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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Nov 29. 2023

그때 그 꽁치.

재건이.

"주위 분들 성공하실 동안 사장님은 뭐 하셨어요"

가게에 오신 분이랑 대화 중에 재건이와 성준이 오빠 이야기를 하다가 그리 한방 얻어맞았다.

내가 이런 일이 있었다 하고 재건이 오빠에게 말하니 

"너 나랑 성준이 알잖아 그걸로 안 되냐?"

"... "

" 나는 그렇다 치고 오 성준이는 대한민국에 걔 핸드폰 번호 아는 사람 열명 안될 텐데

   윗분들도 연락이 힘든 사람 번호도 있고 너 전화하면 얼른 받을 걸 , 아마 네 전화를 더 빨리 받을 수도 있는데"

이쯤이면 중증인데...라고 생각을 하지만 재건이 답다.



재건이 오빠 (이하 재건이)는 쉼 없이 당당한 기세를 가진 인간형이다.

얼마 전에 성준오빠와 이야기하다가

"오빠는 여자 안 만나봤지 연애도 " 했더니

가만히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 너 잊어 버렸니 내 베프가 백재건이란 걸 그 새끼가 날 여자 안 만나게 했을 것 같니?"



그 백재건이가 내가 끓여주던 꽁치찌개를 사랑했었다.

25년을 건너뛰어서 연락했는데 갑자기 꽁치 찌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겨울에 다 한번 모일까? 너 다 궁금해하는데?"

"그러던지"

" 레지던스 알아봐야겠다. 부엌 쓸 수 있는데"

"왜?"

" 꽁치찌개 끓여 주라"



딱히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내 꽁치찌개는 유명했었다.

좌박사 우재벌의 언니 오빠들이 좋아라 좋아라 해서 나 자신도 뜨악해했었다.

모일 수 있는 곳에서 ( 재건이 오빠네 집이 아지트였다) 빙 둘러앉아 꽁치찌개와 흰밥

그리고 소주나 앱솔루트 보드카를 마시는 걸 다들 좋아했다.

하다못해 내가 십수 년을 쫓아다니던 오빠까지 꽁치찌개 끓이는 법을 보여달라면서 식탁 위에서 해보라고 했었다. 그 인간은 그럴 인간이 아니었기에 좋다고 감사한 맘으로  또 식탁에다 냄비 올려 시연을 했지요 ㅉㅉㅉ


꽁치캔을 열고 안에 국물은 싹 버리고 뜨거운 물로 꽁치를 한번 쏴악 씻기고

냄비에 감자 1.5개와  양파하나를 썰어 넣고 물 한 컵 정도를 넣고 감자가 반쯤 익을 때까지 익혀주고

감자가 반 정도 익으면 꽁치 넣고 파, 고추 대강 넣고

양념장 ( 간장 2, 다진 마늘 0.5, 고춧가루 1 휘적휘적) 위에 끼얹고 중 약불에서 뚜껑 닫고 냅다 끓여 주면 끝이다. 이걸 이 아무것도 아닌 난이도 하의 음식을 다들  좋아라 좋아라.

고등학교 때도 친구들과 집에서 끓여 먹고 우리 아빠도 너무 좋아하셨고 오늘 브런치 올린다고 집에서 끓였는데 엄마도 동생도 맛있다고 하니... 꽁치는 내 운명인 듯.

조림의 배신이라고 아시는지?

뭐든 조릴 때 바글바글 물이 재료 선과 맞춰서 끓고 있어서 안심하면 반드시 밑부분이 탄다는....

물을 넉넉하다고 봤는데 탄내가 폴폴...

꽁치는 물이 살짝 낙낙해야 하니 여유를 갖고 넣으면 그만이지만 다른 조림들은 잘 타더라고요.

불은 중약! 절대로 센불 안됩니다!

25년 만에 연락 온 오빠가 대뜸 갈구하는 꽁치찌개가 기특하기도 하고

재건이 오빠에게 "나 브런치에 오빠 이야기 쓴다 했더니

"사진 보내?" 리고 했고 가명 쓴다 했더니 서운하답니다.

"브런치 연재해 내 이야기 많을걸"

그렇지 너 때문에 룸살롱도 가보고 네 여자 친구분 우리 집에서 이주동안 모시고 살았고

대가리 쪼개지게 센 비도 맞아 봤는데.... 새벽에 술집에서 욕도 한 바가지 드시고.


비가 철철 오는 오후.

강의 끝나고 짐 잔뜩 들고 오도 가도 못하고 서있는데

나와 주영이 (친구) 앞에 멈춘 BMW 백재건이가 "야 타"하길래 "네" 하고 탔는데

4초 후 코너 돌자마자 "너희 내려" "왜요" "앞에 봐"

그때 우리 학교에서 인기 최고의 여신님 서서 비 피하시고 계시고

우리는 아무 말없이 다시 우뢰와 같은 빗속으로.

"그때 우리도 태워 줄 수 있었잖아"

"그럴 거면 내가 차를 왜 몰고 다니냐"


그래 네가 백재건이다.!


이 재건이의 가장 큰 장점은 험담과 욕을 안 한다는 점이다.

운전 중에도 다른 어떤 상황이나 사람에게도 육두문자는 쓰지 않는다.

"그게 내가 지키는 나의 마지막 품위야"


진짜 웃겼다.

왜냐하면 그에게 욕을 한 바가지 얻어 드신 게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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