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나라는 의회 우위 국가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의회 우위(Parliamentary Supremacy)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존재한다고 본다.
의회 우위란 의회 즉 입법부가 행정부, 사법부보다 우위를 가진다는 개념을 말한다.
최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의 서열'을 언급한 것을 보고 이 개념을 떠올렸다.
의회 우위는 영국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 혁명에서 의회파가 왕당파를 누르고 승리를 거두었고 의회 주권(Parliamentary Sovereignty)이 확립되었다.
이에 따르면 행정과 사법의 작용은 의회의 수권에 기초해야만 성립이 가능했다.
오늘날까지도 의회에서 내각을 구성하며 법원은 아예 행정이나 입법의 일부로 취급되다가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독립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프랑스나 미국, 독일 등 성문법을 통해 국가와 통치구조를 설계한 국가이다.
사법이 입법이나 행정에 과하게 구속되면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또 권력분립의 원리도 흐트러진다.
애초에 사법의 독립 나아가 검찰과 같은 준(準)사법의 독립이 요구되는 이유는 그것이 해당 기관들의 중립과 무엇보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행정편의주의나 정치적 논리 등에 의하여 사법과 검찰이 이루어진다면 수시로 정적에 대한 탄압이나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이루어질 것이다.
더구나 형사 분야와 같이 국가가 국민의 행위를 최고도로 제한하는 예민한 영역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더욱 고도의 독립과 중립이 보장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 소위 '내란특별재판부'의 위헌성
헌법 101조 제1항에서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헌법 제110조 제1항에서는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한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둔다고 하였다.
이를 근거로 본다면, 기본적으로 모든 사건의 재판은 법원이 담당하며 특별법원은 헌법을 통해(즉 개헌으로만)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개별 사건이나 특종의 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을 만약 입법을 통해 설치할 수 있게 한다면, 입법자가 자의적으로 법원을 피하여 유리하게 법원을 구성할 수 있게 되고 이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입법을 통해 별도의 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게 하면 헌법 제101조와 근본적인 권력분립의 원리가 훼손된다.
이러한 견지에서 내란특별재판부의 설치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
소위 내란으로 지칭되는 2024년 위헌계엄 사건과 관련해, 이미 특별검찰이 국회의 입법에 의해 설치된 상황이다.
그리고 현재 국회와 정부를 한 정당이 장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일 내란특별재판부라는 것을 입법을 통해 설치할 경우 결국 국회와 정부를 장악한 정당의 의지에 의하여 수사-기소-재판이 모두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다.
형사절차의 대원리로서 기소-재판의 분리가 실질적으로는 깨지는 셈이 되기도 한다.
설령 그 결론이 옳다 하더라도 이러한 절차와 과정은 정당하지 않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헌법 제101조 제1항상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는 설령 특종의 사건을 다루는 상설 법원인 군사법원과 달리 내란특별재판부가 개별(특정) 사건을 다루는 임시 법원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3. 민주주의의 과잉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완벽한 원리가 아니고, 민의라는 것도 그 자체로 항상 완벽하게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에는 민주주의가 있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존엄성 및 인권과 기본권이라는 근본적 대원리에 종속되며 민주주의가 자동적으로 그러한 근본적 가치들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는 차원이 다르다.
구체적으로 말해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것과 '대의제를 전제로 직접민주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의 차이이다.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이 특정 맥락 예컨대 제도적 뼈대만 대의민주주의일 뿐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과 권위주의적 정치권의 주도가 정치문화의 실질이라면 일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그것을 걱정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것을 걱정할 정도라 하더라도, 국민이 직접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반드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과도한 신화를 깨는 것이 타당하다.
엘리트주의나 권위주의만큼이나 민주주의도 온전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단지 더 근본적 가치를 위한 체제에 불과하며 거기에 종속된다.
그 근본적 가치란 인간존엄성, 인권과 기본권이다.
이의 보장을 위해 자유주의-법치주의-민주주의가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특히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정치체제로서 작동하는 만큼 보완과 견제의 원리로서 자유주의와 법치주의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