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인종 혐오와 차별, 사실관계를 왜곡·조작하는 잘못된 정보는 민주주의와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엄중히 처벌해야 할 범죄”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최근 사회 곳곳에서 인종·출신·국가 등을 둘러싼 혐오와 차별이 반복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양극화 상황에서 이런 극단적 표현은 사회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도 “혐오 범죄와 허위 조작 정보 근절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현수막 규제 문제도 언급했다. 2022년 국회에서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면서 정당 현수막은 일반 현수막과 달리 사실상 장소 제한 없이 게시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걸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길거리에 저질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도 정당이 게시했다는 이유로 철거조차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당 현수막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는 현수막만 걸기 위한 정당, 특정 종교단체 연계설까지 나온다”며 규제 완화의 취지와 현실 간 괴리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 법이 자신이 민주당 대표 시절 처리된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악용이 심하다면 개정하거나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이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 현수막 특혜까지 누린다면 합리적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개선 논의를 지시했다.
공직자·기관장의 혐오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한 기관장이 ‘하얀 얼굴, 까만 얼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임에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외교 행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혐오 발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책임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형법 개정 문제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혐오 발언 처벌을 논의하면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 여부를 함께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허위사실이 아닌 실제 사실을 말한 것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실제 존재하는 사실에 대한 비판은 민사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_ 출처 : 영남경제(http://www.ynenews.kr)]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때 표현에 관한 질적 평가를 하지 않는다. 첫째로 어떤 맥락과 차원에서 어떤 기준으로 표현의 적절성을 판단할 것인지가 애매하고, 둘째로 이에 따라 표현을 규제한다는 것은 ‘All or Nothing’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일부’ 표현을 규제하겠다는 명목의 규제는 실질적으로는 ‘전부’ 규제하는 것으로 쉽게 번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해당 표현이 공적으로 유의미한가 아니면 단지 사적 차원에서의 명예훼손에 가까운가 등에 비례해서는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
혐오 표현으로부터의 보호는 일종의 사회권이라는 것이 내 견해이다. 왜냐하면 혐오 표현은 온전히 공적이거나 온전히 사적이지 않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온전히 공적인 것도 온전히 사적인 것도 아니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성소수자는 정체성을 본위로 한 사회집단이고 명목상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표현은 결국에는 성소수자 개인에 대한 피해가 된다. 다만 혐오 표현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기본권 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인지는 숙고를 해보아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혐오 표현을 범죄화할 것인지는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예컨대 고위공직자나 기관장의 혐오 표현은 사회적 인식에 끼치는 파급력이 크므로 내부 기강 차원에서 실질적인 견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인권 차원에서 혐오 표현으로부터의 보호는 좀 더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의 적극적인 역할과 구제의 강화(최대 행정벌까지)를 통해 신장하는 것이 맞다. 정확히 이러한 취지의 법률이 바로 소위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차별금지법에 관련해 ‘먹고사니즘’으로 응수해 ‘사회적 합의’를 언급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퇴보한 인권 의식을 보인 바 있다(그나마 문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 말기에 약간 진일보?해서 차별금지법 관련 입법 논의가 조금 더 가속화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말한 바는 있다). 그러면서도 새삼스럽게 인종이나 출신 국가에 관한 혐오 표현을 각별히 언급하며 ‘범죄’라고 했다. 이는 최근 반중/혐중 시위에 대한 통제 지시와 연장선상으로 이해된다. 결국 정치적 필요와 의도가 읽힌다. 정치적으로 ‘극우’ 세력에 대한 통제를 위해 법을 수단으로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법이나 규제를 운용하는 것은 맨 처음에 언급했던 바와 같이 그릇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는 다소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한편으로 혐오 표현에 대한 범죄화를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말했다. 실제의 현실은 앞서 언급했듯 판단이 어려운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즉 이론적으로는 혐오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이 구분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상당한 죄를 신설하게 되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어떤 표현이 혐오 표현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는 사실인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사람의 명예를 보호한다는 것과 혐오로부터 소수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서로 보호법익이나 차원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표현의 자유의 규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소 비일관되어 보이는 것은 여전하다.
정당에 대해 각별히 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정당이 국민의 정치사회적 의사를 집약하여 표출하는 것을 존재 의의로 삼기 때문이다. 정당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것이기도 한 만큼 정당의 표현이 보다 각별히 보장되는 측면이 있다. 만약 정당의 극단적이고 부적절한 의사표현의 남발이 문제가 된다면 해당 정당 관련법을 재검토하던지 아니면 일반 시민단체나 이익집단 등의 의사표현도 비슷한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하든지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정당의 의사표현 규제는 앞서 언급한 정당 활동의 자유라는 보호법익을 침해할 여지도 없지 않다.
표현의 자유는 포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개별적인 표현의 규제라는 명목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쉽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의 규범적 취지는 결국 서로 다르게 세상을 보고 이를 표현하는 것을 공존하고 조화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건전한 공론화와 사회적 담론이 활성화되면 혐오 표현을 논박하여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다. 차별금지법이 이러한 문화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초석이 될 수도 있다. 법 특히나 형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애초에 가벌성 있는 행위를 신중하게 판단해 국민의 기본권을 최고도로 제한하는 국가의 행위로서의 형벌의 부과를 조심히 하라는 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
법이 아닌 정치사회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 공개적으로 공론을 통해 혐오표현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이상적이어 보이지만 불가피하다. 왜냐하면 서방의 경우를 보면, 결국 주관적으로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가 억눌렸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극우 세력이 범람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가능하면 정치사회적 차원에서 건강한 담론과 포용적 분위기를 형성해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또다시 비(非)자유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를 한 것이다.
현대적인 법의 역할은 소방이나 경찰, 의료와 비슷하다. 가능하면 자율의 차원에서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범죄나 거래의 불안정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기 제한을 거는 것을 조건부로 법이 개입하는 것이다. 화재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화재가 일어나기 때문에 소방이 필요한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법을 통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드는 것은 결국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로 귀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러면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나쁜 결과를 받아 들 수도 있다. 이에 법적 규제는 신중하게 고안/적용되어야 하며, 정치인이나 입법자들은 정치사회적 발언이나 제스처를 통한 리더십으로 자율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