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삼 년을 쫓아다니던 오빠가 한국 돌아간 후
최지우 닮은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소식을 전해 듣고
난 뉴저지 반지하방에서 골골 거리며 지내고 있었다. (반 지하방이지만 그리 암울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나흘쯤 지내고 있는데
재건이 오빠가 친구두명과 함께 찾아왔다.
초인종 소리에 나가 문을 여는 나를 본 재건이 오빠의 첫마디는
" 불은 만두 콘셉트이냐?"였다.
난 울다 자다를 반복한 나머지 띵띵부은 눈과 산발 머리에 상하의 아이보리색 수면잠옷 차림이었다.
" 결혼한다며?"
"어"
"어떤 여자라든?"
"최지우 닮았데"
" 넌" 하면서 날 쳐다보더니
"어떻게도 안 되겠네 이십 년을 쫓아다닌 들 네가 최지우가 되겠니 살 안 뺀 게 다행이다 헛고생할뻔했어"
"그걸 위로라고 하니?"
"위로가 필요하냐? 정신 못 차렸구먼"이라고 혀를 끌끌 차더니 친구오빠들을 향해서
" 우리 피자 시켜 먹을까? 얘는 슬프니까 우리라도 먹자"
하더니 무슨 피자를 먹을지를 한참 상의하고 주문을 하고 피자가 오고
식탁에 둘러앉아 세 명이서 파티를 벌리고 난 접시 가져다주고 컵 갖다 주는 수발을 들었다.
" 옷 입어"
"아 왜? 가! 이젠"
" 냉장고 비었더라 장 봐줄게 마트 가자 "
라고 하며 내 어깨를 안아 주면서 " 우리 계륵이 대차게 까였구나"라고 말하는데
나 대차게 울었다.
난 계륵이었다.
이쁘지도 않았고 뚱뚱했으나 오빠들의 귀여움은 차고 넘치게 받았다.
오빠들의 여자 친구 언니들까지도 나에게 아무 질투감 없이 둘이 만날 때도
죽기 살기로 싸운 후에도 나를 꼭 찾았었다.
아마 이쁘지 않고 뚱뚱해서였겠지만 난 그들의 말도 잘 들어줬었다.
" 넌 내가 갖기는 싫은데 남 주기도 싫어 그래서 계륵이야"
술이 거하게 오른 재건이 오빠가 나에게 한 말이다.
계륵의 삶이란
술자리는 꼭 부르고 맛있는 안주 챙겨주고 살뜰히 챙김을 받지만 일찍 집에 보내준다.
집에 가라고 그만 먹고 가라고 가라고 언니들은 다 앉혀놓고 나만 가라고.
그것도 나쁘지 않았는데.
오빠들은 내게 그냥 밥 사주고 잔소리 늘어놓는 존재였다.
왜냐하면 난 집중하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아무 상관없었지요.
그런 계륵이가 긴 짝사랑에 까이고 드러누웠으니
재건이 오빠가 맘에 걸렸었나 보다.
그날 오빠는 불은 만두 같은 나를 채근해서 마트도 가고 공원 산책도 하고
"다시는 남자 쫓아다니지 마 그러는 거 아니야 걔가 얼마나 무서웠겠니?"
라면서 위로도 해줬다.
재건이 오빠의 위로는 흘려 들어야 한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난 한국에 왔고 이런저런 소식 듣기 싫어서 연락 안 하고
지내다가 얼마 전에 미국 사는 언니에게 속상한 일 있어 하소연했는데 언니가 재건이 오빠한테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이십오 년 만에 백재건이가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 남편은?"
"없어"
"애들은?"
"있겠니?"
"돈은?"
" 없어 끊어"
"한결같군 우리 경남이는."
삼분정도 통화에 이십오 년의 공백을 요약했고 그날 이후로는 심심하면 전화가 온다.
" 너 성준이 기억하지 왜 한번 집에 갔었잖아 계란 28"
"어"
" 성준이 제주도 간대 만나보라고 할 거야 만나봐"
잠시 뜸을 들이고 재건이 오빠가 말했다.
" 남아 그때 뭐라고 해야 할지를 도저히 모르겠더라. 난 아직도 미안해"
"뭐가? 내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구먼"
" 야 근데 너 그때 그 불은 만두 콘셉트 이뻤다"
" 생전 처음 듣는다"
그날 불어 터진 만두형상의 나를 데리고 재건이 오빠는 딸기를 잔뜩 사서
냉장고에 넣어주고 " 씻어 먹어 농약 먹고 죽지 말고"
리 했었다.
말 한마디 부드럽게 못하는 오빠였지만
부자 오빠라 좋았고 더불어 우리에게 척척 써주어서 또 좋았고
일주일에 세 번씩 헤어진다던 승아 언니와 여태까지 잘 살아서 신기하고
여전히 부자라 또 좋은 나의 재건오빠.
승아언니랑 결혼할 당시 오빠 집에 재산문제로 다툼이 있었는데
승아 언니에게 그냥 돈 없이 결혼하자 했더니 나의 승아언니가
" 난 너도 좋지만 돈도 좋아 가지고 와"라 했단다.
"드라마나 소설은 다 뻥이야 난 그래 그냥 하자 그럴 줄 알았어"
재건이 오빠는 파이팅 승아언니는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