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이사장 Mar 27. 2024

남이 소소 1

아저씨들.

매일 인스타에 음식과 주절주절 가게 이야기를 짧게면 짧게 길다면 길게 쓰다가

손님과 저의 모든 이야기를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인스타를 뒤적거리다 보니 참 귀한 시간이 흐르고 있는 듯해서

지난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모두 기억하고 싶어서 일상의 남이 소스앤스프 이야기를 씁니다.

매일매일 써야 해서 쓸 이야기 없는 날은 옛이야기 꺼낼까 합니다.


3월 27일. 2024.


아저씨들.

오픈 이래로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번 저희 가게에서 모이시는 아저씨들,

제 나이를 기준으로 아저씨들이시지만  실은 할아버지님들,

목소리 쩌렁쩌렁. (건강하시다는 의미겠죠)

정치 이야기와 옛날을 추억하실 때 그 쩌렁쩌렁함 문 밖으로 샐까 두려워서

다른 때는 은근히 문을 닫고는 하는데 오늘은 제법 날씨가 추웠습니다.( 가게문을 활짝 열어두는 걸 좋아해요)

오늘의 메뉴는 명란 파스타였죠.


명란 좋아하시는 것 알고 있어서.

예약하실 때 메뉴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가격도 선불 주셔서 맞춰 준비해 드리면 됩니다.

명란 파스타와 미트볼 샐러드, 아몬드 수프가 오늘의 전체 메뉴였습니다

식사하시고 한참 대화를 나누시는데 여자 손님 한분이 들어오셨고 아저씨들의 격앙된 정치 이야기는

이어 졌고 저는 여자 손님 곁에 서서 죄송하다 죄송하다 속삭이고 서비스로 미트볼을 추가해서 드리고

진땀을 뺐습니다.

여자 손님께서 나가시고 저는 죄송스러운 맘에 배웅까지 하고 들어와 문을 꼭 닫고

아저씨들에게 몸을 휙 돌린 후 소리쳤습니다.

"오빠들 좀 조용히 해주셔야죠!!!"

아저씨들 갑자기 사나워진 제게 놀라셔서는 순하게 순하게 웃으시면서

"귀가 잘 안 들려서 그래" 하시는데 저 웃음 터졌습니다.

여자 손님 계실 때 조용히 해주시라고 말씀드리기 싫었습니다.

여자 손님께는 너무 죄송했지만 아저씨들의 흥도 중요했습니다.

소리 지르는 사장을 귀엽게 그래그래 봐주시는 아저씨들도 감사했고

그 흥분된 목소리를 웃으면서 넘겨주신 여자 손님도 감사한

아슬아슬한 하루였습니다.


명란 파스타는 맛있으셨다는 칭찬을 다발로 받았습니다.

맛없으시면 그대로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십니다.

오빠들 ㅋㅋ (아저씨들 )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작가의 이전글 미지근 해도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