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사회학에 관한 상념

Sociology of Generations

by 남재준

나는 세대사회학에 관심이 많다.


아쉽게도 사회학과에서조차 세대사회학을 과목으로 개설하는 대학은 서울 주요 대학을 본위로 하면 서강대 정도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세대라고 하면 86세대와 MZ세대가 대표적으로 이 개념을 사회적 관심의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회집단일 것이다.


2019년 조국 사태 등으로 ‘86세대 책임론’이 재소환되었는데, 세대 본위로 정치와 사회를 이해한다는 것의 타당성에 관한 논쟁이 있었다.


모든 세대는 영유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청년세대에서 시작해 기성세대가 되고 노년세대로 퇴장한다.

그 과정에서 통상 어느 분야에서건 중견급이나 간부급 등이 되는 50대나 60대의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특정한 세대가 권력을 독점한다느니 하지만 그건 세대를 기준으로만 보면 그냥 시간의 문제이다.

세대는 시간적 개념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영속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세대를 본위로 정치적 이해를 다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세대를 정치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예컨대 86세대는 60년대생 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모든 세대에는 상층, 중층, 하층이 있기 마련이다.


민주화 세대와 산업화 세대의 대립은 세대가 문제였다기보다는 시대적 대의와 역사적 과제를 무엇으로 하느냐의 문제가 본질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세대에 대한 관심은 정치와 유관하긴 하지만 정치적 차원으로 본격적으로 넘어가지는 않고, 어디까지나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세대의 유의미 여부와 각 세대의 특징 및 세대 간 상호작용 등에 있다.


조금 더 감성적인 차원으로 들어가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전후 20세기 동안 10년 단위로 시대를 나누어 이해했던 것과 달리 21세기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000년 이후의 시간을 뭉뚱그리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코호트(Cohort)가 세대사회학적 맥락에서 성인이 될 즈음에 공통적으로 겪은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유사한 감성이나 바이브나 인식이나 가치관 등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본다면, 밀레니얼(M)세대와 Z세대는 그런 게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대 구분은 윗세대가 볼 때 느껴진 특성들을 가지고 표현한 것일 뿐, 객관적으로 볼 때 약간 타당성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스마트폰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를 구분하는 것과 예컨대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시대를 겪은 것을 동일선상에 두는 것은 그다지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하나의 매(개)체이지 민주화운동처럼 역사적 사건으로서 청년기에 이 일을 겪은 이들의 세계관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MZ 세대의 특징이라는 건, 내가 느끼기에는 그냥 특징이 없다는 것 다시 말해 각자의 다양화가 말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경향 같은 것은 있겠지만 그건 엄밀히 말해 세대와는 약간 구분되는 것 같다.


X세대는 젊은 시절에 굉장히 특이한 개성을 가지고 미지수(X) 같다는 기성세대의 인식에서 비롯된 개념인데 그 특이함은 그들에게서 관찰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세대 개념에서 볼 때는 그렇게 된 원인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70년대생이 청년기였을 때에는 민주화 이후 IMF의 여파가 닥치기 전까지 마지막 성장기였고 사회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었으며 문민정부가 수립되는 등 상대적으로 개방의 폭이 컸던 시대였다는 점이 그러할 것 같다.


스마트폰은 매체로서 사람들이 이전보다도(물론 이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는 있었다) 편리하고 활발하게 익명으로 자유롭게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SNS를 통해 온라인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서 최근에는 AI 서비스의 활성화와 인플루언서들의 등장이나 쇼츠 등 보다 고차원적으로 온라인 세계를 넓혀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들은 전혀 공통적이지 않다.

마치 제조업이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넘어가듯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문법과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 등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또한 이전보다는 상대적으로 개인이 지던 짐을 훨씬 가볍게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점이 굳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MZ 세대는 정치적으로도 포괄적/거시적 이념보다 미시적/단일쟁점 차원의 이념의 특색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나는 거시적 차원의 시간에 민감했던 편이었다.

고등학교 때 이 동급생들이 30년쯤 뒤에는 다들 어떻게 되어 있을까를 궁금해했었다.


계속 학생으로만 느껴지던 동생이 성인이 되고, 늘 40대로만 느껴졌던 부모님이 50대를 넘어 60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MZ 세대의 부모 세대의 경우, 청년세대로서 주목받았던 86세대와 X세대가 이제 5060의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의식적으로 생각하면 묘한 느낌이 드는 게 있다.


지금은 MZ 세대가 특이한 젊은 세대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특이하다던 X세대처럼 언젠가는 이 세대도 기성세대가 될 것이고 86세대는 노년세대가 될 것이다.


그때쯤 MZ 세대는 어떤 기성세대가 될 것이며 또 자신의 아랫세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관계를 맺게 될 것인가?


시간의 흐름은 그냥 일상을 살아갈 때는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1년 그런 식으로 서서히 쌓여가지만 1년만 지나도 벌써 올해가 끝나느냐 하고 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


더 거시적으로 보면, 언젠가 먼 훗날 내 인생도 현재 시점에서 먼 과거에 살았던 누군가의 그것처럼 먼 옛날의 작은 점으로 남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청년이 되고 중장년이 되고 노년이 되고 다시 그 아랫세대가 또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서로 다른 세대가 공존하며 부모-자식, 상관-하관 등의 형태로 수많은 상호작용을 한다.


세대사회학의 관점에서 보는 사회는 대강 이렇다.


3인칭에서 보면 그러한 거대한 시간의 흐름과 주기의 반복 속에 1인칭의 인간은 자기의 관점에서 복잡한 서사를 살아간다.


세대 간 오해와 갈등이 미묘하게 많아졌는데, 실제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그게 얼마나 체감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시간은 흐르고 만사는 변한다는 것이며, 그러한 맥락에서 모든 차원에서의 세대가 서로에 대해 소통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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