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도개혁연합(中道改革連合)을 보며 드는 걱정

by 남재준

나는 중도주의자이지만, 일본의 중도개혁연합에 대해 다소 비관적이다. 이전에 이재명이나 키어 스타머가 '중도'를 자처했을 때 내가 언급했고 안철수가 정치적 성공을 이루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도 거론된 바인데, '중도'란 다른 이념과 달리 그 자체로 완결된 이념이 아니다. 따라서 정확히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창조적 정의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무색무취한 것이 되는데 이런 건 정치의 독자적 존재 의의에 비추어 문제가 된다.


공명당이 자공연립을 파기한 작년 10월로부터 대강 4개월 정도가 흘렀는데, 그간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원내 협력과 물밑 합당 교섭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양당 지지층 그리고 더 넓은 국민들에게 '입헌+공명의 대의는 이것이고, 이에 따라 이러한 국정 비전과 정책을 추진하고 싶다.'라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었다. 다카이치 사나에는 본인의 카리스마와 사나에노믹스 + 안보 현실주의라는 아주 뚜렷한 국정 비전이 있다. 그런데 중도개혁연합은?


신당 논의를 듣자마자 들었던 의구심이, 과연 입헌민주당과 공명당 소속 중의원 의원들이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여부였다. 물론 공명당도 평화주의와 호헌의 대의를 지니고, 배제의 논리도 없으므로 입헌민주당 리버럴계에서도 근본적으로 저항할 것까지는 아닐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결국엔 '뜻이 같은' 자들만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다.


본래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다. 요즘엔 좀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의 정치에는 서사나 감성이 없어도 너무 없고 밋밋하다. 정치인이라기 보다 행정가 같은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이낙연과도 비슷하고. 하토야마 유키오의 '우애'나 간 나오토의 '불행최소사회' 같은 신념이 잘 안 보인다.


(사실 총리 재임기의 행보를 보면, 노다는 강력한 목표 의식과 책임감이 있는 정치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그런 것만 보고 투표를 하진 않으니까.)


거기다 제일 문제는, 노다는 아예 보수 성향까지 자처하는데 그 자체는 문제 삼을 게 아니지만 민주당계 정치인이 보수를 자처하는 경우 자민당과 뭐가 다르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질문에 대해 이전에 노다는 자신이 야당에 있는 이유를 '자민당 외에도 유력 정당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건 문제가 있다.


노다가 자민당과의 연정 여부에 대해 선을 그은 취지와 같이, 서로 다른 정당들은 '서로 다른' 민의를 대표할 때에만 각자의 존재 의의가 있다. 그냥 보수 성향으로 자민당과 겹치는 정도의 경우는 이미 90년대에 시도했었고 그게 바로 오자와 이치로의 신진당이었다. 하지만 대실패였다.


정치에서 중도화가 꼭 성공을 장담하지는 않는다. 2017년 민진당이 정치적으로 파산 선고를 받고 일시적으로 고이케 유리코의 희망의 당으로 세가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그녀의 '배제의 논리'가 오히려 '호헌이라는 리버럴적 대의의 정치적 소멸을 막아야 한다'라는 대의와 서사로 이어져 역효과를 냈고 뚜렷한 좌파 리버럴 + 호헌 성향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을 결집했다. 그 결과로 구 입헌민주당이 성공했다.


중도개혁연합은 '결의'의 정치를 보였던 2017년의 구 입헌민주당 보다는 그냥 '반대'만을 위한 정치를 했던 1994년의 신진당과 미묘하게 겹쳐 보인다. 중도는 어떤 중도인가가 중요한데, 이 중도는 성공하기 힘들어 보인다. 다만 종래에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추구해 온 사람 중심의 포용적 정치나 평화주의 등은 다카이치 사나에의 리더십, 자민-유신 연정, 참정당의 부상 등으로 다시 우경화 경향이 짙어지는 일본 정계에서 고수되어야만 하는 가치들이다. 그러니 이 연합이 가능하면 최소한 자민당의 과반을 최대한 저지하는 목표라도 달성에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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