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facebook.com/share/p/1BBHNEZ8cH/
1. 이준석의 ‘정치적’ 경제분석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의 최근 환율상승 경향 분석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의 ‘현금 직접 지원’(멸칭으로 ‘현금 살포’) 정책에 대한 공격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전제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다소 비약인 논리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오해를 낳는 부분이 크다.
우선, 최근의 원/달러 환율상승의 핵심 요인이 정부의 현금 지원 정책 때문이라는 논리부터 비약이다. 이준석 의원 본인의 말대로 환율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있으며, 최근 1,460원대까지 올라간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의 고금리 유지 (금리차 확대) / 중국의 경기 둔화 (위안화 약세 연동) / 글로벌 달러 수요 증가 (안전자산 선호) 등이 지목된다.
또 재정정책의 환율에의 효과는 단선적이지 않다. 경제성장이나 소비 진작 등을 도모할 때 당연히 물가상승을 감안하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물가 수준이 유의할 필요는 있다 하더라도, 체감과는 별도로 고물가로 보고 적극적 지표 관리를 해야 할지는 좀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
물가상승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따라서도 대책의 방향이 달라지는데, 현재의 유형은 ‘수요 견인’보다는 ‘비용 인상’에 가깝다. 다시 말해, 국제 유가/곡가의 상승 + 공급망 병목 +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임금이나 소비가 물가상승을 견인한 것이 아니고, 외부에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고물가에 대해 가계의 구매력이나 기업의 비용 부담을 정부가 지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부가 일시적으로 단기 유동성 조절을 위해 수급 조정 협의를 하는 것 자체가 곧바로 연금의 남용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이미 달러화 자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으므로 보유자산 매도나 환전 시기 조정만으로도 환율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2. 이재명 정부의 현금성 지원이 문제인 진정한 이유
오히려 나는 이재명 정부의 현금 지원 정책을 반대의 이유로 반대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가계 구매력 지지 정책 기조 자체는 타당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현금 지원 정책은 비용 대비 편익이 적은 비효율적인 재정 낭비에 가깝다. 소비쿠폰과 같은 일시적 소비 진작은 물가에 0.3~0.6%p 정도만 영향을 주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있으며, 전반적으로 일시적인 반짝 효과에 불과하고 지속적인 효과를 내는 경기부양까지는 미치지 못한다고 보아야 맞다.
소비 자체의 경우에도, 소비쿠폰이나 재난지원금은 승수효과가 0.2~0.4 정도에 불과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분석이 있었다. 또한 한계소비성향 즉 정부가 현금성 지원을 했을 때 이것이 소비로 전환되는 비율도 낮다. 이러한 부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에 의해서도 언급된 바가 있다. 한편 이준석 의원의 취지가 큰 틀에서 아주 틀린 것은 아닌데, 현금성 지원이 계속 남발되는 경우 근본적인 경기나 경제의 펀더멘탈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외국자본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로 원화자산을 회피하면서 환율상승의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직접 시장의 소비, 투자 등 변수를 변동시키려고 억지로 개입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이는 예컨대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압박이나 현금을 직접 가계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보통은 앞서 언급했듯 기업의 비용 부담 지원, 사회보장 강화, 고용 증진, 인프라 개선 등의 시스템/구조 개선에 동원되어야 외생적으로 정부가 시장경제에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 주면서 경기 나아가서는 장기적으로 국민경제 자체가 활황을 띨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정책은 전략이나 수단, 환경과 맥락 등에 따라서는 1.0 이상의 승수효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가계의 소득 자체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키는 현금성 지원보다는, 근본적으로 가계 소득의 원천이 되는 고용에 대한 지원이라던가 고용의 활성화를 위한 기업에 대한 지원, 또 노동 생산성의 제고를 위한 공보육이나 제반 사회보장 인프라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정책들이 모여서 구조개혁이 된다.
한편, 현금성 지원과 같은 비효율적인 재정 운용은 이재명 대통령이 회피한 증세 논의의 맥락에서 결국 국채로 충당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는 당연히 점증하는 재정건전성 위기 리스크에 대한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구조개혁 없이 고용 없는 성장만을 계속 자극하는 재정 퍼붓기도 실질적으로 국민경제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설령 우리 재정이 과거에 소위 ‘모피아’들에 의해 건전성이라는 신조에 묶여 있었다는 말이 맞다손 치더라도, 이제는 객관적으로 정부 부채를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왔으며 그게 아니더라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재정수지 흑자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가계나 기업과 달리 주어진 조건과 예산제약 등에서 비용 최소화 + 편익 최대화하는 방향으로만 선택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정부라는 경제주체는 자기 이익이 아니라 공공복리나 사회질서 즉 공익 증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그렇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보는 두 가지 관점을 국가에 비유하는 것은 모두 적절하지 않다. 첫 번째 관점은 미국식 기업관인데, 주주들의 출자와 지분에 대한 배당을 본위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이재명 대통령이 이전에 세금은 국민에게서 비롯된 것이므로 국민에게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들린다. 하지만 납세는 출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납세는 공적 의무에 해당하며 국민은 주주가 아니고 정부는 기업이 아니므로 국민 개인에 대해 반드시 어떤 금전적 이익을 챙겨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문제가 있다.
두 번째 관점은 한국식 기업관인데, 대주주 중심으로 경영을 하는 대신 기업 자체의 시장 경쟁력 등을 본위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경제성장과 개발을 중시해 온 보수적 경제관과 유사한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주주나 노동자 등에 구애받지 않고 ‘회사 자체’를 위해서 경영자가 노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있고 국가가 있는 것이지 국가가 있고 국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재정이 공공복리를 위해 운영되는 것은 최종적으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유의미하다. 그러므로 국가재정은 아주 긴급하고 한계에 있는 상황이 아니면 그 자체를 위해서만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긴축을 어지간하면 요구해선 안 된다.
국가는 과도한 긴축도, 과도한 확대도 지양하는 것이 타당하다. 가급적이면 적자와 부채를 통제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효율적-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해서 하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아직 선진국만큼 재정위기가 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위험 수위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연성(Soft) 건전재정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