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수호를 위한 위헌입법?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본질과 문제

by 남재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원내대표)이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문제는 위헌이 아니라 내란처벌을 하기 싫은 것>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쟁의 뿌리는 사법부에 있습니다.

지귀연 판사의 ‘MC 놀이’를 지켜봐야만 하냐는 국민적 분노가 있습니다.

국민의힘도 윤어게인으로 윤석열 몸빵조만 하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합시다.

문제는 위헌이 아니라 내란처벌을 하기 싫은 것입니다.

무너뜨려야만 합니다.]


매우 부적절한 글이다. 심판도 원칙을 지키면서 하는 것이지, 심판을 위해 원칙을 깨뜨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구체적 검토를 해 봐야 더 알 수 있겠지만, 내가 해당 법안을 살펴본 바로는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내란전담재판부법안은 극도로 부적절한 것을 넘어서, 헌법수호를 명분으로 위헌입법을 하겠다는 것이다. 죄가 확정된 것이 아닌데도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 등을 연장하고 사법부를 못 믿겠다며 전담재판부까지 두겠다는 건 법치주의의 위기가 된다. 이 법안이 가결되면 법원은 가능한 한 빠르게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해야 한다.


이 법안에서 제일 문제되는 점은 법원 내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두면서, 그 구성을 위한 추천위원회를 두고 헌재 사무처장 추천 3인ㆍ법무부장관 추천 3인ㆍ각급 법원 판사회의 추천 3인 총 9인으로 하여금 구성토록 한다는 것이다. 법원조직법 등은 국회에서 법원의 조직 편제에 관하여 일반적 차원에서 입법이 불가피하므로 법원과 협의하여 입법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결국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에 관하여 사실상 정부가 영향을 끼치겠다는 것이다. 설령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위원이 3인일지라도 추천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왜 추천을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고 각급 법원 판사회의는 판사들을 끼워넣지 않으면 안 되는데 대법원장이 싫으니 넣은 것처럼 보인다.


사법부의 독립은 재판 및 법원의 조직ㆍ인사에 있어 입법ㆍ행정을 비롯한 모든 영향을 차단함이 중요하다. 개별 판사들에 대한 평가를 사법부 일반으로 확대하는 것도 부적절하고, 과거의 과오들을 현재에 재소환해 법원 자체를 공격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중요한 건 현재 법원의 자성ㆍ시정 노력이다. 법원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으나 사법부 독립의 침해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번의 공무원 휴대폰ㆍ메신저 등 검사 후에 이번에는 사법부이다. 이런 식이라면 그냥 민주당식 정의의 입맛에 맞는 관료ㆍ판사들만 있어야 한다.


국민의 대표라는 건 그 자체로 절대적 우위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의 대표가 국민ㆍ헌법에 침해되는 입법을 하면 그거야말로 심각한 문제이다. 그래서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 같은 제도를 두는거고. 더구나 피고인의 구속기간을 6개월로 하면서 심급마다 3개월씩 2차에 한하여 갱신하도록 하였는데, 본래 형사소송법 제92조상으로 구속기간은 2개월 단위이다. 설령 죄의 소명이 어느정도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확정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신체의 자유 등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는 규정이다.


게다가 피고인들이 재판의 전제가 된 법률 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더라도 재판부가 기각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러면 결국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테지만, 그렇게 될 때까지 법원이 방치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으므로 만약 해당 법안이 가결되면 법원은 권한쟁의심판청구부터 해야 한다. 또 유죄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내란ㆍ외환죄를 적용해 공소제기한 피고인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불리한 규정들이 많으니 결국 이것들은 헌법소원심판으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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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세계에는 오직 반(反)만 있다. 언론(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관료, 판사, 야당(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전부 민주당의 타깃이 되어 왔다. 나라 자체를 기득권(악)과 저항자(선)의 싸움의 장처럼 생각하는 것이 민주당식 세계관의 특징이다.


본인들이 현재 제일 큰 기득권이라는 점은 둘째치고, 문제는 그러면 그 많은 주체들을 전부 '청산'하고 난 뒤는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갑자기 민주당이 보기에 '객관적이고 선한' 사람들로 채워지는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밝힌 '차기 총선에서 50석 확보' 발언은 어느 정도 구상(?)을 보여준다. 국민의힘을 현재 의석에서 1/2 가량 줄이고, 그 의석을 조국혁신당이 가져간다고 하면 범여권 의석이 250~260석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실상 야당이라는 것이 거의 무의미한 나라로 전락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등 범여권이 남은 야당들에 대해 관용을 보이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조국혁신당이 이번에 내란전담재판부 법안과 관련하여 위헌성이 있는 요소를 수정해서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법조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실상 개별/특정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법원 내에 다른 주체의 영향력이 반영되도록 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이다. 일반적 차원에서의 법원조직 개편이나 특종의 사건(e.g. 노동, 특허)전문법원 같은 것을 신설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내란전담재판부 같은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사법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확증편향에 가까운 발상이다. 왜냐하면 어떤 사실관계를 어떻게 볼 지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인데, 해당 법안은 이미 사실상 결과를 정해 놓고 법원으로 하여금 그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형사법 체계는 이러한 식의 사건 처리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고권적 특성을 지니는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대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며, 무엇보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죄의 여부와 유죄인 경우 죄과에 대한 형벌의 비례성 등을 타당하게 결정하도록 한다는 원리 등을 바탕으로 설계되었다. 더구나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보다 연장한(그것이 내란죄/외환죄의 피고인에게 적용한다 하더라도) 규정이나 감형 등이 제한되도록 한 규정은 기본권 침해 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민주당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혁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하고 있는 구상들은 자기들의 세계관에서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개혁이 아니라 현재의 체계를 근본적 수준에서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발언한 민주당 의원들의 2/3가 의원총회에서 이 법안에 대해 수정하거나 아니면 근본적으로 가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추정컨대 그 사람들은 '취지는 이해하지만..'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수정도 말이 안 되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입법취지의 정당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없다. 아무리 내란죄 등에 속할 가능성이 매우 큰 헌정 차원의 사건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 등 법질서를 준수하고 자제해야 안정과 심판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


입법과 행정이 자꾸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언명을 한다는 것은 여론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고 그게 사법부 독립 침해가 된다. 더구나 제3자적 관점에서 그것은 정적들에 대한 우위에서의 탄압 의도로 읽힐 가능성도 높다. (지금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고, 또 집권도 해서 정부도 장악했으니.)


에드먼드 버크는『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에서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걱정 때문에 경멸받는 것이,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안일함으로 망하는 것보다 낫다. (Better to be despised for too anxious apprehensions, than ruined by too confident a security.)'라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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