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신의 길
내 기억으로 2009 개정 때 탐구 과목을 축소(e.g. 경제지리 삭제, 정치와 법과 사회를 법과 정치로 개편 등)한 명분이 '학습 부담 경감'이라고 한다.
2028년에 개정될 수능에서도 통합사회ㆍ통합과학으로 탐구 영역이 간소화되면서 변별력이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전공적합성을 볼 수 있는 과목들이 없어져 버렸다.
한편 학생부는 교과 중심으로 내용을 간소화하라고 하면서 내신에서 석차 5등급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이런 흐름대로면 수능ㆍ학생부종합ㆍ학생부교과 무엇도 제대로 변별이 안 된다.
학벌과 경쟁 구조ㆍ문화가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공정한 변별'은 아직도 대입에서 중요하다.
한편, 이러니 저러니 해도 본래 공부란 늘 힘든 것이다.
하고 싶은 공부도 전공이 되고 시험이 되면 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경쟁과 변별, 학벌이 중요한 환경에서는 과목들이 줄면 남은 과목들을 중심으로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학습 부담이 커진다.
그리고 실은 국영수 즉 기초과목의 정시 비중이 이미 압도적인데 탐구 영역마저 약화시키면 사실상 수능도 인적성 위주(전공ㆍ직무 내용 등이 아닌 추론 능력이니 하는 추상적인 도구적 역량을 임의로 측정하는) 흐름을 따르게 된다고 본다.
'학습 부담 완화'보다는 '학습 부담 합리화'가 더 타당하다.
서울대 물리학과는 다른 무엇보다 물리학의 이해도와 과학적 역량이 높은 이들을 뽑도록 대입이 설계되어야 한다.
또 대입 일반으로 보면 지역별ㆍ학교 유형별ㆍ계층별 등의 인프라나 환경 차이를 피할 수 없는 수시 특히 학종보다는 수능이 공정하다.
정시는 고교를 가지 못했거나 이미 고교 학생부가 '닫혀' 더는 스펙을 업데이트할 길이 없는 학교 밖 청소년ㆍ재도전자를 위한 마지막 보루다.
내 모교는 최근 현역자들만을 위한 논술 전형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또 한 번의 대단한 차별이다.
모든 대한민국의 대입 전형들이 사실상 모든 이들이 조건상 평등하지 못하거나 평가 도구가 과도하게 비합리적이거나 하는 등의 문제들이 있다.
어설픈 통합교육 패러다임 도입과 종래의 학벌ㆍ경쟁 과열 구조가 이과의 문과 침공 등 끔찍한 혼종을 낳았다.
대학교수들은 신입생들의 수준을 가지고 투덜거릴 바에야, 차라리 입학전형의 설계와 운영을 실질적으로 입학처로부터 넘겨 받아야 한다고 본다.
입학처나 입학사정관 등이 대입을 중등교육ㆍ고등교육의 유기적 연계성을 상당히 떨어뜨리는 면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실질적으로 대학에서 해당 전공에 열정이 있고 그것을 잘 수학할 인재들을 선발하는 대입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 안의 하나로서 나는 정시를 미국 AP나 영국 A-Level을 근거로 개편하면서 국영수를 절대평가 P/F 요건으로만 쓰도록 하고 이러한 전제 하에 정시 비중을 최대 50%까지 증가시켜야 한다고 본다.
루브릭 등을 활용해 서술ㆍ논술형 평가의 합리성ㆍ타당성ㆍ공정성을 제고하는 구체적 전략을 고민하고, 난이도나 출제 경향 등을 통제하기 위해 출제진을 아예 섞는 것도 고민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름 아닌 중등임용고사의 문제 출제 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학습 부담의 합리화'가 교육혁신의 기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아래는 2025년 중등임용 국어 시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