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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Sep 23. 2024

여름이 간다.

돌어가실 뻔하다.

제법 선선한 기운이 돈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휴무일이다.

여름이 한 풀 꺾인다 생각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기가 막힌 이번 여름이 새록하기도 하다.

장사? 안 된다 안 된다 이리도 끔찍하게 안 될 줄을 몰랐고

덕분에 재승오빠에게 시달리기도 했었고 서울로 가볼까란 맘도 들던 차여서 일단 시작단계로 아이디어스에 입점을 해보기로 하고 7월부터 살살 준비를 했었다.

힘들더이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요구사항은 많았으며 늘 그랬던 것처럼 나의 주위사람들은 나를 위해 존재해주는 것처럼 딱딱 아다리 맞춰서 날 도와주셨다.

모든 순간에 모자란 내 곁에 꽉 찬 이들이 나를 도와주었고 응원을 해줬으며 7 월지나 8월에 들어섰을 때는 손님 하나 둘 오는 가게에서 나만 바빴다.

어찌어찌해서 아이디어스는 심사 신청 하루 만에 통과되었으며 서울로 혹은 육지로 떠나가셨던 고객님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입점심사는 그래도 수월했으나 등록 과정은 나를 들들 볶았다.

서류에 유난히 허당인 나는 어느 서류도 한 번에 통과하는 게 없었으며 통신판매 신고서는 드디어 동사무소 직원분이 아침에 전화하셔서 발급이 두 개로 신청되었다고 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그 와중에 빨리 해주세요란 나의 부탁 들어주셔서 두 시간 만에 신고서 받았다.

말도 안 되게 전화 인증이 안된다고 하루 내내 아이디어스와 나는 인증했다, 보류되었다의 메일을 주고받았고 돌기 직전의 나는 전화를 들어 담당자분께 뜨겁게 하소연했고 담당자분은 로그 아웃해 보세요라고 하셨다. 그리고 난 어이없어서 50넘은 주제에 와락 울어 버렸다. 동네 바보 된 듯한 허함이 참을 수 없었다.

추석에는 돼지갈비찜을 팔았고 그 주간에는 휴일 없이 오픈했으며 매일 짜증 가득한 나는 급기야 여섯 살 조카와 날이 서기도 했었다.

과자와 초콜릿, 아이스크림만 있으면 가지고  방에  쫓아 들어와 "왕 고모 먹어봐" "이거 먹어도 돼?" "같이 먹자"하는 그녀에게 " 고모 살쪄 싫어 "하니 급기야는 눈을 뾰족하게 뜨면서 " 살찌면 어때 고모 이뻐"라고 버럭 하신 조카. 추석 연휴 다음 날 단체 테이블 예약 들어와서 새벽부터 온갖 준비 하다 보니 예약 취소 사태 일어나서 그다음 날 난 몸져누웠다.

손가락 마디마디 어깨 등이 부서지듯 아팠고 그냥 슬펐다.

그렇게 삼일을 앓았고 주말이 되고 마지못해 가게는 오픈을 했으나 손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오늘 휴무일이 되었다.

아침에 눈 떠 아이디어스에 내보낼 병을 골라야 해서 선별해 놓은 병 다시 살펴보고 주문하고 두 시간 자고 일어나 실링지 주문하고 한 시간 자고 다시 일어나서 실링기 사고 다시 잠들고 다시 일어나 그래도 사람이니까 공부라는 걸 해볼까 싶어서 씻지도 않고 꾸역꾸역  치즈 소스 공부를 해주시고

천천히 일어나 욕조에 뜨거운 물 가득 받아서 오랫동안 목욕을 했다.

엄마친구분이 오셔서 목욕 후에 엄마와 이모의 점심을 비빔라면과 la갈비로 준비를 하고 "경남이 나가자"라는 엄마와 이모의 요청에 마지못한 척하면서 신나게 따라나서 커피와 키슈를 야무지게 얻어 드시고 롯데 마트에 치즈와 햄 세일하길래 선선한 바람과 씩씩한 햇빛을 즐기면서 신나게 치즈와 햄과 샐러드거리를 품고 집에 왔다.

와인이 없구나... 이런... 샌드위치 싸 먹어야지 맛있겠다란 결의를 다지고.

방에 들어오니까 엄마와 이모가 거금을 투척하셨다.

오십 넘은 내 나이가 웃기긴 하지만 돈은 좋다.

엄마가 아침에 쌀 불러야 한다고 했으니 세금 뗀다 생각하고 엄마 옆에 누워서 이 쌀 저 쌀 고르다가 엄마 보는 드라마 참견하다가 쿠팡에다 쌀 주문하고.

그 사이에 아이디어스 병에 붙일 스티커 디자인 해달라고 조른 동생에게서 스티커 샘플이 왔고

난 그분이 한 거라면 안 보고 오케이니까 통과. 잠시 기분이 좋다.

오후 네시 노래의 날개 위에 나오는 라디오 옆에서 브런치 글을 쓰면서 내가 지나온 올여름을 생각하니

나 좀 장하다.

가게 돈 빡빡해서 엄마가 도와주시고 동생이 도와주고 때때로 씩씩한 척하고 때때로 울었다.

그래도 아이디어스 준비하면서   정신없음이 고마웠고 마지막 제품시안 제출할 때 나의 제품들이 뿌듯했었다. 날 얼래고 달래던 재승이 오빠의 한결같은 오빠다움이 고마웠고 내가 도움 원할 때마다 웃으면서 도와준 나의 고객님들이 뿌듯하다.

오랜만에 뜨거운 커피, 차가운 커피 번갈아 마시면서  머리 비우고 앉아있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단호박 스테이크 해달라고 예약해 주신 고객님 또한 감사하며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가을이 오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친구 미영이 부자 아저씨가 아들 만나보라 했다는데 그것도 밀어 봐야겠다.

이탈리아에 있는 지선이 결혼한다고 막내고모 신났는데 쯔유랑 볶음 고추장 이탈리아로 보내야겠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

살살 불어라 가을바람아 나 너무 힘들더라.

그런데  어제 보다 쉬운 오늘은 없더이다.

가을은 또 힘들겠지. 그래도....

손님 많은 가게에서의 나보다 한랑한 가게를 지키는 내가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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