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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소소 05화

소소.

한 여름에 곰국.

by 남이사장

6시.

가게를 정리하고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한 듯이 가방을 챙기고 길을 나섰다.

동네 정육점에 들러서 " 곰국을 끓이려고 하는데 어떤 게 좋을 까요?"

사장님은 놀라신 표정으로 나를 한번 쳐다보시더니

" 건더기를 좋아하면 우족으로 국물이 좋으면 사골이 좋아요"

나는 또 갈등에 휩싸여서 잠시 고민에 빠진다.

" 우족이랑 사골을 같이 하면 국물도 진하고 맛있어요"

"그러면 둘 다 주세요"

"요새 곰국 집에서 끓이는 사람이 별로 없던데.... 어머님 해드리려고요?"

다소 의외라는 모습에 나도 빙그레 웃었다.

"네"

우족 하나와 사골을 산 포장비닐이 꽤 무거워서 택시를 불러 타고 집에 왔다.


곰국을 끓이는 것은 학교 오빠들에게 배웠다.

시기 때마다 오빠의 어머님들이 유학생인 오빠네 집에 방문을 하셨고

그때마다 오빠들은 상당히 귀찮아하면서도 고기를 사서 "자신은 곰국을 끓이니까 집에 있을 거야"라는

결의 찬 멘트를 남긴다.

나와 나의 친구들 그리고 언니들은 이해를 할 수가 없지만 우리는 재미있는 구경거리에 흥미를 가졌었다.

오빠들은 우족이나 소꼬리 사골 사태 등의 부위를 사서 돌려쓰는 냄비를 빌려가서 끓여댔다.

찬물에 3시간 정도 담가서 핏물을 빼고 그냥 끓이면 돼.

말이 쉽지.. 너무 더운데.. 힘들 텐데.


기민이 오빠가 "나 곰국 끓이는데 놀러 와. 상준이네랑 정아네도 온댔어"

라는 전화에 기민오빠네 집에 갔다.

기민오빠는 다들 "마르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패션학과 오빠였고

어디든지 구석자리에 앉아서 뜨개질을 했었다.

오빠의 뜨개질하는 모습을 간직하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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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와 소스를 파는 작은 가게 이야기 입니다. 작은 일상들이 모이는 가게 이야기를 씁니다. 가볍게 읽으시고 잔잔하게 느끼시고 가뿐하게 잊혀지는 글이였으면 합니다.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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