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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Dec 03. 2023

Happy birthday!

우아한 시작 위대한 마무리.

민 선생님이 가게에 들어오시면서  

" 아이들 생일 파티 있나 보네요"

하셨는데 " 어른 생일 파티예요"라 하고

건물주님께도"  오늘 두세 시까지 시끄러울 수 있으나

신고는 하지 시라" 당부드리고

히터 세팅 새벽 세시에 맞추고.


예약 시간 삼십 분 전 주인공분 코트 안에 화려한  반짝이 드레스에 커다란 곰솥을 들고 등장하심

" 언니 혹시 음식 모자랄까 싶어서 제가 어묵탕 끓여 왔어요"

-여태까지 내 음식 양 부족하다는 말 안 들어봤는데 놀랍다-

그 후로 도착하는  코트 안 드레스 손님들.

"택시 기사님 놀라실까 봐 구두는 따로 가져왔어"

번쩍번쩍 드레스에 하늘 같은 구두를 갖춰신고

"언니 이거 꽃다발 만들고 남은 걸로 만들었어요" 하시면서

나에게 꽃 전해주시고  우아하게 가져오신 와인 꺼내 놓으시고

"저희 12시 전에 끝날 거예요"

"술 그리 못 마셔요"

하시다.


주인공 님이 주문하실 때 고기를 원하셔서 난 최대한 편하게 즐기시게  부챗살 스테이크와 매시드포테이토를 선택했다.

-내가 스테이크와 매시드포테이토를 좋아하니까-

겨울 파티에 수프 빠지면 서운하리 그래서 포근포근한

클램차우더 한솥.

바질크림 콘킬리오니 한솥

지루한 샐러드는 넣어두고 히든메뉴 북어채무침

얘는 가벼운 수다를 위한 샤인머스캣과 참치스프레드  그리고  감자크래커


이리 메뉴 세팅하고 난 열쇠를 건네주고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뚜둥~~^^

가게정리하러 일곱 시에 도착했는데

문을 열자 나에게 와락 안기는 알코올 향.

카운터에 싹 정리된 술병들

정리 말끔한 가게.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도대체 그녀들은 그 드레스를 입고

그 구두를 신고

술에 만취한 상태로

어찌 이리 싹  치우셨는가!

놀라웠고 미안했다.

와인 일곱 병 맥주 다섯 캔  소주 두 병

이게 뭔 일인가!


가게 문을 다 열어젖히고 마무리 정리를 하면서

내내 그녀들에게 감탄했다.

음식도 내가 "남으면 싸가"라 했는데

그마저도 완벽정리!

벽에 붙었던 풍선까지!


나와 친분이 있어서 맘쓰였겠지만 그래도

너무 맘 써준 게 아닌가 해서 '편하게 해도 되는데'

란 안타까운 맘이 일었다.


그녀들의 흥과 유쾌함과 예의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행복하여라.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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