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이사장 Mar 29. 2024

남이소소 3

가벼운 봄날같이.

새벽 운동을 하려 했으나

은혜롭게 황사가 내려앉았다. 그래서 운동 패스 패스...

가게 오픈 준비를 끝내고 GS로 달려가서 커피를 한 잔 사 오시고

물론 나도 커피 있다.

GS 보다 좋은 원두도 있고 토마토 샘이 넣어 주신 드립커피도 있고 베짱이가 찔러 주는 각각의 질 좋은 커피가 커피 보관 주머니에 차곡차곡 있다. 하지만 나가고 싶다. 가게 밖으로. 단지 그 이유이다.

1300원을 챙겨서 오픈 준비하고 고무장갑을 벗어젖히고 잽싸게 쫄쫄 달려가는 이유 GS 사장님은 늘 어이없어하시고 웃으시면서 네 번에 한 번쯤은 그냥 가져가라 하신다.

오늘은 에이스도 하나 샀는데 에이스는 원두커피와는 조화가 슬기롭지 못하다.

조화롭지 못하니 두 개 빼먹고 간식 주머니로. 천만다행이지 않은가!!!

매일매일 바뀌는 메뉴덕에 오픈 준비 마치고 여유 있으면 커피 마시면서 인스타에 메뉴 공지 하는데

남이소소 연재를 시작하면서 브런치 봐주십사 안내를 하니 나의 고객님이 댓글을 달아 주셨다.

화장실이라... 커피 마시다가 슬쩍 기분 좋게 웃고 생각하니 내가 원하는 글은 가볍게 읽으시고 산뜻하게 웃으시고 슬쩍 잊히는 글이다.


다음 주부터는 바질 버터를 판매예정이라 오늘은 미끼 메뉴를 내놨고 반응 괜찮았다.

두~~ 둥 바질 버터 파스타인데 그린빈도 넣고 시금치도 넣고 루꼴라도 넣어서 초록초록 하다.

우리 가게 골목 들어오는 입구 길 건너에 근사한 약국이 있는데 테이크 아웃 주문 하시고 오셨다.

순간순간 가게 탈출을 꿈꾸는 나는 배달해드리겠다 했는데 굳이 가지러 오셨다,

얼마 전에 출산을 하셨는데 미모보유  여전하시고 우리는 웃고 사사로이 수다를 벌이고

"집밥 같아서 너무 좋아요"란 칭찬을 들었는데 사장이란 작자가 " 배운 게 없어서 집밥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요"라 한심한 대꾸를 하고 "답답하시죠 육지 세요?"라고 물으셔서 "네  서울과 맨해튼 출신인데 답답해요"

하며 답한다. 나는 맨해튼 구석구석 미친 듯이 걸어 다녔던 친구들이 맨해튼의 하이에나라고 부를 만큼 잘 돌아다녔다. 특히 화장실 위치에 대해서는 훤했었다." 어느 화장실에는 칸막이가 없어 나쁜 짓 할까 봐"란 쓸데없는 정보까지 꿰고 있었는데 노형동에서는 골목길도 헷갈린다. 친구들 가족친지 뉴욕 방문 시에 가이드 일 순위가 저였답니다. 어른들이 귀여움 한껏 받았답니다.

점심시간이 되고 샌드위치 손님이 예정시간 보다 15분 일찍 오셔서 일찍 오셨다고 좀 툴툴거렸고 맘씨 좋은 내 고객님은 샌드위치 싸는 나를 릴스 작업까지 해서 보내 주셨다.

흘러내릴 듯이 엉성하게 앞치마 꼬락서니에 어수선한 부엌까지 고스란히 찍혔군.

대학원 공부도 하시고 병원 근무도 하시는 손님,  가끔은 한가한 시간에 오시기도 하고 나와는 아웅다웅하는 분이시다.

릴스에 편집해서 잘 안 나왔는데 샌드위치 쌓다가 한번 와르르 무너졌고 그런 걸로는 내 손님께서는 놀라지도 않으시고 편안하게 찍으시면서 "편집이란 것도 있어요"하셨다.

날 고스란히 보여주는 인스타 메뉴 찍다가 엎어지는 샌드위치에 짜증 뱉어내는 나.

이날 고객님 댓글에 "익숙해요"라고 하셔서 대략 부끄러웠다. 하지만 "야"라고 대댓글 단 사장.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쁨 받는 기적이 함께 합니다.

배운 게 없으니까 조미료 쓸 줄 모르고 솜씨가 없으니 재료빨로 승부수 띄우고 이렇게 저렇게 하루하루 연명하는 듯하다.

얼마 전에 마티스 전시회에 갔다가 마티스가 자신의 작품이 "봄날의 가벼운 기쁨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라고 쓴 글을 읽었다. 난 좀 다르게 나도 가볍게 쓰고 읽으시는 분들도 가볍게 읽으시고 살짝 즐거우셨으면 한다.  과외할 때도 학생들이 너무 열심히 하면 "최선 다하지 마 쓸데없이 적당히 해 엄마 익숙해지셔"

라 했었다. 누구든지 가볍게 기뻐하는 봄날이였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남이소소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