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 AI, 균형발전? 明 정부는 뭘 하고싶은걸까

by 남재준

'AI 기반의 혁신' 새 정부 혁신전략 공개…'국민주권정부' 본격 시동 | 한국일보


[행안부 관계자는 “AI 정부, AI 대전환 등 현 정부가 강조하는 것들이 다소 추상적이고, 체감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


정부혁신박람회를 홍보하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말이라고 본다. 특히 정부 관료의 말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AI를 계속 화두 또는 국정의 중심 키워드로 말하지만, 과연

1. 이것이 과거의 '중공업 주도 성장', 'IT 주도 성장' 등과 본질적 차이가 있고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인지

2. AI가 서로 다른 행정/정책의 영역들을 가로지르는 가치/비전으로서 유의미한 것인지

에 관한 비판적 의문이 있다.


AI는 자동화 등과 함께 종래의 경제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변수이다. 이를 과거 주요 산업들처럼 자본과 노동을 체계적으로 집약해 투자하는 식으로 다룰 수는 없다. 이미 IT 산업을 띄울 때 그것이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성을 상쇄할 수 있는 지식정보서비스 중심 일자리들을 많이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비정규직 차별 등 불안정노동은 그냥 불안정노동이었고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었다. AI는 자동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IT라는 상위 맥락에서 보면 고학력 소수 일자리만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AI가 성장과 고용 등을 회복시킬 만큼의 파급효과를 가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 과도한 낙관론이라고 본다.


AI는 성장 수단이라기 보다는 앞서 언급했듯 변수이자 환경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AI의 발전은 서비스의 제공이나 재화의 생산 등을 보다 효율화하고 자동화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또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꾸는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AI를 성장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영향력이 매우 커진 AI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규제하기 위한 프레임과 인프라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AI 주도 성장을 강조하며 사회부총리를 폐지하고 과학기술부총리만 신설한 것은 민주당의 종래의 원칙과 입장에 대한 배신일 뿐만 아니라 시대 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 우리나라는 이제 과학기술을 경제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대우하기 보다,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 등 장기적인 경제혁신과 사회발전을 위한 토양 만들기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부총리직은 관련 부처들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기획하는 데 의의가 있을 텐데, 현실적으로 과학기술부총리는 결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제외한다면 산업 부처나 기후환경에너지부 정도를 빼고는 묶는다는 것의 의의가 별로 없다. 오히려 고용 창출, 노동개혁, 사회보장개혁, 교육혁신 등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 장기적으로 시장경제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사회문화 인프라의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사회부총리의 역할은 앞으로 더 필요하다. 그런데 국가 주도 AI 성장을 말하고, 경제부총리와 경제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듯한 과학기술부총리만 남기는 것 등을 보면 21세기판으로 개발국가를 재소환하겠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는 기본소득을 넘어 소위 기본사회라는 것을 제안했는데 이러한 대기획을 제시해 놓고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을 복지정책과 무관한 보건정책 전문가로 임명했다. 물론 차관이 많은 부분을 담당하겠지만, 최소한 이재명의 브랜드 정책과 같았던 기본 시리즈의 과거 위상을 생각하면 관심의 정도라던가 하는 점에 대해 의문부호가 생기는 게 합리적이다. 더하여 사회부총리를 폐지했다. 정권의 주요 정책 이니셔티브가 상호 연결점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애초에 그 이니셔티브를 어느 정도로 뚜렷하게 추진하고자 하는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AI는 우리 사회와 경제를 살릴 구원자가 아니다. 우리의 사회와 경제를 살리는 것은 우리 자신이고 AI는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환경 내지 변수이다. AI가 어떤 방향으로 활용되고 발전할지는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AI를 포함해 균형발전이건 국민의 '행복'이건 간에,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까지도 구체적인 구상과 비전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내놓은 비전이라는 것도 모호하고 하위 전략들이 상호 연관성이 잘 안 보이는 데다가, '국민주권'정부라고 했는데 비전/전략/정책 등 어느 측면에서도 국민주권이 구체화된 지점을 모르겠다. 참고로, 나는 국민주권이 국정목표 내지 가치로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어쨌든 내세우고 강조한거면 그것의 구체적인 뭔가가 있어야 맞다는 것 뿐이다. 내 견해는 국민주권은 헌법상 기본원리로서 이미 실현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새삼 이걸 내세우는 건 기득권층에게 빼앗긴 주권을 되찾겠다는 식의 포퓰리즘적 세계관에 기초한다고 짙게 의심한다. AI는 수단이고, 균형발전은 결과이고, 국민주권은 원리이다. 비전과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게 사실상 없다.


