라요.

아무튼 재승이가 던진 돌에 내가 맞았으니 이것은 복이다.

감사해야겠다.

재승.

나의 불면증은 갑자기 떠났다.

자도 너무 잘 잔다,

새벽이란 시간이 기억이 안 납니다.

사람과 시간이 만드는 일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