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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Jan 24. 2024

나와 손님은 우리가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긋하게 다정하게.



지난해.

유난히 힘들었었습니다.

틈틈이 좋은 일, 감사한 일도 많았었는데 그런 일들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켜켜이 힘들었던 일만

맘에 남아 있었나 봅니다.

작년 마지막 영업 마치고 마감하면서

"새해는 무슨 얼어 죽을 됐다 그래라" 하는 맘으로 청소도 하지 않고 쓰레기통도 비우지  않고 마감을 했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인사말이라도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었습니다.



아팠었습니다.

7월부터 점차로 이상기운이 느껴졌고 늘 옆에 검은 그림자가 같이 있는 듯 몸이 안 좋았었습니다.

급기야는 가게에 종종 오던 분이 무속인을 만나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안 만나서 벌 받을 거면 벌 받을게 그런 말 그만해"라고 말했는데

이틀 뒤에 입이 돌아갔습니다.

말대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여러 가지로 힘든 때였습니다.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마무리하는데 입술이 틀어져서 "이게 뭐지?" 했는데

구안와사가 왔습니다.

별스럽지 않게 "낫겠지" 했는데 이틀이 지나도 여전해서 병원을 찾아가 MRI를 찍고 의사 선생님께서

구안와사는 한의원을 권하셔서 한의원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한 달쯤이면 낫는다는 나의 구안와사는 낫는 듯하더니  8월쯤 맘 상하는 일이 겹치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고 다섯 달 넘도록  불편했습니다.

가게를 쉴 만큼은 아닌 듯해서 가게는 계속 열였지만 오후에 한의원을 일정하게 가야 했기 때문에 정상영업은 힘들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중간영업을 쉬어가며 가게를 비워야 하는 것은 못할 일이었습니다.

나에게도 손님에게도.


나의 손님들은 대부분 한 달에 못 봐도 두세 번씩은 만나는 분들입니다.

다들 나의 입을 보셨지만 딱히 걱정을 드러내시지는 않으셨습니다.

입이 불편해지고 맘도 불편해서 먹는 양이 줄었고 새벽에 벌떡 일어나 걸었습니다.

덕분에 체중이 줄어들었지만 손님들은 담담한 반응이셨습니다.

그렇게 다섯 달이 지나고....

10월 말 즈음 손님 한 분이 나를 가만히 보시더니 "됐다" 하셨습니다.

"사장님 입 돌아오셨어요"

모두들 한결같이 11월 들어서서 내 입이 완전히 돌아왔다고 "됐다"라는 말로 인사를 주셨고

"살 그만 빼세요. 걱정했잖아요"라고 사장님은 살이 있는 게 어울린다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서서히 유쾌한 내가 돌아온 것으로 나 자신도 기억합니다.

무심한 듯 나를 기다려 준 것도 감사하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불편함도 헤아려 주시면서 계속 찾아주셨고

한의원 시간에 맞추어서 근처 카페에서 시간 보내시고 오시는 손님분들도 계셨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 뒤에야 걱정했음을 말씀하셨고 입부터 맘까지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기뻐해 주셨습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사장님 많이 아프신 것 같았어요 안색이 너무 안 좋으셔서 걱정했다고요"

라고 하시면서 초콜릿도 안겨주시고 과자도 건네주셨습니다.

그렇게 지긋이 다정하게 기다려 주시고는

요사이엔 " 요요 안 오시네요 운동 계속하세요"로 인사말도 바뀌어 가는 중입니다.

우리 가게 베스트 고객님은 의사 선생님이신데 한참 아팠던 초기에

"괜찮아요 별일 아니에요 "하시더니 "응급실 오시면 꼭 저를 찾아 연락하세요"라 하시던

그 표정을 아직도 지우 지를 못합니다.


형편없는 매상과 가늠하지 못하는 맘 상함이 있었으나 지긋이 다정한 나의 손님들이 또한 계십니다.

가끔은 그냥 그저 들리셔서 커피를 놓고 가게를 나가면 흩어질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습니다.

과하게 말하고 위로하려 하지 않고 그렇구나 그렇구나 살살 맘을 살펴주고 툭툭 털어낼 때롤 기다립니다.

올해가 작년처럼 엉망이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에서 올해도 작년만큼 감사한 순간이 있겠지란

설렘으로 마음을 다독여 봅니다.

나를 기다려 주였던 그들은 이제는 그들이 이렇게 힘들다고 나에게 말씀해 주십니다.

그렇게 나와 손님은 우리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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