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른거리는 관치문화를 타파하고 시장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도록
'잔인한 금융'에 청구서 내미는 정부... "정책이 시장 논리보다 우선" | 한국일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진보·보수를 떠나 어느 정권이든 정책적 목적에 맞춰 관치를 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은행권에는 상당한 압박"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민간과 시장에서 체감하기에는 공공 전체가 자신들의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압력을 넣는 관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고 한다.
물론 공적 개입이 아예 금지되어야 할 것은 아니지만, 관치는 또 다른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본래 공공의 영역인 것들이 있고 공공이 할 수 있긴 하지만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들이 있다.
전자의 경우 교육, 복지, 정책금융 등이 되고 후자의 경우 시장 규제나 시장 자체를 특정 방향으로 직접적으로 유도하려는 정책들이다.
그런데 시장 자체를 움직이려는 유인을 제공하기 보다(이건 사실 유인이라기 보다는 강제에 가깝기도 하다) 시장이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1차적으로 타당하다.
우리 정치나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진영 즉 진보나 보수의 차원이 아니라 양측이 모두 함께 보유하게 된 관치, 부실한 공약, 팬덤정치, 숙의의 부재, (역사적) 정체성 중심 정치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념적인 정책이라고 반드시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념적이건 그렇지 않건 분명 비합리적인 정책들이나 공공의 행정문화, 정치문화 등이 난무한다.
공공이 스스로 자제하면서 민간에 안정성과 신뢰성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금융 당국이 금융사 감독 권한을 활용해 CEO 선임에 개입하려는 여지를 보이는 것도 약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칫 금융사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인데, 금융사 자체를 반강제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식보다는 근본적으로 금융회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민간 행위자들은 주어진 환경 하에서 최적의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니까)
금융이나 부동산 등 기본적으로 시장 논리가 우세한 영역을 직접 압박하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정책금융이나 산업지원제도 등 기존에 있는 제도들을 중심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전반적인 사회와 경제의 구조개혁을 가열차게 추진함으로써 최소 중기적으로는 투자 경향이 바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편이 맞다.
종합투자관리계좌(IMA) 사업의 경우, 은행 고유의 영역이었던 수신 기능을 증권사에 부여한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객이 증권사에 돈을 맡기면 증권사가 예금처럼 이를 운용한다.
증권사에 원금 지급 의무가 있으면서도 최대 연 8%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증권사는 조달 금액의 25%를 반드시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곧 증권사에서 투자할 포트폴리오를 정부가 전환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 된다.
IMA 사업자는 자기자본 8조 원을 충족하는 소수 증권사들에게 해당할 수 있는데, IMA 상품 판매로 예치 받은 자금은 회사채, 기업대출, 벤처기업 투자,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 등에 사용할 수 있고 레버리지 한도가 늘어나 기존 발행어음 한도인 자기자본의 200%에서 300%까지 쓸 수 있으며 만기도 1년 이상 상품을 70% 이상으로 채운다는 전제하에 자유롭게 설정이 가능하다.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모두 달성하면서 모험자본 투자까지 포함해야 하는데 동시에 정부에서 레버리지나 만기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증권사가 무리한 투자를 할 수도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일 수도 있다.
이미 2017년에 도입된 제도이긴 하지만 8조 원 이상을 달성한 회사가 당시에는 미래에셋증권밖에 없어서 그냥 껍데기만 있는 것이었다가 최근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제도 운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한국투자증권이나 NH투자증권 등 공격적인 발행어음 운용에 나선 금융사들이 있게 되면서 활용 여지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