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대안에 관한 보론

by 남재준

모든 노동문제는 경제와 사회의 논리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합리적 선택이라고 해서 모든 공공복리나 권리에 관한 논의에서 배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벽배송 관련 논의의 시초이자 문제의식은 어디까지나 새벽배송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과로나 그로 인한 건강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가장 거친 원안으로서 새벽배송 금지가 나온 것이지, 그것이 확정된 게 아니고 민주노총 등에서 일괄적으로 시장 논리를 아예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없다(물론 이념적 지표는 시장 논리에 강한 반대를 나타내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이 구체적인 이슈니까).


이 논의는 시장과 사회정의라는 서로 다른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실천적으로 중요한 것은 양자를 접합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데 있다. 로켓와우 회원들을 대상으로 멤버십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주 거칠게 말하면 그 자체로는 알 바 아니다. 그건 어떤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기 보다는 그냥 쿠팡이 주어진 시장 상황에서 경쟁력과 이윤을 제고하기 위해 구성한 모델일 뿐이다. 소비자들은 그것이 비용 대비 효용이 크다면 선택해 이용하는 것일 뿐이고.


공적, 사회적 논의의 차원에서 보면, 단순히 일괄 규제냐 아니냐의 문제로만 결론 나지 않는다. 사회적 대화란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대안의 경우의 수들을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숙의해 최종 결론을 내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지, 단순히 규제하느냐 아니냐의 끝장토론이 아니다. 종래 그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아예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민간이 자발적으로는 할 유인이 없지만 공적, 사회적 차원에서 볼 때 분명 개선이 필요한 문제(노동자의 건강과 복리)에 관하여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개선을 유도할 방안을 찾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내가 비용을 감수하고 내가 이용/경영/노동한다는 데 뭐가 문제냐'라는 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문제 대응의 필요성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새벽배송을 유지한다고 할 때 경영의 논리를 다시 가져와 본다면 쿠팡이 자율적으로 고용을 증가시켜 즉 비용을 증가시키도록 할 경제적 유인이 없다. 공적 규제 이외의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개별 기업이 고용 증가를 통해 1인당 노동 부담을 줄이도록 하는 것은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 규제가 아니라면 설령 쿠팡이 일시적으로 공공, 사회적 요구에 따라 자발적 개선을 원론적으로 수용하더라도 경영상 필요를 명분 삼아 중장기적으로는 원상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래 노동자는 이 문제에서 제3자가 아니지만 새벽배송으로 인한 노동자의 과로나 건강 악화 등은 외부불경제와 유사한 효과가 있다. 사회적 비용이 사적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쿠팡이 우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여 규제로 해결하지 않는 경우 다른 대안을 탐색하고 제시하여 논의할 것을 강하게 유도할 필요는 있다. 민주노총도 ‘새벽배송 금지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한다’라는 전제를 두고 있고 실제 사회적 대화를 하면 경영상 논리나 정부 중재 논리 등이 반영되어 새벽배송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원안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본다.


부분적으로만 시범 시행해본 후에 효과를 보고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일종의 경과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 부분적 시범 규제의 예로서는 오전과 새벽에 차등적으로 전자는 무료 후자는 유료 토큰 서비스로 하여(사실상 가격차별)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법, 권역별 안전처리능력 한도를 회사가 공시하고 5시~7시 배송의 경우 그 한도 내에서 슬롯을 판매하되 초과분은 오전 시간대로 미루는 방법, 회사에서 관련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를 활용하여 기사 1인당 작업량/정시배송율/취소율/사고와 질병 비율 등을 관리하는 방법, 회사와 정부가 협력하여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건강관리/휴게공간 등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공동규제(Co-Regulation)의 방법도 있기 때문에, 공적 개입의 의미는 반드시 일방적-포괄적으로 정부가 모든 새벽배송을 금지한다는 것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이니셔티브가 좀 더 반영되도록 회사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면서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한편으로 지원하고 다른 한편으로 감독하는 역할이 필요하며, 소비자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불편에 관한 비용을 분담하겠다는 합의가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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