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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남주 Sep 02. 2021

딸래미는 이런 엄마를 원한다

    

WK리그 경기에서  딸래미는 골을 막으려고 뛰어나가다가 상대팀 공격수와 부딪히면서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한 발 빠르게 공을 잡는 순간이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상대팀 공격수가 공을 차려던 것이 공을 잡는 딸래미의 정강이를 차는 불상사였다. 쓰러진 딸래미는 경기 도중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갔다. 현장에서 통증이 극심해 울기까지 하고 피멍이 들어 걱정이 될 정도였다. 병원치료를 받고 ‘많이 걷지 말라’는 의사 샘의 소견이 나와서 ‘이만하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지 못할 것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다. 이럴 때는 딸래미와 카톡에서 페이스톡으로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한다. 사람들과 통화를 오래하지 못하는 성향의 나를 전화기를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 딸래미에게 우리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이 뭔지 나열해 보라고 했다. 

   

아래의 글은 딸래미가 읆어 준 것을 그대로 실어본다.      


다 큰 딸래미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으로 첫 번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뭐든 다 해주는 편이었다고 한다. 부상으로 치료받으러 간 병원이 청담동이었단다. 마침 닥터 샘이랑 강남을 지나가는데 SM타운을 지나면서 생각난 게 있다면서 추억을 꺼냈단다. 음악을 좋아해서 가수가 되고 싶었던 초등시절 엄마랑 SM을 비롯해 JYP등에 오디션 보러 다닌 얘기며, 중학교 시절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드림콘서트가 열렸었다. 막무가내로 가고 싶다고 투정 부려서 엄마랑 갔다 온 얘기였다. 콘서트 티켓도 없이 가서 밖에서 서성이며 안에서 들리는 환호 소리에 함께 열광하다 돌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엄마도 쉽게 해주지 못하는 것을 엄마는 다 해주더라는 것이다. 하고 싶은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니 해 줬을 뿐이라고 화답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해 준건 없지만 아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물질로써 만족시켜주면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아이들은 꼭 물질적인 것만 아니라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신호를 수도 없이 보내는데 말이다. "어렸을 때 백 날 사줘봐라! 물질적인 것은 기억이 안나." 라고 딸래미가 말해주었다. 

   

두 번째는 엄마가 친구 역할을 톡톡히 해주기 때문에 사이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보통 사춘기가 되면 친구가 의지처가 되는 데 딸래미는 엄마가 친구처럼 소통이 잘되기에 또 다른 의지처였다고 한다. 의지처가 되는 조건으로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외로움이나 쉽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 같은 것을 스스럼없이 꺼내 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엄마는 다 들어주더라는  것이다. 보통의 엄마들은 속에 있는 고민을 이야기 하면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하면서 시덥잖게 여기는가 하면 ‘이래라 저래라’하면서 간섭하는 뉘앙스가 많아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단다. 그런데 엄마는 충분히 들어준단다. ‘그랬구나’하면서 맞장구도 쳐주고 호응을 해 주니 속이 후련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남친과 헤어질 때 스트레스 받아서 투덜댈 때 웃으면서 들어주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까지 제시해주더란다. 쿨하게 헤어지는 방법을 배운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잘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사이좋은 모녀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니 기분이 좋다.     


세 번째는 뭐니뭐니해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일이 없었단다. 주위에 함께 자라는 또래가 많은 편이었다. 특히 공부 면에서는 전교 일등으로 입학하는 또래들도 있었고, 서울대를 비롯해 이화여대를 쉽게 진학하는 

천재급 친척언니들과 지방에서 in서울하는 주위지인들의 자녀들이 있었음에도 전혀 비교하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응원해줘서 행복하단다. 통화를 하다 지난 번 경기에 선방을 잘한 다른 팀 골키퍼를 폭풍 칭찬을 했더니 “왜 이러십니까?” 한다. 최강팀을 만난 똑 같은 상황인데 현재 3위를 달리는 팀의 골키퍼인 딸래미는 7골도 먹고 5골도 먹는 수모를 당했는데 최하위 팀 골키퍼인 그 선수는 한 골밖에 안 먹더라는 설명을 했다. “ 여보셔요 어머니~ 그 팀은 팀 전부가 골을 안 먹으려고 수비에만 가담을 하는 전략으로 나갔고, 우리 팀은 수비도 하고 공격도 하는 전략으로 나갔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요.” “아 그런 거였어?” “어머 역시 딸래미 팀 감독님은 골키퍼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멀리 내다 본 경기를 하셨구나~! 미안 미안!!!!" 그런데 다른 선수 선방 잘한 것을 칭찬했을 뿐인데 왜 그리 흥분 하냐고 물었더니 돌아 온 대답이 걸작이다. “평소에 누구랑 비교 당하는 일이 없었는데 지금 딱 한번!!! 비교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어” 라는 것이다. 엄마를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센스는 딸래미의 재능이다.   

  

많은 엄마들이 사춘기가 지나면 딸과 싸우는 관계로 발전한다고들 한다. 딸래미와 함께 축구하는 동료가 엄마랑 한바탕 싸운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 축구하기 싫다는 사소한 말 끝에 "지금껏 축구밖에 안했으면서 뭘 먹고 살거냐" 는 훈수를 듣고 흥분했다는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먹고 사는 것보다 딸 편이 되어주는 엄마의 응원에 힘을 얻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딸과 함께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엄마들에게 딸의 관점에서 서술한 이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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