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링 바깥에 있다

by 남재준

우리나라의 맥락에서 '보수' 성향이라는 건 단순한 이념적 지표가 아니라 세대-진영을 의미한다.


그러나 20대는 거기에 속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현재의 20대는 민주화-산업화 세대의 대결에 아무런 종속 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산업화 세대의 냉전/독재 권위주의와 산업화 및 경제발전에 대한 향수도, 민주화 세대의 산업화 세대 주도 한국에 대한 강한 반감과 내셔널리즘도 공유하지 않는다.


현재의 50대인 X세대조차 2000-2010년대 한창 계속되던 민주화-산업화 대결 구도에서 전자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집단으로서의) 20대가 막 성년이 되었을 때는 박근혜 탄핵정국-문재인 정부 집권으로 넘어가는 시기 즉 민주당의 전성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이다.


그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민주당은 원내 주도권을 놓친 적이 거의 없다(여당or압도적 다수 야당).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발달이 확실히 20대들의 정치사회적 감수성을 저하시킨 것은 일정 부분 맞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부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20대가 '이탈'하거나 경우에 따라 '일탈'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20대는 또한 사회와 경제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가지기도 어려운 세대이다.


사회와 경제의 조건이 좋아야 정치사회적 감수성이 좀 더 진보적일 수 있다.


꼭 절대적 조건(견조한 경제성장의 지속)이 아니더라도, 예컨대 극단적으로 막 전쟁에서 승리하고 재건을 도모하는 세대라고 하더라도 진보적 성향을 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2차 대전 직후 총선에서 처칠의 보수당이 아닌 영국 노동당의 첫 압도적 단독 집권을 생각해보면.).


하지만 현재의 20대는 90년대-2000년대의 대대적인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으로 인한 고용 축소와 노동조건의 불안정화, 만성적 경기침체와 심화되는 학벌-직장 경쟁 등에 치여 있다.


교육열은 학력 인플레를 낳았고 경쟁은 대입만이 아니라 위로 취업 아래로 초중등까지 계속 심화되고 있다.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의 타율적 이직이 활성화되고 자산 형성 전망이 어두우며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고착화되어 부의 대물림도 심해지고 있다.


이 지점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 민주당의 주도층인 전문가-중산층 집단이 최소 중상층 기득권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조국의 경우가 바로 그러했고,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보여지는 것과 그 경우가 아주 달라 보이지 않았을 수 있다.


진보라고 해서 빈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예컨대 영국에서 강한 좌파 성향을 지닌 정치인이 자기 자식을 명문사학이 아닌 공립고에 보내거나 하는 것은 어쨌든 자기 신념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이전에 논란이 되었던 조희연 교육감 자녀의 경우는?)


결국 사회경제적으로 소시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에 태어나 있고, 또 정치적으로 현재의 세대-진영 중심 정치에서 어느 편에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20대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를 주도하고 있는, 40년대-50년대생 민주당 즉 '산업화 세대의 민주당'보다 '강경이 디폴트인 민주당'인 86세대나 4050이 20대가 계몽되지 않았다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 자체가 그들 세계와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의 20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보면, 그들의 이재명 정부에 대한 반감은 단순히 '보수화', '극우화'와 같은 표현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20대는 링 바깥의 냉소자들이 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고, 링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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