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중국사 시리즈를 고등학생 때부터 매우 좋아했었는데, 중국사를 왕조사 중심ㆍ사회경제사 부수로 편제하는 국내의 일반적인 서술과 많이 달라서였다. 아날학파 즉 좀 더 역사학을 구조적ㆍ사회과학적 차원으로 접근하고, 역사인물들도 구조 안의 행위자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영미의 상위대학들이 역사학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좀 더 알아봤는데 약간 실망스러웠다.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은 아직도 좀 심한 게 아닌가 싶다. 옥스퍼드대ㆍ케임브리지대와 같은 상위대학들조차 역사학은 유럽사ㆍ미국사를 본위로 두고, 비서구권의 역사를 언어와 함께 지역학으로 묶어 다룬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사를 한국사ㆍ동양사와 평등하게 두는 것과 다르다. 또 고등학교 역사의 경우에도 자국사ㆍ자국 소속 지역사ㆍ세계사를 고르게 다루는 우리나라나 일본과 달리 기본적으로 역사라고 하면 최소한 아시아사는 포함하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