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개혁자문위원회의 체계ㆍ자구 검토 기능의 이전 제안에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체계ㆍ자구심사의 양태를 보면, 그저께 법사위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다수파에 의한 체계ㆍ자구심사권 남용의 사례에 해당한다.
민주당ㆍ조국당의 다수 연합이 체계ㆍ자구심사권을 남용하여 그 실질적 기능을 무력화한 결과이지 체계ㆍ자구심사제도 자체가 그러한 결과를 예정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우선 전체적으로 보면 허위정보유통금지라는 명분으로 위헌적 소지가 큰 입법을 하고 있는 것이 맞고, 그것을 법사위 체계ㆍ자구심사에서 걸러내 원천적으로 주저앉혔어야 한다.
그 지점에서 언론 등과 민주당이 충돌하고 있는데, 언론 측 주장이 타당하다.
압도적 다수인 민주당은 어떤 식으로건 그 입법을 관철시키기를 원했기 때문에 체계ㆍ자구심사를 무력화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과방위에서 통과된 안은 그나마 초과주관적(물론 형사 규정이 아니고 징벌적 손해배상이지만 간단히 표현하자면.) 요건을 추가하여 명확성을 제고하고 증명을 까다롭게 만든 것이므로 법사위에서 통과된 수정안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것이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이어서 전선이 원천적 철회 내지 폐기인가 아닌가가 되지 못하고 규정을 세밀화하여 규제 범위를 좁히는 방향의 결론으로 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법사위에서 오히려 위헌성이 커졌다는 것은 민주당이 체계ㆍ자구심사를 남용ㆍ무력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이 퇴장하고 민주당ㆍ조국당이 일방적으로 표결 처리했음을 보아도 그렇다.
정치 논리가 개입된 결과로 체계ㆍ자구심사제도의 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셈이다.
내 생각에는 체계ㆍ자구심사제도를 존치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선, 모든 정책은 법률로 번역된다.
입법 시에 해당 법안의 다른 법령과의 관계(체계)ㆍ문언상 해석의 문제(자구) 등을 검토해서 사법적 차원에서 부실입법이 아닌지를 사전에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이미 피해가 난 후에 지난한 사법 절차를 거쳐서 구제를 받거나 아니면 정책 입법의 경우 구제가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입법영향평가는 주로 사회적ㆍ경제적 정책효과의 차원에서의 평가제도라고 생각된다.
또 이 제도는 사전평가인 경우 구속력이 없을 수 있고 구속력이 있다 하더라도 입법의 비효율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기본적 기능도 이러한 차원(정책효과 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법제사법팀이 있는 것은 안다)
국회사무처 법제실ㆍ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ㆍ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기본적으로 입법을 '지원'하는 기능을 하지 '심사'하는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들의 입법은 이들에 의해 제약을 받지 않는다.
또 그들은 국민의 대표도 아니다.
국민의 대표가 직접 체계ㆍ자구심사를 한다는 점은 법규범적 차원에서도 의의를 지닌다.
입법 시에 이 기관들의 검토를 필수로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 검토를 필수로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본다.)
또한 법률은 실질적인 정치적 지도 규범으로서의 헌법에 구속을 받는다.
따라서 입법이 위헌성이 없는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차피 정책 판단에 이르는지 아닌지의 경계는 주체가 누구건 체계ㆍ자구 검토 행위 자체에 있어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ㆍ법원처럼 사법적 관점에서 체계ㆍ자구심사를 한다면 원칙적으로는 법사위가 포괄적ㆍ실질적 정책심사를 하는 일이 없게 된다.
진정한 문제는 이 권한에 대한 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를 남용한다는 점에 있었다.
최근에는 체계ㆍ자구심사의 기간 제한과 60일 경과 시 본회의 부의 요청 절차 등 체계ㆍ자구심사제도의 정치적 남용으로 인한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이 이루어졌다.
이를 더 강화하여 기한 도과 시 자동 본회의 부의가 되도록 하는 등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심사와 지원은 다르고, 체계ㆍ자구심사제도는 기능도 있겠으나 규범적 차원의 취지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법제지원 기능이 법제심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견지에서 체계ㆍ자구심사제도를 국회입법조사처 등의 입법지원 기능으로 대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체계ㆍ자구심사는 제도 자체의 의의ㆍ명분은 있는데 그것을 실제로 운용하는 사람과 문화의 문제 때문에 병목을 유발하게 된 것에 가깝다.
따라서 정치문화의 일신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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