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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Mar 28. 2024

남이소소 2

으스스한 벚꽃.

3월 28일.

저번 주 목요일.

나는 수요일 갑자기 시루떡이 너무 먹고 싶었고 아무에게도 말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목요일 아침 식탁에서 오롯이 놓여있는 시루떡에 감명받았으며

그리하여 시루떡 반모를 고이 챙겨서 가게로 가져왔다.

그날은 귀신 들린 듯이 시루떡 반모와 보리빵 세 개와 밥 두 공기에 명란 한 줄 그리고 계란을

너무도 탐욕스럽고 맛있게 해치웠으며 다음날 아침 난 2kg 증량되었다.

급하게 불었느니 내려가겠지.... 했는데 웬걸 살들이 자리 잡은 듯했고 몸무게는 살살 더 붙을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아니 몸뚱이야 키가 크던지 귀찮아 죽겠구먼'이라 툴툴거리면서 새벽 운동 시작할 것을 결심했다.

어저께!!!

작년 일 년 동안 난 불면증이었다.

평소에도 잠이 많지 않은 유형의 인간인데 작년에는 일 년 내내 불면이었으며 구안와사 투병 시에도 모든 한의사 선생님들이 잠을 자라고 하셨으나 약 처방도 받은 바 없이 생으로 버텼는데 요사이에는 그나마 잠이 달았다. 새벽에 깨어나 걸으니 좋았고 열심히 걸었는데 2월부터는 꾀도 나고 무슨 영광을 보겠나 싶어서 일찍 눈을 떠도 책을 보거나 정리를 하거나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는 척을 하거나 했었는데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새벽길을 걸어 보기로.

아침 다섯 시에 기상은 일도 아니지. 가뿐하게 일어나서 여섯 시까지 기다렸다.

책도 보고 아이들 과외 준비도 하고 동생 도시락도 챙기고 여섯 시에 출발.

해 안 뜨고 게다가 비가 올랑말랑 우산은 가져오지 않았으니 그냥 걷기 시작했는데 가랑비, ㅋㅋ몽우? 가 내린다.  팔분에 한 번씩 다시 집으로 갈까를 고민하면서 수목원 도착.

드디어 나도 봤다. 괴기스럽고 스포키 spooky 한 벚꽃을.

으스스한 벚꽃은 처음이라.

비 졸졸 맞으면서 우중충한 하늘에 벚꽃을 봤다.'

사람이나 벚꽃이나 환경이 받쳐줘야 되는 듯하다.

비 쫄딱 맞고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세 말씀을 듣고  가게에.

오늘은 보리 리소토 예약이 있어서 보리밥 얹는 걸로 하루 시작.

이제 보리밥쯤은 껌이다.

얼른 뜨거운 보리밥 퍼서 넓게 펴 식히고 가게 정리와 오픈 준비를 하고.

비가 하루 종일 내렸고 가게 한산하고 난 우울해졌다.

오늘은 독서력 만렙이라 가게인데 독서실처럼 책을 읽어댔고 뜨문뜨문 오시는 손님을 강아지처럼 반갑게

맞았다.

그렇게 마감하는 시간이 되어갈떄 카톡이 하나 삥----

초등 5학년부터 중 3까지 가르친 나의 기헌이가 모의고사 성적이 좋다고 흥분하신 어머님께서 보내 주신 톡.

기헌이가 잘하는 아이이지 내 덕분은 아닌듯하나 기분은 우울함이 걷혔다.

이러니 아직도 뜨문뜨문 영어 학원하자고 제안이 들어온답니다.

하지만 제 티칭은 학원이랑 맞지 않아요. 한 명 한 명 한 땀 한 땀 스타일이라.

아무튼 이렇게 지루하고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슬쩍 으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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