참고로 균형발전이라는 점에 대해서 약간 더 언급하고 싶은데, 이 정책은 내가 민주당의 가치관/세계관에서 벗어나면서 생각이 근본적으로 전환된 주제 중 하나이다. 나는 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 충격 내지 대기획에서 타깃을 낮춰야 한다고 본다. 지역발전과 이를 위한 중앙조정 및 미시적 정책 위주로 지역정책이 재편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방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제반 기능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데,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이를 지방으로 실질적으로 상당 부분 이전한다는 건 어렵다. 인구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건 서울에 제반 기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를 해소하려고 지방에 인프라 강화를 위해 투자를 하려고 해도 지방은 낙후되어 있으므로 투자 유인이 적다. 그래서 정부 기능을 강제로 옮겼지만 현실적으로 혁신도시나 세종 등을 보면 그 지역의 환경이 개선된 건 있어도 구조적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 개인의 관점에서 – 예컨대 옮겨야 하는 공무원 등 – 보면 사민(徙民)정책이나 진 배 없다. 현실적으로 균형발전이라는 결과를 위해서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도록 하거나 투자를 강제하는 건 민간 주체에게는 손해를 강요하는 일이다. 설령 투자가 된다 하더라도, 앞서 언급했듯 내려가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마땅치 않다.


설령 본래 고향이 지방이라 하더라도 일단 서울에 자리 잡은 다음에는 고향으로 내려가는 게 마땅치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일자리만 있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인프라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데 어지간한 일자리와 인프라로는 서울의 일자리와 인프라를 능가하긴 어렵다. 가능하면 고향에 있고 싶다는 심리는 그냥 원론적인 얘기고 현실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지방의 인프라 개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부 기능 이전 등은 비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해양수산부/국회 등을 부산이나 세종 등으로 이전하는 건 비합리적이다. 해양수산부 지역본부는 구체적인 산업과 연관될 수 있지만 중앙본부는 거시적인 행정/정책을 담당하고 다른 부처들과의 협력 관계도 중요하다. 또 중앙본부가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각별히 지역경제가 살 거라고 볼만한 이유도 없다. 국회도 마찬가지이다. 정부 기능이 전부 세종으로 이전하거나 한 것이 아닌 상황에서 입법, 행정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어 있으면 공간적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문제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가 기능이 이전되면 지역경제도 살 거라느니 하는 이상론은 현실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당장 민간 행위자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장래의 결과를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소멸은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개별적인 민간 행위자들의 손해나 국가의 공간적 기능 편제상 비효율성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효과가 불확실한 과도한 변화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


이러한 견해들을 두고 단순히 서울에 있는 기득권자들의 저항이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이 설령 맞다손 치더라도 대부분의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가 처해 있는 조건에서 더 이익이 되거나 될 가능성이 있는 선택을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에 가깝다.


보론으로 말하자면, 영국이나 미국이 지역공동체가 자생적으로 발전해 온 과정을 거친 것과 다르게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의 기획적 개발 과정에서 이미 서울로 모든 인구과 기능이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이론적으로 지방에 서울에 상응하는 투자와 인프라와 기능 등이 완비되어야만 구조적 차원에서 소위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는 건 어렵다. 이를 점진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행정상/경제상 비효율성이나 개인에의 비합리적 선택의 사실상 강제가 될 가능성도 많은데 그것을 감수해 가면서 까지 결과도 불투명하거나 보수적으로 보면 실현이 어려운 균형발전을 문제의식과 이상론만 가지고 밀어붙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지방에 있는 국민들을 버릴 수는 없으니 인프라 개선이나 지역경제의 자생력 확보 등은 필요하다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나는 일본의 지방창생과 같은 정책(국가기능 이전 등 대규모 국토 공간 재편은 없고, 중앙에서 큰 틀에서 기획/조정/지원하고 지방에서 자체적으로 지역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과 실천 등을 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만 굳이 큰 기대를 하지 말자(정책목표를 완화하자/낮추자)는 정도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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