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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남주 Aug 26. 2021

축구하면서 엄마와 유튜브도 해요

    

축구하는 딸래미는 할 줄 아는 게 많다. 앞에서 말했듯이 피아노,춤,노래는 기본이고, 운동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미디어매체 활용하는 기술도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그기에 반해 엄마인 나는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건 많은 엄마다. 작년 이맘때쯤 유튜브를 보다가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유튜브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배우긴 했는데 실전에서는 안 되는 게 너무 많았다. 미디어매체의 기술에 탁월한 딸래미에게 이것저것 물어가면서 하다 보니 딸래미가 답답해했다. 기계치 엄마를 가르쳐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 같이 살지 않으니 조금 귀찮아 하는게 보이기도 했다. 카톡으로 스크린 샷을 해서 보내주면 엉금엉금 따라오는 엄마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배우는 나의 입장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나가는 것밖에 할 줄 모르니 묻고 또 물으면서 하고 있었다. 그러다 딸래미가 몇 해 전에 아빠랑 춤추면서 하려고 했던 엽기가족의 영상을 생각하고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 유튜브를 해보자고 했다. "꺅~~~~!!!!" 나의 입장에서는 대환영이었다. 재주가 많은 딸래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뭐든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 된 해피바이러스 모녀(해녀)가 탄생하게 되었다.

      

원래 영상 찍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딸래미라 거기에 리액션만 해주면 되는 게 나의 몫이었다. ‘엄마의 리액션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말을 하면서 내게 힘을 주었다. 뭔지도 모르고 맨날 웃기만 하는 엄마인데.... 재주 많은 아빠랑 해 본 경험이 있어서 평소 호흡이 잘 맞는 엄마랑 하기는 훨씬 수월하다는 칭찬도 받았다. 딸래미랑 산책을 하면서 무엇을 보여 줄 것인지 이야기했다. 일단 일상의 브이로그 형태면 가볍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부담 갖지 말고 일주일에 한편만 해보는 걸로 하자고 했다. 지금은 초보여서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모녀의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추억으로 만든다고 생각하자고 했다. 가볍게 생각하고 해보니 평소 우리 가족의 사는 모습이 추억이 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첫 번째 영상이 아빠랑 엄마랑 치킨 먹으러 가는 일상으로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아빠의 재치 있는 유머에서 시작하고 엄마는 그 유머에 박장대소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다. 예를 들자면 50대에 ‘앙칼지다’는 소리를 듣고 ‘20대에 들었어야 할 소리를 50대가 되어서 듣는 게 너무 웃긴다’는 50대 엄마의 출발은 무난하다는 칭찬을 들었지만 이후에 엄마의 ‘욱’ 잘하는 민낯을 그대로 보기 시작했다. 아마 두 번째 영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딸래미와 함께 닌텐도스위치의 ‘슈퍼마리오게임’을 하면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엄마의 행동에 하하호호하다 끝났지만 재미를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계절에 맞춘 행사로 고구마 캐기며 김장하는 것을 비롯해 날짜에 맞춘 한글날 ‘캘리그라피 연습’도 일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었다.  축구하는 딸래미의 훈련과정이 이루어지는 것도 재미를 더 할 수 있었고 춤꾼인 모습도 담아내다보니 벌써 모녀의 추억이 50편이 넘었다. 어릴 적 소꿉놀이를 해 보지 못한 엄마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친구가 되어주는 딸래미의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      


2021년도 매월 셋째 주에는 축구소녀를 키우면서 겪었던 ‘롤러코스트 성장기’를 담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그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했던 해녀 맘의 소소한 이야기다. 한 달에 한번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의외로 빨리 돌아오는 것 같아 부담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을 잊지 않는 딸래미 덕분에 한걸음씩 떼고 있는 중이다. 가끔 자신이 잘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딸래미에게 추억의 한 페이지를 열어주는 느낌도 들어서 행복하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어언 1년이 지났지만 구독자수는 현재 113명에 불과하다. 꾸준히 쌓아가는 재미로 만족을 하고 있다. 실력을 쌓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급하지는 않다. 다만 평범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행복바이러스’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순간순간에 정성을 담아 낼 뿐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 우리의 일상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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