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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Nov 01. 2023

테이블 예약.

열쇠를 드립니다.

우리 가게의 디너 테이블은 룰이 있다.

예약받고 술상이든 밥상이든 준비해 드리고

난 빠진다.

처음부터는 아니었습니다.

나의 친애하는 토마토 샘께서 오픈하고 처음으로 정신과 의사 선생님 모임을 저녁 모임을 원하셨는데

식사하시는 동안 쇼케이스 뒤에서 기다리던 나는 쿠팡으로 24만 원을 질렀으며 그날 저녁 테이블 금액 보다

돈을 더 써버렸다. 게다가 지루 하더이다.

그래서 두 번째부터는 토마토 샘께 열쇠를 드리고 테이블 정리 하지 마시고 드시고 그냥 일어나서

불 꺼주시고 문 잠그시고 가시라 부탁드리면서 세컨드 열쇠를 드립니다.

다만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히터 단속을 얹어 부탁드리면서.

귀여운 나의 토마토 샘은 한 번은 에어컨을 안 끄셨고 한 번은 에어컨 리모컨을 가져 가셨다는

열쇠 드리고 집에 있는데 "어떻게요 리모컨 가지고 왔어요" 문자 주셔서 웃었고 가게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 다음날 아침에 가져다주셨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을 나의 단골 고객님들은 너무 좋아하십니다.

주인 떠난 가게는 마감시간이 다음날 일곱 시? ㅋ ㅋ ㅋ

특히 남자 의사 선생님들은 가게 도착하시자마자 나한테 집에 가시라고 가시라고... 독촉을 하십니다.

토마토 샘을 중심으로 한 정신과 여의사 샘들 한 그룹, 소아과 치과 샘을 중심으로 한 남자 의사 선생님들 한 그룹

크게 모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 공무원 분들 한 그룹, 승무원 모임이 열쇠글 갖는 주인공이십니다.

- 다 드리는 건 아니죠. 작은 가게지만 크레디트는 필요합니다 저와 손님사이에 크레디트 -

메뉴는 주문하시는 메뉴도 있지만 대부분은 남자 의사 선생님들 경우는 내가 주종을 여쭤보고 준비해 드리고

보통은 술 드시겠다 상 차려드리면 밥만 드시고는 "배 부르셔서 술은 못 드시셨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대개는 커피를 한 주전자 그득 끓여 드리고 퇴장하죠. 남자 선생님들을 커피 따윈 필요 없어요.



도토리묵 참나물 무침








한우 불곡기 샐러드

(불고기 밑에 숙주와 양상추 파인애플 깔렸고

  땅콩 드레싱이 얹어 있습니다)

 





배와 돌나물과 굴무침.












이번에는 함께 하신 멤버 분이 한식을 원하신다 해서 게다가 하루 전에 예약하셔서 짧은 고민 끝에

명란 고추장찌개. 불고기 샐러드. 도토리 묵, 굴무침, 완두콩 밥으로 정하고 토마토 샘께 술을 드셔 주시라 했다. - 술은 가게에서 팔지 않고 가지고 오셔서 드십니다.-

아롱사태롤 로스 편채를 하느냐 어쩌냐 많이 고민했는데 마트에 달려가니 아롱사태 솔드아웃.

그래서 불고기로 급전환, 숙주볶음과 땅콩 소르를 곁들이면 좋을 듯싶었다.

한식가게가 아니어서 반찬이 많이 제공되지는 않고 식탁도 매번 좁아서 난리랍니다.

다 드시면 디저트로 간단한 과일과 비스킷정도를 드리고  집으로.

가게를 떠나시면서 문자로 나가심을 알려주시고 열쇠를 우리만의 장소에 보관 중이심도 알려 주시고

친애하는 토마토 샘은 이젠 문자나 열쇠 보관은 패스. 열쇠 가져가셔도 좋고 반드시 다음날 돌려주시지 않아도 좋고 맘대로 하세요 한다.-

"사장님 가게 비울 실 때 나와 볼까요?" 하시기도 하신답니다.

난 내 부엌에 들어오시는 게 싫어서 그냥 덮고 가시라고 치우지 마시라 하는데

남자 의사 선생님들은 최선을 다해서 정리하시고 치워 주시는데 그게 더 번거롭답니다.

컵도 깨시고는 식탁 위에 벌 받은 아이처럼 덩그러니 올려 두시고는 크게 "죄송합니다 돈 받으세요"

라고 써놓으시고 술김에 하신 어설픈 정리 정돈에 한번 웃고 꼭 마무리는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셔서 드시는 취향도 오케스트라 단원 분들은 라면으로 마무리하셔서 큰 냄비를 준비해드리고 퇴장합니다.

여자 선생님들도 처음에는 조용조용 대화하시더니 점점 목소리 커지셔서 내가 살금살금 가서 문을 닫기도 한다.

정신과 샘들 레퍼토리 다양하시고 이젠 제법 정신과 용어도 알아듣고요. (서당개 삼 년 정기 모임 삼 년 쌤쌤)

남자분들은 제가 있을 땐 맛집이야기만 하시면서 저를 보내시려고만 하시니 알 수 없어요

다음 날 새벽 가게에 제가 뜹니다.

치워야죠!!!

다들 깨끗하게 정리 정돈해주시고 가셔서 저는 식기 세척기만 돌리지만

오픈 전에 술냄새는 빼줘야 하거든요.


술을 주종을 세네 가지 준비하시었는지 모르고 전 퇴장했는데

종이컵에다 밸런타인을 드셨다는 어찌나 죄송하던지--;;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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