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연설, 왜 불편한가

감정의 과잉과 선동의 언어

by 남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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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 기조연설에서 2023년 12월 3일의 사태를 “친위 군사 쿠데타”로 규정하며 이를 “대한민국 국민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겨낸 민주주의의 승리”로 선언했다. 그러나 이 연설은 그 내용의 사실 여부나 사건의 성격보다도, 감정적 과잉과 선동적 언어, 그리고 그로 인한 대통령직의 성숙성 훼손이 더 근본적인 문제다.

1. 감정적 수사와 영웅서사의 과잉

이날 연설은 “들꽃처럼 피어난 희망”, “장갑차에 맨몸으로 맞선 시민”, “경악과 공포는 경이로움으로” 같은 문장으로 가득했다. 문학적 수사는 공감과 동원을 유도할 수 있지만, 국정의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연설은 통합과 절제, 책임 있는 균형감각을 담아야 한다. 그러나 이날의 연설은 감정에 호소하는 과잉된 서사를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강변하려는 인상을 주었고, 이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성숙성을 손상시킨다.

2. ‘민주주의 vs 내란세력’이라는 이분법

이 대통령은 반대 세력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자신과 지지자들은 민주주의를 수호한 영웅으로 묘사했다. 이러한 이분법은 대중을 감정적으로 결속시키는 데는 유리하지만, 정치적 다양성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대통령이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화신처럼 묘사하고 반대자들을 악마화하는 구조는, 결국 국민 통합보다는 정치적 편 가르기에 가깝다.

3. 국제 무대에서의 내부 정치 선동

IPSA 총회는 세계 100여 개국의 정치학자들이 모인 학술적·외교적 행사다. 그 자리에서 아직 사법적 판단도 끝나지 않은 국내 사안을 일방적으로 ‘쿠데타’라 규정하고, 이를 정치적 승리로 과시한 행위는 국제적 품격을 해친다. 외교 무대에서는 자국의 헌정 위기를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그 위기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극복했는지에 대한 절제된 성찰이 필요했지만, 이 대통령은 정반대로 감정과 상징, 선전과 과시에 몰입했다.

4. 통치자의 언어인가, 운동가의 언어인가

대통령은 이제 정파의 대표가 아니라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연설은 여전히 정쟁의 중심에서 전선을 긋고, 감정을 동원하는 야당 대표의 언어에 가까웠다. 국가의 리더는 감정을 자제하고 제도를 수호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비극과 승리의 드라마가 아니라, 절차와 신뢰의 축적 위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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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이재명 대통령의 ‘12·3 쿠데타’ 규정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감정에 기반한 극적 서사와 정치적 선동으로 대통령직의 품위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감정적 서사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 감동이 아닌 신뢰로, 영웅이 아닌 절제된 지도자로부터 통치를 받아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격렬한 감정이 아니라, 조용한 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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