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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남주 Jul 11. 2021

짜릿한 순간을 선물 받은 경기

축구에서 제일 짜릿한 순간은 골이 들어 갈 때와 골을 막을 때라고 생각한다.

넣어야 하는 자와 막아야하는 자의 한 판 승부가 묘한 쾌감을 준다.

그 중에서도 PK는 더더욱 그렇다. 멈춘 상태에서 1:1로 골이 들어갈 지 막을 지 결정되는 순간이다. 또 하나는 경기종료 직전에 들어가는 버저비터 골이다. 딸래미는 이번에 처음으로 주전 경험을 한 리그경기에서 두 가지를 다 경험한 시간이었다.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는데 두 가지의 짜릿한 순간을 선물 받은 최고의 경기가 아닐 수 없었다.     

 

먼저 PK상황이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보고 있자니 상대팀은 지난 경기에 진 설욕을 만회 할 태세로 몰아 부쳤다. 계속 밀리는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16분쯤 되었을 때 상대팀 공격수가 치고 들어오는 데 수비수가 볼을 뺏으려다 손에 공이 닿아 심판이 가차 없이 휘슬을 불고 PK상황이 되어버렸다. 축구에서는 절대로 내어주지 말아야하는 상황이다. 핸들링이라고 부르면서 패널티킥(P.K) 이라고 통한다. 이럴 때 멘붕이 오는 것이다. 공을 차는 키커 빼고는 아무도 박스 안에 들어 올 수 없다. 오직 골키퍼와 필드선수의 1:1의 싸움이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순간이다.   

   

이 때의 심정을 골키퍼인 딸래미의 말을 빌리자면 사실 ‘심리싸움’이라고 한다. ‘어디로 찰까?’ 이거부터 먼저 생각한다고 한다. 오직 막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 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일 것이다. 선수 생활을 처음 할 때는 많이 흔들렸다고 한다. 생각이 많아서 오른쪽으로 찰 거라고 믿으면서도 ‘아니야 이 선수는 경험이 많으니까 왼쪽으로 꺽어 찰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많이 흔들렸다고 했다. 한 쪽 방향을 선택해도 자신이 처음 생각한 걸 항상 선택하지 않고 다음 생각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면 항상 틀려서 골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경험을 통해서 지금은 첫 선택, 첫 생각을 믿고 그냥 뛴다고 했다. 우리가 시험 칠 때 긴가 민가 할 때는 무조건 ‘처음 생각을 믿어라’는 것과 통하는 순간이다. 심리적으로는 어디로 찰까? 생각을 하지만 전보다는 생각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1:1 상황에서 딸래미는 막아야하고, 상대팀 공격수는 넣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모두가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상대팀 공격수는 국가대표에도 자주 합류하는 노련미가 있는 선수이기에 딸래미의 순간 긴장도는 엄청 컸을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는 그 첫 생각에 적중을 했고 선방을 할 수 있었다. 상대팀 선수는 날렸고, 딸래미는 순간 날아 올라 펀칭으로 공을 막았다. 팀 동료들이 환호 하는 순간이였다. 생중계로 보고 있으니 얼마나 긴장할 것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이렇게 찰나의 순간을 막아야 하는 것이니 보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짜릿할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다.    

  

 감독님은 매번 골키퍼에게 발을 먼저 떼지 말고 응시하라는 특명을 하지만 골을 막아야하는 입장에서는 번번히 실패한다. 왜냐하면 공보다 빨라야 하는 조급함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그 말이 실행되기까지는 한끝차이로 들리지 않는다. 못 막으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평정심을 잃는 순간이다. 순간의 판단과 실행력이 합치되어도 선방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골문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PK는 막는 선수도 차는 선수도 모두 무서워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결정적인 한방이 오롯이 자신에게 달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막지 못했다고, 골을 넣지 못했다고 자책을 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골키퍼 입장에서는 차는 선수가 유리하기 때문에 ‘무조건 먹는 골’이라고 마음을 비운다고 한다. ‘골을 막았다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는 말에 기특하기까지 했다. 경험이 별로 없었던 초창기 때는 먹는 골에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호흡을 보라고, 숨 크게 들이마시고 등 뒤에 모든 에너지가 널 위해 막고 있으니 괜찮아" 라고 응원을 해 주기도 했었다. 축구를 모르는 초짜에게는 골에만 집중되는 현상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라도 어려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번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딸래미는 내게 ‘피를 말리는 경기였다’고 했다.      


상대팀의 전술이 확연히 좋은 것을 느꼈다. 먼저 한 골을 내어준 상태였기에 딸래미 팀의 만회골을 넣기 위한 힘겨운 싸움은 계속 되었다. 마지막 추가시간 2분을 받고 3초를 남긴 타이밍에 극적으로 헤딩으로 들어 간 골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은 이런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경기 종반으로 가면 체력도 떨어지고 포기하기 쉽지만 끝까지 뛰어 준 팀원들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진 경기였다. 

    

경기가 끝나고 카톡으로 주고 받으면서 골을 넣어 준 언니가 딸래미를 살렸다는 아빠의 말에 급 동감을 표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기에 수비의 실책으로 PK를 내준 동료 선수는 딸래미에게 막아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선수들끼리의 끈끈한 정이 느껴진다. 그 순간 PK골을 막지 못했다면 경기는 엄청 힘들었을 거라고 했다. 비록 무승부였지만 이긴 경기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선방을 한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니 다행이다.      


시즌 개막전에서도 PK상황이 있었는데 그 때의 경험에 반추해서 판단을 했다고 한다. 지난 경기에서는 밖에서 팀 동료가 방향을 가르쳐줬음에도 힘 있게 뜨지 못해서 막지 못했음을 인지하고 자신의 순간 판단을 믿고 힘껏!!! 아주 힘껏 뛰어 올랐다고 순간을 살려냈다고 한다. 방향 지시도 없이 해 낸 일이었음에 자신도 놀랐다고 한다. 운이 좋았다!!! 어려운 PK를 막아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는 딸래미의 경기를 보는 시간이 피로를 풀어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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