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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남주 Aug 05. 2021

사랑받는 법을 아는 아이

    

요즘 내 카톡에는 이모티콘이 쌓이고 있다. 축구하는 딸래미 덕분이다. 얼마 전에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갑자기 괜찮은 이모티콘이 보여서 딸래미한테 ‘이모티콘 보러가기’ 를 눌렀더니 바로 선물로 들어왔다. 순간 환호했다. 너무나 빠르게 받아서 들뜬 마음이었다. “역쉬 딸래미의 센스는 짱이얌~ 고마워” 했다. 그러면서 이모티콘 부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거라도 부자가 된다면 얼마든지 해줄게" 라고 답이 왔다. 딸래미는 이렇게 사랑을 할 줄 아는 아이다.     


엄마인 나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주기에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어제는 몸과 마음이 지친 신랑을 위한 이모티콘을 하나 스스로 구입했다. 그런데 받아지지 않아 당황했다. 분명 결재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딸래미에게 SOS톡을 보내고 혼자서 연구를 하다가 문제해결을 했다. ‘찾았다~ 맨날 딸래미한테 선물만 받았더니 다운로드도 받을 줄 모르고, 엄만 바보였네~’ 웃겨 죽겠다는 이모티콘과 함께 답장이 왔다. ‘이모티콘은  나한테 받아도 돼 하하하하’ ‘어머머 감동이얌~!’ 이렇게 우리 모녀는 일상이 사랑스러움 자체다.    

  

아빠에게는 애교덩어리로 사랑을 받는다. 딸 바보 아빠라고 하지만 가만히 있는 딸이 이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빠를 닮아 재주가 많은 딸래미는 온 몸으로 아빠를 콜한다. 춤도 함께 추고 피아노도 가르쳐주고, 가끔은 술친구도 해준다. 참고로 대학에서의 술 문화(ex) 회오리/술게임)를 아빠에게 전송한다. 엄마편인 아들에게 불만이 많은 아빠는 딸래미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게 좋아서 행복해 한다. 물론 엄마의 강력한 스파이인 줄도 알면서도 말이다. 개그계의 끝판왕을 사랑법으로 녹여내는 딸래미를 사랑 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친구들에게는 먼저 내어놓을 줄 아는 배려심으로 사랑을 받는다. 제주도에 동계훈련을 가면 어김없이 레드향이나 천혜향과 같은 특산물을 보내온다. 지난번에는 친구들과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에게 막 보냈단다. 살림 거덜 나면 괴로울까 조심스럽게 제지를 했더니 돌아 온 답변이 걸작이다. 엄마는 아무 생각 없이 퍼주지만 자신은 더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참는다고 말이다. 헐~ 한 대 맞았다. 엄마의 KO패다. 잘났어. 그런데 더 웃긴 건 특산품을 받은 친구네의 집이다. 딸래미와 만나기로 했다고 외출하는데 남동생이 묻더란다. "그 누나? 밥은 비싼 걸로 누나가 꼭 사!" 라고 해서 친구가 왜냐고 물었더니 '요즘 세상에 그런 친구 없어' 라고 했단다.


이렇게 사랑 할 줄 아는 아이기에 사랑 받는 법을 아는 아이이기도 하다. 사랑받는 게 타인에게 인정욕구 일 수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딸래미의 사랑 받는 법은 사랑을 받기 위해 애를 써서 받는 게 아니라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자연스럽게 사랑 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을 아는 듯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애를 쓴다는 것은 집착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딸래미의 사랑 법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이치를 따르는 것임을 인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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