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국민참여경선제보다 더 중요한 것

한국정치가 변하려면, 정치문화가 변화해야

by 남재준

내가 종래에 가져온 분석과 견해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가 틀렸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국민에게 호감을 얻는 정치인이 당대표 등이 되느냐의 문제는 국민여론조사 반영 비율보다 정당의 인재풀과 역학 관계, 정치문화 등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해, 국민이 정당 내부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보다 정당이 국민에게 얼마나 넓고 타당한 인재풀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선 사실 분석을 해 보자. 민주당의 경우, 당대표 경선에서 국민여론 반영 비율은 친명이 주류화되면서 권리당원 비율과 함께 증가했다. 민주당이 일극 체제가 된 것은 국민여론조사 반영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최소한 일정 부분은 국민여론조사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일극 체제의 근본적 원인은 다른 데에서 찾아야 한다.


내 가설로는, 2022년부터 실질적으로는 이재명 이외에는 대안이 없어졌고 국민여론조사는 단지 추인하는 정도의 기능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약간 억울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재명 밖에 대안이 남지 않게 된 것은 종래의 주요 주자들이었던 안희정, 박원순, 김경수가 전부 날아갔기 때문이다. 정계에 남기라도 한 주자는 이낙연 정도 밖에 없었으나, 이낙연은 당대표 재임기 동안 신망을 크게 잃었다. 나아가 이낙연은 2022년 대선 이후 당에 남아 비주류 수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미국으로 가 버렸다. 그러니 실질적으로는 이재명만 남게 되고 또한 대여 투쟁을 위한 화력 집중이라는 명분 아래로 더욱더 이재명 일극 체제로 나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 외부 시각에서 보자면, 주자 몇이 없어지니 경쟁 생태계가 바로 사라졌다는 것은, 그만큼 당내 역학 내지 경쟁 구도 등이 역동적이라기보다 연줄과 보스/주자들이 과점하는 문화가 상당했을 것을 시사한다. 2021년 당대표 경선 때에는 돈봉투 사건도 있었고..


국민의힘은 이전부터 대의원과 당원을 구분해 비율에 포함하지 않았다. 즉 원칙적으로는 대의원 가중치 블록이라는 것이 따로 없어 보인다. 엄밀히 말해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선거인단’인데, 이 안에 대의원-책임(민주당에선 권리)당원-일반당원이 모두 포함된다. 적어도 민주당처럼 대의원이 권리당원에 비해 표의 가중치를 받는 것이 제도화되어 있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결정적으로 민주당은 대의원 가중치를 따로 두고 국민의힘은 그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국민여론 반영 비율이 적은 것은 왜일까? 일단 대의원 부분은 민주당계 정당은 계파 연합 정당의 성격이 강해 계파 간 안배가 필요했고, 보수정당은 일찍부터 당비 납부 당원 중심이 되어 왔다.


여기에 대한 그리고 국민여론조사 반영 비율 차이에 대한 나의 추정은 다음과 같다. 본래 보수정당이 주류였을 때에는 상대적으로 보수정당이 당원 확보가 용이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정당은 대통령/총재 중심으로 강하게 단결하는 조직 스타일어어서 계파 간 안배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는 덜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니 당원 중심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본래 우리나라 보수 패러다임은 본질적으로 국민여론을 상대적으로 덜 반영해도 크게 문제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당계는 본래 호남계+86세대+꼬마민주계(영남민주) 소수 등이 연합한 비주류 정당이었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당세 자체도 보수정당에 밀렸다. 그러니 여러 정파 간 균형/조절과 더불어, 불리한 구도 속에 보수정당을 상대하려면 상위 차원에서 승리를 위한 당력의 집중과 체계화가 필요했을 것 같다. 그러니 대의원에게 독립적 가중치를 부여한 것이다. 다만 동시에 민주당은 전국정당,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 또 참여민주주의를 강조하게 되었으므로 국민여론조사를 반영해 정당성을 제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양당의 구도적 스탠스가 뒤집히면서 미묘한 상황이 되었다.


현재 민주당은 당원/대의원/일반국민 등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이미 세력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모두 강고한 친명 아래 하위호환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원투표 비중을 증가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친청(정청래계)’ 형성에 관한 설왕설래가 있지만, 정청래는 친명과 충돌한다기보다 친명의 하위에서 자기 이니셔티브를 확대하려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 정권 초반에 지지율에 큰 이상이 없는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는 것도 이상하다. 다만 그러한 이니셔티브 확대에 대해 필연적으로 친명 내에서 다시 막으려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 이제는 오히려 과거의 보수정당과 비슷한 입장이 되었다.


하지만 과거 주류 보수정당과 현재의 민주당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보수정당은 자기의 권력을 군사정변, 경제발전, 사회 재편 등으로 공고화/구조화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주류로 올라선 데 반사이익이 크게 작용했다. 또 20세기 중후반과 달리 국민들은 이제 다양하고 유동적이며 자발적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보면 민주당의 주류 기반은 매우 가변적이다. 민주당 주류화 이후 2022년 지선 참패를 보면 민주당의 주류 지위가 안정화/공고화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또다시 탄핵을 당한 후 무주공산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전체적으로 당원들만 가지고 민심을 대표하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물론 양당의 당원 수는 수백만 명으로 비등하긴 하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제 국민의힘은 예전의 민주당처럼 상이한 정파 연합체처럼 되었다. 더구나 탄핵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하려면 국민여론 확대가 상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과거 민주당계보다 내부에서 친윤과 비윤의 온도차가 극심하게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그 가운데에서 균형을 찾기가 힘들고 중간파라는 것이 적정하게 있기가 힘든 부분이 크다.


결국 거대양당이 현재 지니고 있는 경선 룰은 양당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의 위상과 전략 등에 따라 형성되었으면서, 동시에 최근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서로의 스탠스가 변동하면서 새로운 분기점을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양당이 경선 룰을 어떻게 바꾸느냐 그 자체가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양당이 제공할 수 있는 후보 즉 정치인들의 인재풀이다. 사실 이건 결국 정당의 본질적 존재 의의로 돌아오는 것이다. 정당의 존재 의의 중 대표적인 것은 정치적 충원이 있다. 국민이 선호하는 리더십의 풀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격화되는 대립 구도 속에 그 풀은 각 당에서 좁아지고 있고, 정치문화가 퇴행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결국 한국정치의 근본적 변화는 단순히 경선 룰을 바꾸는 것보다는 근본적으로 정치문화가 전환되는 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참고)

1.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반영 비율 (2016~2025)

2016 : 대의원 45 + 권리당원 30 + 일반당원 10 + 국민 15 (추미애)

2018 : 대의원 45 + 권리당원 40 + 일반당원 5 + 국민 10 (이해찬)

2020 : 대의원 45 + 권리당원 40 + 일반당원 5 + 국민 10 (이낙연)

2021 : 대의원 45 + 권리당원 40 + 일반당원 5 + 국민 10 (송영길)

2022 : 대의원 30 + 권리당원 40 + 일반당원 5 + 국민 25 (이재명)

2024 : 대의원 14 + 권리당원 56 + 국민 30 (이재명)

2025 : 대의원 15 + 권리당원 55 + 국민 30 (정청래)

2. 자유한국당~국민의힘 대표 경선 반영 비율 (2017~2025)

2017 : 당원 70 + 국민 30 (홍준표)

2019 : 당원 70 + 국민 30 (황교안)

2021 : 당원 70 + 국민 30 (이준석)

2023 : 당원 100 (김기현)

2024 : 당원 80 + 국민 20 (한동훈)

2025 : 당원 80 + 국민 20 (장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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