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까'를 읽고
사람들은 대통령에 참으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한다 하고,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너무 하는 것이 없다 한다.
물론 정치인이라는 직업은 일상적으로 안티에 시달려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으로, 또 말 자체로는 말이 되는 것 같은 비판들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실은 자신의 최근 정세에 대한 감정이 실려 있다.
어떤 사람은 특정 정치인을 비난하기 위해 이런 레토릭을 활용하고, 다른 사람은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기 위해 이런 레토릭을 활용한다.
물론 글을 쓸 때 전체적 취지가 옹호나 비난에 있지는 않겠지만, 결국 읽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공유한 글은 바람직한 대통령에 대한 일반론 같아 보이지만 실은 그냥 윤석열, 한덕수를 공격하면서 은근슬쩍 이재명이 최소한 그래도 정상적인 대통령감인 것처럼 말한다.
글쎄... 개인적으로는 이력으로는 준비가 되었다 하더라도 내용적으로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다 거시적으로, 민주당에 대해서는 이미 5년 여 전부터 나는 이 질문을 했었다.
'보수 세력이 안 되는 이유 말고, 왜 민주당이 권력을 잡아야 하는지의 비전을 제시해보라.'
AI 산업 투자 같은 건 정말 뻔한 의제이다.
사람들이 유행을 따라가듯,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이 따라서 공약하는 사항이다. (물론 이건 당연히 당선되면 '장기적' 의제로 바뀐다.)
그리고 구체적 정책이 아니더라도 기본적 비전이 뭔지도 와 닿지 않는다.
경제를 살린다?
경제를 살린다는 말은 누구나 한다.
문제는 어떻게 살리느냐, 그리고 과연 종래에 모두가 주장해왔던 비슷한 정책 레토릭의 전제가 되는 인식적 틀 같은 게 이제 실효성이 있는 것일까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민하고, 토론하고, 질문하고 그런 것을 반복했다.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지도자가 바람직하다느니 하는 감상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걸 피곤할 정도로 해도 세상이 잘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모자라서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기 보다, 세상은 원래 잘 바뀌지 않는다.
토니 블레어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이나 집권했지만 정부가 돌아가는 것을 알고 자신이 무엇을 정말 지향해야 할 지를 느꼈을 때 쯤 퇴진 압력을 받고 사임해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마거릿 대처도 1979년부터 1990년까지 11년이나 집권을 했고 블레어와 달리 각료 경험도 있었으며 가열차게 비전을 밀어붙였지만, '동료들의 배신'으로 인한 사임 이후 자신이 일궈 놓은 것들의 소멸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P.S. 미국 대통령의 8년에 대한 평가(첫 번째 임기에는 재선, 두 번째 임기에는 역사를 위해 싸운다)는 역사적으로 볼 때나 그런 것이지, 정치적으로 볼 때는 좀 다르다. 우리는 4년 중임제 개헌 얘기가 나오지만, 정작 그것이 시행 중인 미국에서는 얘기가 좀 다르다. 특히 당사자인 미국 전직 대통령들은 '4년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라는 말도 나온다. 작고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회고 인터뷰에서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8년은 너무 길다'라는 뜻을 공유했다고 했다. 폴 C. 라이트의 <대통령학>이라는 책을 보면, 결국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통령은 필연적으로 떨어지는 인기, 불가피하게 터지는 돌발 스캔들이나 사건들에 대한 단기적 대응, 시시각각 변하는 의회에서의 정국 상황 등과 싸워야 한다. 1기의 4년 동안에는 재선을 위해 싸워야 하고 2기의 4년 동안에는 이미 허니문 기간은 종료된 상태에서 재집권을 위한 여지를 남기기 위해 싸워야 한다. 결국 정말 가장 유리한 상황, 자신이 원하는 의제를 가열차게 밀어 붙일 수 있고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상황'은 아주 비관적으로 보면 취임 첫 해의 '허니문 기간' 정도일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못해 먹겠다'라고 말한 건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이 처한 특유의 '소수파'인 위치도 있었겠지만, 본래 일반적인 민주국가의 대통령직이라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도 있다. 그래서 실은, 유권자인 우리로서는,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서는 '참을 줄 아는 미덕, 기대를 너무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이건 사람 사는 게 힘들다는 걸 몰라서 하는 여유 있는 소리가 아니다. 인간은 어떤 체제건 힘겨운 삶을 피할 수 없다. 적어도 전체주의보다 민주주의가 나은 건 최소한 '선택의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지켜내려면 참을 줄 알아야 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012023015?fbclid=IwY2xjawKAXhRleHRuA2FlbQIxMQABHq3f5pS4BBx9gUeEmiQ3IcxPW3dfdCNf2ffq0cs9Yhdn0znJmgmvlZAeIDdi_aem_Zv7SqWKxvzjb5sAz4OzyAA#c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