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한' 리더십에 대한 엄청난 경계를 가지고 있다.
강한 리더십은 개인의 자유와 시민사회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나아가 세계를 보면, 강한 리더십에 대한 선호는 이념적 지형을 새로운 방향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종래에 좌우를 기준으로 나뉘었지만, 이제 그런 것이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일례로, 재정정책의 측면에서 보면 이재명 정부와 다카이치 내각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리고 각자의 톤도 매우 강하고 직설적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세계적으로 진행되어 온 '시장' 논리의 사회 전체에의 확산의 결과 또는 그에 대한 반향이 현재의 강한 리더십에 대한 선호일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문제는 경제사상으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심대한 사회적 영향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이다.
능력주의나 경쟁, 개인의 자유 등의 그럴듯한 이름으로 개인의 생활 기반과 사회를 붕괴시켰다.
(경제적 자유라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는 게 아니라 생산과 소비 등의 경제활동과 재산권 행사 등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들은 경제적 자유로부터 정치사회적 자유가 비롯된다는 해괴한 말을 하는데, 실제로 경제적 자유만 보장된 근대사회의 결과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부상이 아니었나? 경제적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곧 정치사회적 자유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사회적 자유가 경제적 자유보다 앞설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재산권 행사나 생산, 소비 등이 모든 경우에 절대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만큼 본질적인 자유와 권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속불가능하고 약한 사회보장과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의 결과 또는 반향으로서 표퓰리즘과 내셔널리즘이 부상하는 것일 수 있다.
경제적 조건이 사회적 조건을 모두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구조적 영향은 크다.
(국민의힘이 그렇게 타령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개인과 국가만 상정해서는 지속될 수 없다.
개인들은 그냥 개인들일 뿐, 중요한 건 개인들이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보존하면서 '사회'가 형성되는 것이다.
사회는 국가를 포함하기도 하지만 국가=정부라고 보는 경우 국가와 별도의 시민사회를 의미할 때가 많다.
하지만 국가-개인의 이분법은 좌건 우건 이 지점을 엄청나게 간과한다.
일례로 대처주의는 경제적 구조개혁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사실상 영국사회를 해체했다.
사회가 해체되고 고립된 개인만 남으면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기 더 쉬워진다.
다른 한편으로 개인의 고립은 결국 강한 리더십에 대한 선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개인이 자기 능력만 가지고 뭐든 할 수 있다는 건 가능성의 얘기지 보편적 현실의 얘기라고 할 수는 없다.
대처와 우파 세력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실질적으로는 모두가 경쟁적 문화와 상호 불신 속에 있고 엄청난 고용과 생활 불안정에 시달리며, 결국 최종적으로는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희생만 요구하는 종래의 주류 정치권에게 비주류 포퓰리스트-내셔널리스트들을 통해 불만이 폭발한다.
모든 사람이 대처와 같이 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다.
세상은 경제와 시장, 생물의 논리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에게는 사회의 논리와 사회적 감수성이 필요하며 이는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실존의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한 대학에서 사회학과와 경제학과는 교수 수만 비교하더라도 가관이다.
경제학과를 아예 독립된 단과대학(상경) 속에 넣는 대학들도 많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GDP 대비 총복지지출이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이 어느 정도 나온다손 치더라도 사회적 관용이나 공적 담론장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현대를 기준으로 선진적인 문명이란 종합적으로 삶의 질과 공존을 최우선 가치로 놓는 사회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개인이 무슨 대단한 선인(善人)이 되라는 뜻이 아니라, 각자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의 보장과 담론장의 활성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보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보수 세력의 가장 안 좋은 점 - 강한 리더십, 어설픈 마키아벨리주의, 민간과의 수평적 협력과 소통 부재, 지속가능한 구조개혁과 문화변동 의지 부재 등 - 만 닮아 사실상 민심을 참칭하고 개인이 아닌 국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진보와 보수의 중요한 차이는 보수는 경제와 안보라는 시각에서만 세상을 보지만 민주진보 측은 '사회와 문화'라는 측면도 균형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이다.
공공의 개입을 늘리자고는 했지만 이는 사회적인 것의 가미라는 명분이 있었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그런 것은 고사하고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책이 추구하는 종합적인 시대의식이나 비전, 화두가 뭔지 전혀 알 수 없다.
뒤로 관치로 가격 상승을 막으려 들었던 '자유시장경제'를 그렇게 중시하던 윤석열 정부와 유사하게, 이 정부는 친시장을 말하지만 반시장적이다.
적어도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솔직하게 '시장이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로 시작하기라도 했었다.
이재명 정부는 그런 게 이상주의적이고 어리석다느니 해놓고서는 그들보다 더한 정책을 편다.
가관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