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적 시민, 열린 사회

by 남재준

양식이 있는 시민이라면,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설령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렇기에 더 엄격해져야 한다. 정적 진영 제거는 우리 삶의 근본적 전환보다 우선할 수 없다.

민주시민의 진정한 역량은 좌초되고 굽이치고 역경이 닥치더라도 인내하고 공동체가 한 걸음씩이라도 뚜벅뚜벅 걸어나가도록 치열하게 토론하고 숙의하며 성찰하는 데에 있다. 강이 돌고 돌아 바다로 가듯이, 당장은 실패해도 결국에는 성공하는 길로 가야 하고 그 길은 원칙과 성찰로 이루어져 있다. 당장 성공해도 멀리 보아 근본적으로 자기모순에 맞닥뜨리거나 전체가 좌초된다면 그것이 옳아도 무의미하다.

민주당은 이미 정부ㆍ국회를 장악했고, 민주당 내외로 친명을 견제할 세력이 전무하다. 진보 언론이나 진보 정당은 여전히 보수 세력에 대한 공격에 집착하면서 독자성을 잃거나, 아니면 친윤에 경도된 보수층이 아닌 중도층에 호소력도 없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존재감이 옅다. 심지어 미디어 환경조차 서로 되먹이는 컬트 집단 같이 당원과 열성 지지자들과 뉴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뭉쳐 있다.

자기들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이 없고, 지지하는 정치인의 행보를 무조건 지지하고 보며, 반대하는듯한 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킨다. 정작 포스트 윤석열 시대에 진정으로 만들어나가거나 고쳐야 하며 더는 늦출 수 없는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의 청사진에는 관심이 없다. 그럴 역량 자체가 처음부터 없어 보인다. 윤석열을 치우는 것은 음(-)수였던 것을 되돌리는 일일 뿐인데 이미 다 끝난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자느니 하는 말들이 나왔다. 정작 시민의 목소리가 정말 필요한 삶의 구조와 환경의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버리고 숙의와 참여는 동원과 감정으로 대체되었다. 명목상 만인사제주의이지만 실제로는 가부장적으로 지배되는 종교와 같다.

그러는 동안에 민주주의는 알게 모르게 더 위험하게 침식되고 있고,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의 위기라는 특이점은 더 빠르게 다가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고 생산적이어야 할 정치사회적 담론장은 물고 물리는 스캔들ㆍ약점 싸움과 미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보수건 진보건 중도건 성찰적 시민, 열린 사회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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