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Kdzg2A36mZ8?si=CsmeloGxojRdwEHX
작년 중의원 총선에 이어 올해 참의원 통상선거까지 패배하면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거취가 결정되었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이시바 총리 본인은 대미 관세 협상ㆍ인플레이션 등 현안 대응을 들어 당장은 사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스가ㆍ아소ㆍ기시다 등 당 중역들과의 회담 후 이시바 총리의 사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고 실제로도 8월 초에 사임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는 명확한 사임 시기를 밝힌 바 없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식으로 사임의 여지만 둠으로써 '전략적 모호성'을 택했다.
이는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시사한다.
첫째는 관세 협상 직후 바로 사임하는 것이다.
둘째는 관세 협상 직후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버티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현안 대응력ㆍ국정 그립을 확실히 보임으로써 선거 패배ㆍ대내외적으로 산적한 현안 등을 정면돌파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의중일 수 있다.
실은 이시바 총리의 거취를 강제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
야권이 내각불신임안을 당장 가결시킨다 해도, 당장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부터가 단독으로건 연정으로건 집권하기 난망하다.
그런 상황 속에 야권이 선뜻 혼란을 가중시키는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
당내 차원에서 볼 때 명분이라면 자민당의 정권 지속 밖에는 없다.
다시 말해 이시바 때문에 망했으니 책임지고 물러나야 당이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건이야 그렇다치고 후건 즉 당이 산다?
자민당이 사는 요건은 이시바 총리의 퇴진만이 아니라 '명확한 대안의 존재'에 있다,
당을 통합하면서 국민적 지지도를 최소한 정권 유지ㆍ계속이 안정적일 정도로 회복시킬 수 있는 리더십 말이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를 밀어내면 중도파와 우익ㆍ극우의 투쟁은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할 것이다.
게다가 다카이치ㆍ고노ㆍ고이즈미 등 주요 후보들은 당 통합, 정책적 비전, 경륜 등의 주요 조건에서 꼭 한두가지 씩이 빠진다.
2007년 참원선에 참패하고 아베 총리 퇴진 후 후쿠다, 아소로 계속 총리가 교체되면서 2009년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사실상 유도되었다.
그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이, 2005년에 이미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 압도적 과반을 만들어 두어 2007년에 민주당에 참의원 1당을 빼앗겼어도 구도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중참양원에서 국민민주당ㆍ유신의 회 등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카이치와 같은 강경파가 과연 어느 정도로 이 조율이 필요한 고도로 복잡한 상황을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자민당으로서는 이시바 하나를 쫓아냈다가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현재 국민의 자민당 불신은 구조적ㆍ장기적이다.
아베 내각과 기시다 내각을 합쳐 12년여 간을 집권해 왔다.
게다가 통일교와의 연루 의혹이나 정치자금 회계 부정 스캔들도 터졌다.
정작 이시바 총리는 파벌정치에 거부감을 느끼고 그것 때문에 번번히 총재선에서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이시바 총리의 재임기간은 1년도 되지 않았다.
이러한 여건들로 미루어 보면, 결국 일단 당초의 25%에서 15%로 관세 협상을 마무리했으니,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고물가 대책 등을 바탕으로 현안 대응력ㆍ국정 역량을 어떻게든 입증하여 최소한 정권 유지ㆍ계속을 위한 기반이라도 회복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지 못하고 계속 성과가 없다면 늦어도 10월 보선 전후로는 사임할 것이겠고 말이다.
당분간은 전국선거가 없으니 이시바 총리로서는 어떻게든 이 고차방정식(자민당 당내 역학 구도, 여소야대, 고물가ㆍ관세 등 정책 현안, 저조한 국민 지지도 등)을 풀기 위해 최후의 최후까지 애써 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나는 기대한다.
이시바 시게루는 일본 정치를 대표하는 신중하고 정직한 인물이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당내에서 소외되었고, 파벌정치와 포퓰리즘 사이에서 외롭게 싸워왔다.
그는 지금, 시대와 정치의 관성을 뚫고 서 있다.
그러니 나는 바란다.
그가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비전과 이니셔티브를 제시하길.
단지 연명하는 총리가 아니라, 일본의 관성을 근본에서부터 흔드는 지도자로 거듭나길.
그러기 위해 나는 두 가지를 조언하고 싶다.
첫째, 중도보수층을 배려하는 절제된 보수 제스처가 필요하다.
우익 극단세력에게 찍힌 이상 우경화를 시도할 이유는 없지만, 참정당이나 보수당으로의 지지도 이탈을 방치할 순 없다.
‘국가의 책임’이나 ‘세대 간 정의’처럼 보수적 가치의 언어를 동원한 실용적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둘째, 아베노믹스급의 충격과 구심력을 가진 정책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
일본은 타성과 관성에 잠식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구조 개혁, 산업 재편, 인간 중심 복지국가 구상 같은 실질적 구상을 통해 일본 사회에 다시 ‘기대’라는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정권의 두뇌가 아니라, 심장으로 기능해야 할 때다.
이시바 총리는 지금 거대한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연어와도 같다.
그는 정치적 생존을 위해, 당장의 명예를 위해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책임을 다하겠다는 신념, 자민당의 정권 유지라는 마지막 사명, 그리고 아마도 본인의 정치적 자존심을 위해서다.
그가 살아남아 일본정치의 한 장을 채워주기를 나아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자민당은 다양한 의견으로 힘을 얻는, 다시 말해 국민의 지지를 얻는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반대 의견에 대해 '발목을 잡지 말라'는 것은 빗나간 말이고, 그런 담론은 오히려 '후원의 발목잡기'가 되어 자민당을 강하게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이데올로기 정당이 아니라 정말 일본적인 존재라는 점도 자민당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원칙에 얽매이지 않는, 좋게 말하면 융통성이 있는 정당입니다. 이데올로기를 최고로 여기는 사람의 눈에는 다소 무성의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자민당의 현실적인 면이 많은 일본인의 감성에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_ 이시바 시게루 石破 茂,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