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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Nov 20. 2023

zuppaghetti

겨울 메뉴 만들기.

그러니까... 말이죠!

시작점에서 저는 "이태리 짬뽕" 이란 이름으로 메뉴를 생각했는데

일주일 전 출시 이틀 전에 '설마' 하면서 네이버 검색을 했더니 "이태리 짬뽕"이 상호명으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상호명이니 괜찮을 거야....' 했지만 제 맘이 어딘가 불편해서 이탈리아에 있는 동생에게 SOS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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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이가 여러 동영상 (이탈리아요리)을 몇 개 보내 주었고 저는 동영상 제목에서 zuppa (이탈리아의 걸쭉한 수프)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고 유치하게 " Zuppaghetti" 어떨까 싶어서 지선이에게 넌지시 물어봤고 지선이가 우아한 이름을 하나 더 보내 주었지만 너무 우아하고 길어서  지선이도 "쥬파게티" 하라고.

그래서 나의 이태리 짬뽕은 "쥬빠게티"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 언니 우리 아파트 상가에 토마토 짬뽕이 있는데 괜찮아"

서울 사는 막내 동생의 말이 시작이었습니다. 매일매일 바뀌는 메뉴 좋기도 하고 특색도 있었지만 확실한 메뉴 하나는 있어야겠다 싶은 시기였고 겨울에 접어드는 시기였으니 국물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 솔직히 고백을 하자면 매일매일 머리 안 쓰고 익숙하게 하는 것도 하고 싶었답니다.-

막내 동생과의 통화 이후 한 달 정도 준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준비의 시간...

제가 먹어 본 적이 없는 메뉴는 처음이었고 다른 음식점의 토마토 짬뽕을 먹어 볼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냥 생각만 밤낮으로 생각만 생각만  내가 만들고 싶은 형태 내고 싶은 맛을 상상하고 상상하고 그렇게 이주 정도를 보낸 것 같네요.  "쥬빠게티"는 동네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태어났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녁에 운동장을 내내 걸으면서 달을 보면서 레시피 생각을 했거든요.

다른 식당의 토마토 짬뽕을 맛보지 않은 것은 제가 따라 할 것 같아서요.


메뉴 상상하기 -

베이스 국물 - 닭육수 인가 다시마 육수인가?

소고기 육수난 돼지 육수는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 처음부터 제외했어요

닭이나 다시마가 전부 실패했을 경우 시도해보 뒤로 제치고

가볍지도 않게 무겁지도 않게 토마토소스와 베이스 국물 비율 정하고.

면 - 중화면, 파스타면 (종류도 더럽게 많아), 가락국수면, 칼국수 면

       국물이 나름 눅진할 예정이어서 이 부분에서 다소 멈칫. 시도 끝에 스파게티면으로

       토마토소스 베이스에 가락국수는 넣지 마세요. (궁금하시면 해보셔도 , 칼국수는 고도의 기술요구)

저는 쓸데없이 화려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비주얼이 튀는  쇼같이 보이는 음식은 거부 반응이 있어서  화려하게 얹어 내는 것은 피했습니다. 게, 새우, 전복 이런 화려한 해산물은 저도 귀찮고 손님들도 귀찮으실 듯하며 과감하게 제외.  

국물 베이스를 가볍게 잡았으니 듬직한 앞다리살을 투하하는 것으로 무게를 잡았습니다.

이국적인 특징을 위해 구운 바게트를 더합니다.



메뉴 고안 이주동안은 생각만 하고 삼일동안 레시피 만들어 가면서 조리하고

단골손님들께 테스트를 부탁드렸습니다.

다들 흥미진진하게 임해 주시고 좋은 의견도 내어 주시고 (너무 진지해서 부담스럽기까지)

마지막으로 엄마 (가장 불평 많으시고 까다로우신)와 엄마 지인분들 (쉽지 않습니다)을 모셔서 테스트 부탁 드리고 합격받아냈습니다.

제가 처음에는 마라소스를 넣었었는데 이구동성으로 제 모든 고객님들이 빼라고 마라는 아니다라고 외치셔서 당장 뺐지요. 매운맛을 가감하기 위해 고추소스를 만들고 (얘가 요물입니다.)

출시 삼 일 전 정신없고 일에 순서 없는 사장은 면기를 구입하고 베트남 여행 갔다 온 친구가 사다 준 젓가락을 준비하고 저번 주 화요일 드디어 메뉴로 내놓았습니다.

결과는?

" 사장님 이거 짬뽕이라 부르지 마세요! 너무 고급스러워요 "

이 말을 네 번 정도 들었고요 가격도 올리라고 (우리 손님들 특징이셔서 무시하죠) - 안 오시려나 싶기도.

가게에 한가한 틈에 조빠 (수프)가  남았길래 에그 인 핼 만들어 먹어봤는데 또 맛있어서


인스타에 주빠만 구매하셔서 에그인헬 해 드시라고 말씀올리고

내일은 순두부 도전 할 예정입니다.

제가 음식을 만들면서 진지한고민이란 걸 해본 것도 고객님과 엄마에게 테스트를 부탁드린 것도 처음이라 (이제야)

애정이 가는 쥬빠게티였습니다.

잘 되고 안 되고는 해 봐야겠죠.

잘해봅니다. 쮸빠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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