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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국교육에 대한 추가적 생각 (보론)

by 남재준

일반적으로 고등학생들이 학업 측면에서 문제되는 것은 진로ㆍ진학 설정과 학업성취도 자체에 있을 것 같다. 학생이 특별히 관심 있는 것이 없거나, 학업성취도 자체가 좋지 않거나, 둘 다거나..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 해도 운영에 난점이 많을 것이다. 학생들이 관심 있는 게 딱히 없거나 모호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고, 또 학업에 흥미를 느끼기 보다 여가나 취미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건 한국의 교육문화ㆍ구조의 문제이지 고교학점제라는 제도에 책임을 넘길 수는 없다. 무엇보다 대학입시가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추어 근본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결국 학업은 여전히 부담으로만 작용하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입시를 생각하고 학업을 수행하는 게 크니까.

한편, 관심을 잘 모르겠다는 이유를 애초에 그 나이대(10대 후반)에 어떻게 정하겠느냐 라는 일반론을 대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선택이라는 건 잠정성을 가진다. 지금 선택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걸 천년만년 유지하게 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이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고 심지어 중장년이 되어서 그때까지 자신이 의심 없이 추구해 온 방향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가지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선택이 꼭 좋은 거냐는 말이 맞다고 해도, 그렇다고 교육과정을 과거처럼 과중한 훈련(학습보다는 훈련에 가깝다..) 위주로 되돌리는 건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아직까지 자기자신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고 주어진 환경ㆍ조건에의 적응을 강하게 요구 받기 때문에 관심을 생각해 볼 기회가 없는 것에 가깝다. 학생부 중심 전형은 교과건 종합이건 스펙을 쌓고 무엇보다 내신을 좋게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내내 준다. 또 주과목 즉 국수(영) 위주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든 게 여차하면 정시로 승부를 봐야 하기도 하고..

결국 제도 하나를 도입한다고 문화까지 바뀐다기 보다, 교육과정의 변화에 맞추어 내신ㆍ대입 등 현실적으로 중등교육의 결정적 변수이자 종착지가 되는 교육평가까지 바뀌어야 하고 구조개혁ㆍ문화변동에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요구된다.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다. 이 학생들은 경우에 따라 강제를 동원해서라도 최소한의 학습 수준을 보장해야한다. 그리고 선택보다도 기본적인 문해ㆍ수리 중심의 기초 다지기와 약간씩이라도 성취를 통해 보람을 느끼도록 한다든지 하는 방법 등을 통해 학습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취기준보장제도 유지에 대한 난관과 논쟁이 진행 중인데, 좀 더 예산과 인력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히 학교에 주기적으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게만 한다고 국민공통교육이 제대로 되는 건 아니다. 설령 대학을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본소양 보장은 국민의 권리이면서 의무이다.


문해력 관련 논란 등은 실은 문해보다 어휘력을 두고 벌이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그 원인은 학습 부담이 전체적으로 완화되어서는 아니다(실은 되레 중고등학교ㆍ수능 때 국어의 악몽?이 읽기를 부담으로만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은 아닐까도 생각한다). AI의 생활화ㆍ온라인 커뮤니티의 활발한 사용ㆍ쇼츠나 이미지의 범람에 이를 정도로 시각화나 자동화 등 기술발전이 요인이 되어 기본적으로 텍스트 즉 글이나 책을 잘 안 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건 성인들도 다를 바 없다. 독서문화 함양은 아이와 어른의 문제가 아니다. 아날로그적 독해와 문해력 향상은 마치 계산기가 있어도 수학을 해야 하는 이유와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최근 인문적 감수성이 더 감소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일단 아이 어른을 막론하고 책을 읽고 생각하는 습관을 보다 활성화해야한다.


사실 길지 않은 단락 중심으로 짧은 호흡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중등 국어ㆍ영어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중등어문교육은 시험용 속독ㆍ객관식 선택을 위한 전략 등의 목적에 치중해 있어서 일반적인 독해력 무엇보다 '느린 사고'의 계발에는 한계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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