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야, 똥과자 해줘!

by Nami

"할매야. 똥과자 해줘!"


할매 집에는 내 똥과자 전용 냄비가 있었다. 지금은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달고나'가 됐지만, 내게는 영원한 똥과자다. 집 앞 문구점에서 양도 적게 주면서 돈 주고 사 먹는 '뽑기'보다, 난 할매 집에서 대량으로 해 먹는 '똥과자'가 좋았다. 설탕, 베이킹소다, 모양 만드는 주걱. 이거면 충분하다.


나는 똥과자가 굳기 전에 먹는 걸 좋아했다. 입안이 데어서 살점이 벗겨질 정도로 뜨거울 때, 후후 불어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너무 맛있어서 탄성이 나온다. 그때, 언니들이 우르르 달려온다. 언니 세 명, 동생, 사촌들까지 붙어버리면 한두 숟가락 만에 금방 바닥이 났다. 에이씨...


이제 슬슬 나가서 연날리기나 해볼까. 할배가 손수 만들어준 방패연이 멋있다. 흰색 실타래를 묶어 날리면 꽤 그럴싸했다. 그러다 바람이 좋지 않으면 금세 흥미를 잃고 나는 할배표 잠자리채를 든다. 철사를 동그랗게 구부려 촘촘한 그물망을 엮고 나무 막대기를 연결한, 할배가 만들어준 근사한 물건이었다.


할배가 이렇게 멋진 걸 많이 만들어주어도, 우리는 다 그곳을 ‘할매 집’이라 불렀다. 할매는 카리스마 있는, 어른이고 아이이고 할 것 없이 인기 많던 이 집의 주인이었고, 할배는 항상 온화한 얼굴로 우리를 보고 말없이 웃어주는 수호천사였다. 정원에는 할배가 열심히 가꾼 아름다운 동백나무와 온갖 꽃들이 사계절 내내 피어 있었다.


할매 집에는 고추잠자리가 참 많았다. 한번은 잠자리를 손으로 잡으려다 실수로 날개를 다치게 한 적이 있어서, 그 후로는 꼭 잠자리채로만 잡았다. 채에서 꺼내 조심스레 날개를 잡아 잠자리를 구경한다. 발을 싹싹 비비고 눈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 빠알간 몸통과 꼬리를 꿈틀꿈틀하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본다. 날개가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손가락을 풀면 녀석은 다시 훨훨 날아갔다.


동생은 하루 종일 열심히 채집한 매미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 화분에 붙여놓기도 했다. 나는 책을 잘 읽지 않았지만, 친구가 책을 읽더니 매미가 30일도 채 못 살고 죽는다고 말해줬다. 그 말에 너무 놀란 나는 동생 몰래 매미를 잡아다 다시 밖에 놓아주곤 했다. 금세 다른 놀이에 정신이 팔린 동생은 매미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뛰어놀았다.


할매 집에는 재밌는 게 참 많았다. 할매는 엄마 몰래 믹스커피를 통째로 넣은 달달한 아이스커피를 초등학생인 내게 주었다. 지금 같으면 난리가 날 일이지만, 할매는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나도 그런 할매를 동경하고 사랑했다. 누구보다 쿨하고 멋진 할매였다. 집에서 먹기 힘든 감자튀김도 할매 집 튀김기에서는 산더미처럼 나왔다. 갓 튀겨 소금을 솔솔, 거기에 케첩에 찍어 먹던 그 맛.


할매도 나도 무엇이든 아주 뜨겁게 먹는 걸 좋아했다. 엄마한테 들키면 혼날 일이지만, 입이 델 정도로 뜨거울 때가 가장 맛있다. 난 지금까지도 그 습관이 남아 커피든 음식이든 아주 뜨거운 걸 찾는다. 내 기억 속 할매는 나보다 더 심했던 것 같다.


우리 형제들은 모두 할매 집에서 최고의 추억을 만들었다. 할배가 키운 딸기를 따 먹고, 추석엔 친척 동생들과 보물찾기를 하고, 우물에서 도롱뇽 알을 찾았다. 동생은 각종 곤충을 채집했고, 난 할배가 가꾼 꽃을 구경하며 뒷산 감나무에 올라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가끔 뱀이 출현하면, 소리 지르고 도망치고 구경하다 시간을 보냈다.


우리 모두 할매 집을 너무나 사랑했다.


이제 우리에겐 할매집은 없다.

할매야. 잘 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